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핸드볼 전국 제패 대전복수초... 창단 37년만의 기적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핸드볼 전국 제패 대전복수초... 창단 37년만의 기적
  • 교육사랑신문
  • 승인 2023.10.2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제2의 윤경신은 “나야 나~!”... 패스, 드리블, 인터셉트 ‘박진감 최고’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대한핸드볼협회가 핸드볼 프로리그 추진위원회를 정식 발족하고, 현재 실업리그로 운영 중인 핸드볼 코리아리그를 2023-2024시즌부터 프로로 출범한다고 선언했다. 농구, 배구가 양분하고 있는 겨울철 실내 프로스포츠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럽에서 겨울철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핸드볼을 국내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종목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대한민국에서 핸드볼은 비인기종목이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남녀 핸드볼팀에 대한 시선은 숭배에 가깝다.

특히 1996년 동양인 최초로 핸드볼 종주국인 독일 분데스리가(Vfl 굼머스바흐)에 진출해 7번이나 득점왕을 차지한 윤경신 선수는 ‘핸드볼의 신(神)’으로 불렸을 정도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투혼이 빛났던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은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 질 정도로 세계에 한국 핸드볼의 저력을 선보이며 감동을 선사했다.

대전에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제2의 윤경신과 우생순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학교 핸드볼팀이 있다.

바로 대전복수초등학교 핸드볼부다. 복수초 핸드볼부는 올해 창단 37년 만에 연거푸 2개의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4월에 열린 제78회 전국종별핸드볼대회에서 전남 무안초등학교를 25대 17로 꺾으며 1986년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니 5월에 열린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결승전에서 경기동부초등학교를 누르며 명실상부 전국 최강 초등팀으로 우뚝 섰다.

대전복수초 핸드볼부가 전국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선수와 지도자, 학교, 대전교육청의 지원이라는 네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결과다.

전국적으로 핸드볼은 비인기종목에 대한 편견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고 속에서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대전복수초는 사정이 다르다. 한상동 감독(체육교사)와 모교 출신 김동혁 지도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정은희 코치, 김동혁 코치의 열정과 노력, 김명희 교장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대전복수초 체육관은 늘 많은 학생선수로 북적인다.

“(복수초 핸드볼부가 전국 제패를 한 이유는) 우선 우리 선수들의 파이팅이 좋습니다. 시합에서 져도 파이팅은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핸드볼을)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꼭 성적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다른 팀에서 볼 때도 저희 학교가 파이팅이 좋으니까 일부러 전지훈련을 오는 팀이 있을 정도입니다. 또 체육관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시면 알겠지만 동메달이든 우승이든 교문에 걸어 놓은 현수막을 버리지 않고, 체육관에 걸어 놓고 항상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홍보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아이들이 이걸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저희 운동선수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항상 소중히 간직합니다.(한상동 감독)”

한상동 감독은 학생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또 다른 비법도 넌지시 알려줬다. 바로 ‘유튜브 중계‘다.

“핸드볼은 대회에 나가면 핸드볼협회에서 유튜브 중계를 해 줍니다. 만약 시간대가 오전 11시 등 학교에 학생들이 있는 시간이라면 교장 선생님께서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응원도 열심히 하니까 더 인기가 있고, 더 많은 아이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한상동 감독)”

비인기종목이면서 단체스포츠는 예산이 늘 빠듯하다. 때문에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은 대전복수초가 초등부 전국 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단체 구기종목이다 보니까 학교 자체 예산은 매우 부족합니다. 한 두 대회에 나가면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그래도 김명희 교장선생님께서 대전교육청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교육청도 단체종목 훈련비나 대회 지원비, 용품비를 넉넉하게 편성해 줘서 우리 선수들이 부족함 없이 열심히 훈련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복수초가 대전시교육청 중점 육성학교로 지정되면서 전용체육관 등 지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핸드볼을 꽤 거친 운동이다. 포워드 3명, 하프백 1명, 풀백 2명, 골키퍼 1명 등 7명이 한 팀이 돼 빠른 패스를 통해 수비와 속공으로 전략을 짜는 스포츠다.

당연히 코트 전체를 읽는 판단력과 시야, 공을 빠르게 던지고 간수하기 위한 근력이 필요하다. 또 몸싸움이 많고, 수비수를 제친 뒤 최종적으로 골키퍼까지 속여야 득점을 할 수 있다.

순발력과 근력 강화, 팀워크, 위치 선정 능력, 개인기 등을 두루두루 키워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전복수초는 7명 선발 라인업 모든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춘 팀으로 유명하다.

“저희 팀 김도현 선수가 주장인데 키는 작아도 경력이 있어서 노련합니다. 또 이도윤 학생은 왼손잡이로 전국에서 제일 빠른 선수입니다. 유원재 선수는 제일 신장이 큰 슈터이고, 늦게 시작한 김태윤 선수는 골키퍼인데 아주 겁이 없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골고루 있어서 아주 좋은 팀이 된 것 같습니다.”

창단 첫 전국제패를 한해에 두 번이나 이뤄낸 대전복수초등학교 감독코치진의 다음 목표는 제자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남자 초등학교는 글꽃중학교, 대성고등학교로 연계가 돼 있습니다. 상급학교에 간 뒤에도 충남대학교나 전국 2위권인 원광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하거나 대학 대신 프로팀으로 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우리 복수초등학교 졸업생들도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우리 학교 출신이 3명이나 출전했어요. 한국체육대학교 2명과 하남시청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됐습니다 (한상동 감독)”

올해 전국 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내일의 국가대표, 제2의 윤경신을 꿈꾸는 복수초 학생 선수들이 핸드볼에 푹 빠진 이유가 뭘까?

“저는 라이트백을 맡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협동해서 하는 운동이 정말 재밌다고 생각해서 핸드볼을 하게 됐습니다.(유원재)”

“저는 레프트윙을 맡고 있는 조성무입니다. 핸드볼은 축구처럼 오프사이드가 없어서 빠른 공격이 가능하고, 격한 스포츠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손에 쥐어지는 볼을 이용해 두 팀이 골득실로 승부를 가르는 핸드볼.

아직 고사리 손으로 공을 완전히 움켜쥐기 힘든 초등 선수들이지만 푸른 꿈과 힘찬 파이팅 소리는 벌써부터 세계 프로 무대를 호령할 기세다.

대전복수초등학교 핸드볼부 선수들의 당찬 도전을 응원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