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어렵다. 엘리트체육은 확실한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면서도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하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서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 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0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23개 모두 6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한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 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에어로빅(aerobic)’이라고 하면 몸에 쫘악 붙는 레오타드와 유광 타이츠를 착용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경쾌한 댄스동작을 하는 스포츠가 떠오른다. 물론 혼자가 아닌 단체로 해야 제 맛이다.
한국에서 나이 지긋한 연령대라면 1980년대 올리비아 뉴튼존의 뮤직비디오 ‘피지컬(Physical)’이나 한국의 육상 레전드 장재근의 ‘금성 리듬세탁기’CF(1992년)’가 연상되는 운동이다.
에어로빅은 적당한 공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땀을 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심혈관계의 내구력을 높이고 근육의 힘과 신축성을 키울 수 있어서 생활체육에서는 1990년대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특히 여성층에 많은 팬덤을 가진 운동이다.
하지만 순위를 가리는 엘리트체육 ‘에로로빅체조’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어서 선수 모집부터 쉽지 않다.
특히 학교 단위에서는 팀 구성도 힘들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아무래도 ‘어른들의 운동’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전용운초등학교 에어로빅부는 선수단 티오(T/O) 조차 꾸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전국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어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전교생 510명인 학교에서 선수는 일곱 명 뿐이고, 남자 선수는 단 한 명이다.
에어로빅 경기가 남자 개인, 여자 개인, 혼성2인조, 3인조, 5인조 등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교체인력(turn over) 조차 없는 빠듯한 팀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 용운초등학교 에어로빅 지도교사 이순호입니다. 저희 학교는 2014년에 창단해서 현재 2024년 10년째 에어로빅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 선수를 발굴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에어로빅처럼 비인기 종목은 학생들이 선뜻 하기 어려움으로 해서 엘리트 선수를 키우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저희 용운초등학교는 신입 단원을 모집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친숙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에어로빅 영상이나 공연을 보여주거나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학생 선수의 경기 영상을 아침 조회 때 보여주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용운초 에어로빅부는 ‘소수 정예’라는 말이 딱 맞는 팀이다.
지난 2014년 창단 이후 1년 만에 전국에어로빅체조선수권대회에서 초등부 저학년 3인조 1위와 학생부 에어로빅스 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 2016년 전국소년체전에서 3인조 동메달을 따며 단숨에 초등부 에어로빅 무대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이후 해마다 전국소년체전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꾸준한 실력을 선보였고, 마침내 2023전국소년체전에서 최우석 선수가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전국 제패의 서막을 알렸다.
올해 6학년인 최우석 선수는 같은 학년 함은아 선수와 함께 2023코리아오픈 국제에어로빅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혼성2인조 금메달과 남자 개인 금메달을 거머쥐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최우석, 함은아 선수는 올해 2024전국소년체전에서도 남자 개인전 금메달과 여자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했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4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함은아 선수가 에어로빅댄스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대전용운초 에어로빅부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국내외에 알렸다.
물론 용운초 에어로빅부의 괄목한 성과는 단체전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멋진 퍼포먼스를 만들어낸 이다애(6학년), 김혜리(6학년), 김수현(5학년), 황나음(4학년), 최하은 선수(4학년)의 끈끈한 팀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에어로빅은 신체 정렬이 가장 중요한 종목이라서 바른 자세를 아이들한테 많이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신체 정렬을 위주로 훈련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동작이나 난도 아크로바틱 트랜지션을 배우기에는 많이 힘이 듭니다. 아이들이 힘든 체력 단련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인내심을 배우고 성실함을 배우고 콜라보 파트너십을 통해서 협동심과 배려를 배우고, 올바른 인재로 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게는 6년을 지도해 온 선수들은 코치와 선수 관계를 넘어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것 같은 자식 같은 기분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밝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무대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볼 때마다 제가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윤정화 코치·대전에어로빅협회 전무)”
이순호 부장과 윤정화 코치는 용운초등학교가 비인기 종목인 에어로빅으로 전국 무대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학생선수들의 실력 못지않게 대전교육청이 상급학교 연계에 힘을 실어준 것이 일등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학교에 에어로빅 팀이 없었습니다. 초등부에서 전국대회에 입상한 학생 선수들이 갈 곳이 없었던 거죠. 2020년에 용운중학교에서 에어로빅부가 창단되고, 현재 가오고등학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용운초등학교에서 기본을 다진 선수들이 용운중학교, 가오고등학교로 연계되면서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대전 학생 에어로빅 선수들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리트코스를 밟으려는 학생 선수들을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 것만으로도 중학교팀, 고등학교 팀 창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이순호 체육 지도교사)”
학생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대전교육청이 발빠르게 상급 학교 운동부를 창단한 덕분에 용운초 선수들이 좋은 대회 실적으로 세종대와 한국체대, 용인대, 동덕여대, 경희대 등 관련 대학 체육학과에 진학하고, 향후 세계적인 스타 선수는 물론 체육과 교수,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재활, 운동부지도자, 체육지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게 감독·코치의 믿음이다.
제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지도자의 사명감도 크다.
