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 양궁, 학교 연계육성 시스템 최고...국가대표 꿈 ‘무럭무럭’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 양궁, 학교 연계육성 시스템 최고...국가대표 꿈 ‘무럭무럭’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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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대전교육청 아낌없는 지원 속 학교 양궁부 성적 ‘쑥쑥’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이다. 오죽하면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 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이후 27개의 금메달을 포함하여 무려 43개의 메달을 따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시작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이뤄낸 여자단체전 9연패는 미국 농구 드림팀조차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대한민국 양궁팀의 위상은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빛났다.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78년 방콕 아시아대회부터 항저우 대회까지 금메달 40개, 은메달 22개, 동메달 17개를 따내며 한국 양궁이 아시아 최강은 물론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시켰다.

양궁 종목은 간단하게 화살을 과녁에 맞혀 점수를 내는 운동이다. 보통 활의 종류에 따라 ‘리커브 보우’와 ‘컴파운드 보우’ 종목으로 나뉜다. 리커브가 전통적인 활이라면, 컴파운드는 도르래가 달린 기계식 활이다.

올림픽에서는 활 끝이 구부러지고, 사람의 힘으로 쏘는 리커브 방식만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활에 별도의 장치가 없기 때문에 온전히 사수의 힘과 눈에 의존해야 하는 종목이다.

반면 컴파운드는 활 끝에 도르래를 장착하고, 케이블로 연결해 작은 힘으로도 당길 수 있다. 리커브 활보다 발사속도가 빠르며 활에 확대 렌즈와 조준기가 달려있다.

대전내동중 유호성 코치는 “활에 도르래 모양이 있는 게 ‘컴파운드’라고 해서 총으로 따지면 저격총 같은 것이고, 끝에 도르래 없이 그냥 휘어 있는 모양으로 탄성을 이용해서 화살을 쏘는 종목이 ‘리커브’다"라며 "컴파운드 보다는 적중률이 조금 낮지만 중학교 밑으로는 리커브 종목 밖에 없다. 고등학교부터 컴파운드 종목이 있다"고 말했다.

■ 대전 학생 양궁부, 국가대표 꿈에 '정조준'

대전에서도 내일의 양궁 국가대표를 꿈꾸며 활시위를 당기는 학생 선수들이 있다. 대전 가장초등학교, 서부초등학교, 내동중학교 학생 선수들이다.

이들 선수들은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하며 대전 양궁의 저력을 선보였다.

대전 엘리트 학생 양궁부는 대전교육청의 아낌 없는 지원과 탄탄한 상급학교 연계육성 시스템 속에서 국가대표의 꿈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다.

대전 가장초 이진옥 코치는 "가장초 양궁부는 2학년부터 6학년까지 13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며 "지난 제5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6학년 이효민 학생이 25m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아이들이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되면 양궁 선수로서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한데 모두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부초 문지영 코치는 "서부초등학교는 현재 16명의 선수가 있고, 잘하는 선수는 김현서 선수와 유태현 선수를 꼽을 수 있다"며 "유태현 선수는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2위를 해서 은메달을 땄고, 김현서 선수는 전국대회에서 계속 유망주로 꾸준히 메달을 따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초등학교 양궁부는 전국소년체전에 이어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34회 전국남여초등학교양궁대회 남, 여 총 7명의 선수가 참가해 모든 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금 1, 은 2, 동 5) 쾌거를 선보였다.

특히 6학년 유태현 학생은 개인거리 25m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전국소년체육대회 은메달에 이어 25m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또 6학년 김현서 학생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 등 단체전을 제외한 전거리 메달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밖에 박정혁(5학년), 고현빈(5학년), 서원빈(5학년), 권성은(5학년) 선수들도 자신의 최고 기록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 2024년도 전국소년체육대회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전 서부초등학교 유태현 학생은 올해 전국소년체전에 이어 광주에서 열린 전국남여초등 양궁대회에서도 개인 25m 종목에서 우승하며 최강자임을 입증했다.(가운데 선수)

■ 대전 양궁 성적 비결,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

세계 최고의 궁사가 즐비한 한국 양궁계에서 대전 학교 양궁부가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전교육청의 관심과 선수 육성을 위한 연계 시스템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양궁은 종목 특성상 장비가 비싸다. 양궁장비는 보통 활과 화살을 비롯해 퀴버(화살집), 스탠드, 체스트가드(가슴보호대), 핑거탭 등 각종 액세서리로 구성된다. 세트 기준으로 연습용 활은 30~50만원, 중급자용은 80~120만원이고, 선수용은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가장초 천길원 감독은 "양궁부는 기본적으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경기다. 아이들이 장비를 갖추려면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대전교육청과 학교에서 물심양면 지원해 주고 있다"며 "덕분에 올해 가장초가 4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밑바탕이 됐다. 학교에서도 교기로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더 열심히 할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초 문지영 코치는 "많은 학교들이 양궁장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서부초에는 대전교육청에서 지원해서 양궁장을 신설했다"며 "(성적 향상의 비결이) 양궁장에서 훈련을 한 것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양궁 장비도 학교 자체 예산으로 많이 충당하지만 대전교육청 지원을 통해 필요한 장비를 더 많이 구입하고,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대전 양궁의 저력, '상급학교 연계육성 시스템'

초·중·고, 대학, 실업팀 등으로 이어지는 연계육성시스템도 대전 양궁의 자랑이다. 특히 연계시스템 속에서 학생 선수들끼리의 미묘한 경쟁 심리는 대전 양궁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숨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부초 문지영 코치는 “서부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남학생 같은 경우는 내동중학교로 연계된다. 내동중학교와 서부초등학교가 붙어 있어서 진학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여자 선수들은 대전체육중학교로 진학을 하는데 대전체중도 버스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서 아이들 진학에 도움이 되고 있다. 내동중, 대전체육중, 대전체육고등학교까지 확실한 경로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초 이진옥 코치도 "(가장초와 서부초 모두) 6학년이 되면 남자 아이들은 내동중학교로 입학을 하고, 여학생은 대전체육중학교로 입학을 하게 돼 있다"며 "본인들이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성적도 내고, 중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면 지속적으로 연계가 이뤄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까지 쭉 연계가 된다"고 말했다.

학교간 선의의 경쟁도 성적을 끌어올리는 비결이 되고 있다.

가장초 이진옥 코치는 "가장초와 서부초 학생선수들은 각자 학교가 다르고, 어떻게 보면 시합에서 경합을 하게된다. 여자 4명, 남자 4명씩 선발을 하는데 전국소년체전에 나갈 경우 서로 경쟁 상대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학생 선수들이)서로 친하면서도 각자 훈련하는 방식이나 노하우가 다 있다. 서로 응원해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선수들도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과 연계시스템, 학생 선수들끼리의 선의의 경쟁이 대전 양궁의 성적 향상의 비결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내동중 양궁부 주장인 이지혁 학생(3학년)은 "사용하는 장비가 고가여서 쉽게 접하면서 훈련하기 힘들지만 학교의 예산 지원 덕분에 좀더 양궁과 친해질 수 있었다"며 "대전 서부초등학교 출신인데 같이 훈련하던 형, 동생 친구들이 중학교에 올라와서 잠시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팀워크를 낼 수 있는 게 대전 양궁 연계시스템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 양궁선수들이 진학하는 대전내동중학교 양궁부는 2007년에 창단됐다. 현재는 조은아 감독과 유호성 코치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스트레칭과 몸 푸는 체조를 하고, 장비를 착용한 뒤에 몸이 풀릴 때까지 단거리 훈련을 하고, 체력 운동으로 운동을 마무리한다.

■ 내일이 기대되는 대전 학생 엘리트 양궁부

대전 양궁은 그동안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김법민을 비롯해 2009년 양궁월드컵 여자 개인전 금메달 곽예지, 2013년 아시아양궁선수권 남자부 단체전 금메달 김석관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대통령기 양궁대회에서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남유빈과 국가대표 임해진 선수(대전시체육회)도 주목할 선수다.

대전 가장초, 서부초, 내동중 학생 양궁 선수들이 빛나는 선배들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과녁 정중앙을 관통하는 ‘엑스텐’을 달성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

아래는 전국 최고의 학교 연계육성시스템과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서 내일의 국가대표 꿈을 키우는 대전 학생 양궁 선수들의 당찬 포부다. 

(가장초 6학년 이효민) "안녕하세요. 저는 가장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이효민이라고 합니다. 잘 쏘게 되면 잘 맞아서 재미 재미도 느끼게 되고 좀 성취감이 있습니다.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25m 1등을 했는데 내년에 중학교에서도 소년체전에서 1등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가장초 6학년 문보령) "가장초등학교 6학년 문보령입니다. 제 롤모델은 김재덕 선수 형입니다. 왜냐하면 그 나이에 훌륭하게 잘 쏘는 형이 그 형밖에 없어서입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6관왕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가장초 6학년 박동수) "대전가장초등학교 6학년 박동수입니다. (화살이) 엑스텐에 들어갈 때 기분이 좋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게 제 목표입니다."

(서부초 6학년 김현서) "서부초등학교 6학년 김현서입니다. 친구들이랑 코치님이랑 재밌게 훈련을 하다 보니까 양궁이 좀 더 재밌어지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9월 중순쯤에 나간 회장기대회에서 1398점을 쏴서 개인전 3등을 했습니다. 친오빠가 롤모델인데 중학교에 가서 오빠와 혼성 경기를 뛰는 게 꿈입니다."

(서부초 6학년 유태현) "대전 서부초등학교 6학년 부주장을 맡고 있는 유태현입니다. 형이 먼저 양궁을 시작했는데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습니다. 대회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땄고,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경험이 있습니다. 나중에 국가대표가 돼서 세계대회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내동중 3학년 이지혁) "제 우상은 오진혁 선수입니다. 마흔이 넘는 나이까지 양궁 국가대표를 유지하면서도 어깨 회전근이 세 개가 끊어졌는데도 고통을 감당하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가 운동선수를 하면서 가져가야 할 멘탈인 것 같아서 존경하는 선수입니다. 저도 나중에 올림픽에 나가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내동중 2학년 강우빈) "현재 국가대표인 김제덕 선수가 제 롤모델입니다. 어린 나이에 2020도쿄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 나가서 1등을 하고, 여전히 잘하고 있다는 게 너무 믿기지 않아서 좋아합니다. 저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돼서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내동중 2학년 고은찬) "2022년도, 2023년도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이 있습니다. 양궁을 할 때 자세가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이상적으로 잘 딱 쏴졌을 때 그때의 쾌감,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 양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동중 2학년 김동욱) "저의 롤모델은 오진혁 선수입니다. 많은 나이에도 지금도 꾸준히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딱 엄마한테 가서 '나 메달 땄어'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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