대전에어로빅협회 전무를 역임하고 있는 윤정화 코치는 선수들이 한국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창조적인 루틴과 난도 훈련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에어로빅은 남자 개인, 여자 개인 혼성 2인조, 3인조, 5인조 경기가 있습니다. 에어로빅은 전통적인 에어로빅스 운동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써 음악에 맞춰 지속적이고 다양한 에어로빅 무브먼트 패턴(AMP·Aerobic Movement Patterns)을 기본으로 난도, 아크로바틱, 콜라보레이션, 트랜지션, 링킹, 파트너십을 이용하여 무대를 골고루 사용해 난도, 실시, 예술점을 받게 됩니다. 이때 에어로빅 루틴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예술적인 연기와 음악과 음악 주제를 잘 살려 음악과 조화를 완벽히 이루어야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대표적인 국제대회로는 월드 챔피언십이 2년마다 짝수에 개최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 개인 에어로빅 스텝, 에어로빅댄스의 강국입니다. 대표적인 국내 대회로는 2007년 전국체육대회가 정식 종목으로 편입되었고, 전국소년체육대회는 2013년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편입되었습니다.(윤정화 코치)”
에어로빅에서 난도는 그룹A 마루난도와 그룹B 공중난도, 그룹C 선자세난도 등이 있다. 마루난도는 동적근력(Family1), 정적근력(Family2), 레그서클(Family3)가 있고, 공중난도는 동적점프(Family4), 폼점프(Family5), 스플릿·리프점프(Family6) 등이다. 선자세 난도는 턴(Family7), 유연성(Family8)으로 이뤄진다
각각의 난도는 0.1에서 1.0까지이며 초등부 개인전은 0.2에서 0.6점 사이의 7개의 난도를 실시하고, 4개의 필수규정난도를 수행해야 한다.
팀 경기는 필수규정 난도 없이 0.1에서 0.5점의 난도를 수행하며 0.6 난도에 해당하는 1개 난도가 허용된다.
아크로바틱은 최대 2개까지 허용되며 한 번에 최대 2개의 아크로바틱 콤비네이션이 가능하다.

비인기 종목은 처음 접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용운초등학교 학생 선수들이 기억하는 에어로빅과의 첫만남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최우석) 저는 1학년 때 심부름으로 에어로빅실에 왔다가 에어로빅 선생님이 운동 잘하게 생겼다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작년 소년체전에서 1등을 했고, 올해도 소년체전 1등을 했습니다. 2년 연속 금메달을 따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동작은 스트래들 점프(Straddle jump)입니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서 상을 타는 게 행복해서 계속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고 싶습니다.”
“(함은아) 저는 1학년부터 지금까지 쭉 에어로빅 했습니다. 돌봄에서 돌봄 선생님이 에어로빅 체험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지금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번 소년체전 때 개인전 2위를 했고 아시아챔피언십에서 1등을 했습니다. 지금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국가대표로 에어로빅 댄스에 입상했습니다. 들어가기 직전까지 엄청 떨렸는데 뛸 때는 되게 행복하고 재밌었던 경험인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동작은 백핸드입니다. 제가 에어로빅을 계속하는 이유는 친구들과 같이 합동하여 재밌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에어로빅을 계속해서 에어로빅 국가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김혜리) 3학년 말쯤부터 에어로빅 방과후 하러 에어로빅실 옆을 지나갈 때 운동하는 언니들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청서가 나오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언니들이랑 뛰어서 1등 했습니다. 뛰기 전에는 완전 뭔가 잘 안 될 것 같고, 막 내가 다 점수 깎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등 하고 나서 너무 후련하고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있는 동작은 턴 두 바퀴입니다. 노래에 맞춰서 노래와 박자에 맞춰서 뛸 때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는 것 같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저도 같이 아시안챔피언십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싶습니다.”
“(이다애) 4학년 때 아침 조회 때 (친구들이)이 상을 타는 것을 보고 멋있어 보여서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3인조로 3등을 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있는 동작은 서포트입니다. 재미있고 안 되는 걸 계속 연습해서 성공하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에어로빅을 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안 되는 동작들을 더 많이 성공해서 상을 타고 싶습니다.”
“(김수현) 4학년부터 에어로빅 하는 친구가 한번 다녀보라고 해서 가정통신문이 나올 때 신청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대한체육회장배에서 ABR(Aerobics Basic Routine) 3인조 금메달 했습니다. 금메달을 따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제일 가장 자신 있는 동작은 턱점프입니다. (에어로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친구들과 계속 동작을 맞추면서 뛰는 게 재밌고 신나서입니다.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황나음) 2학년떄 방과후 끝나고 지나가는데 에어로빅실 안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언니들이 멋진 기술을 하는 것을 보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대한체육회장배에서 ABR3인조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후련했고 좋았습니다. 저는 턱점프가 제일 자신 있는 동작입니다. 언니 오빠 친구들과 협동심을 키워나가는 게 재밌어서 에어로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최하은) 3학년 때 학교가 끝나고 에어로빅실을 지나갔는데 언니 오빠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 신청해 봤습니다. 대한체육회장배 ABR3인조 1등을 했습니다. 1위를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제 자신이 있는 동작은 옆돌기입니다. 노래와 박자에 맞춰서 뛰는 게 재미있어서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에어로빅을 더 열심히 해서 에어로빅을 더 열심히 해서 내년 싱글 부문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기술을 익히려는 용운초 에어로빅부 학생선수들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선수들의 당찬 각오는 때로는 사랑스러운 에니메이션 주제가와 함께, 때로는 환상적인 케이팝 노래 선율과 함께 아크로바틱한 안무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기사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