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국제통상고 하키부는 반평균을 높인다고?...대전 ‘공부하는 운동선수’ 전국 최고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국제통상고 하키부는 반평균을 높인다고?...대전 ‘공부하는 운동선수’ 전국 최고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0.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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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운동+진학+진로취업’ 세 마리 토끼 다잡아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늘 1등만 돋보인다. 엘리트 스포츠에서 등수나 메달은 곧 ‘돈과 명예’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수의 성공한 선수나 인기 스포츠만 빛나는 결과를 가져가고, 등수에 들지 못하거나 비인기 종목에 속한 선수들은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도 현실이다.

체육입국(體育立國)의 구호 속에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이 된 한국 ‘엘리트체육’의 이면에는 오로지 운동만 했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애환이 공존한다.

우리 체육계가 직면한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나온 것이 ‘공부하는 운동선수’다. 최근에는 최저학력제를 통해 학생 엘리트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제도는 대전교육청이 전국 수범사례로 꼽힌다. 전국 최초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전인적 성장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국제통상고등학교 하키부다.

“(공부하는 학생선수 방과후 학교는)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수업을 보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과목 개설해서 학생들의 결손된 수업 부분을 채우기 위한 제도입니다. 저희 국제통상고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컴퓨터까지 다섯 과목을 개설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보통은 e-스쿨 제도를 개설해서 이용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는 조금 특이하게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이 4시 30분에 마치게 되는데 학생들은 운동을 다 마치고 나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공부를 합니다.”그렇게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하키부 이승지 감독)“

e-스쿨은 학생선수들의 수업결손을 보충해 학습권을 보장하고,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선수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운영되는 인터넷 기반의 이러닝 사이트다.

대전국제통상고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탄력적인 방과후 학교 운영으로 성과를 냈다. 덕분에 운동선수들이 학교 전체 평균성적을 웃도는 '백점 만점'의 결과를 냈다.

“일단 저희 학교 운동부 학생선수들은 학교 평균보다 모두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학습 의욕도 상당합니다. 졸업 후에 운동선수로 진출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 학습 욕구가 있고, 운동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운동과 학습 병행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교 수업을 다 듣도록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회 출전이나 훈련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못 들을 경우에 가장 중요한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을 개설해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인 만큼 컴퓨터(과목)까지 개설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엘리트 선수들의 수업결손 등을 막기 위해) 대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저녁에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격증을 보유해서 졸업을 해서 하키가 아닌 분야도 관심을 갖도록 학교에서 힘쓰고 있습니다.(김윤 코치)”

이승지 감독과 김윤 코치가 학생 선수들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들의 선수시절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중·고등학교 시절에 선수 생활을 하던 학생들이 예전 같은 경우에는 저희 선배들, 그리고 저희 때를 본다면 학생 선수들이 졸업하고 나서 전문 선수가 되지 못하면 정말로 마땅히 할 수 있는 진로 진학 코스가 많이 부족하고 협소했던 게 사실입니다. 학생 선수들을 위한 학습권 보장은 80년대, 90년대 엘리트 체육만 강조되었던 그때 당시부터 당연히 만들어졌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다행스럽게 e-스쿨과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제통상고는 교과목 선생님들께서 저녁에 남으셔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수고해 주시고,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 전체를 총괄해서 저희 운동부 지도자 선생님께서 노력해주신 덕분에 잘 운영되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이승지 감독)”

대전교육청과 학교, 교과목 교사들과 운동부 지도자들의 혼연일체는 비인기종목인 여자하키에서 지난해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박호정, 최수지 선수를 배출했고, 하키부 활동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연결될 수 있도록 대학팀이나 실업팀 연계로 이어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부상 등으로 운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성화고교의 장점을 살린 자격증 취득으로 학생선수들의 제2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어쨌든 하키를 했는데 실력이 좋은 친구도 있을 것이고, 나쁜 친구도 있을 것이고, 그다음에 (실력이) 좋지만 부상으로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이 낙오되거나 하지 않게 저희는 ‘공부방(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을 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운동이 아닌 곳에 갔을 때는 제2의 꿈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김윤 코치)”

사실 대전국제통상고 하키부는 지난 2021년 전국체육대회 동메달을 땄고, 2014년에는 전국춘계하키대회와 전국종별하키선수권에서 잇따라 우승을 할 정도로 여자고등부 하키의 강호로 꼽힌다.

역사도 오래됐다. 1983년 창단됐고, 당시는 한밭여자상업고등학교 하키부였다.

하키는 축구처럼 11명이 뛴다. 경기시간은 60분이며 쿼터제로 운영된다. 워낙 격렬하고,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어서 선수교체가 무제한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하키는 축구와 흡사합니다. 양팀 총 22명이서 시합을 합니다. 서클이라는 동그란 반원이 있는데요. 그 반원에서 슛을 해야 인정이 됩니다. 공이 몸에 맞으면 바디라는 반칙이 있고, 무릎 위로 볼이 뜨면 하이볼이라는 반칙이 있습니다. 룰이 좀 많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조금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흐름이 끊길 수 있는 단점이 있어요. 하지만 그 단점도 유리하게 본인 걸로 만들어서 두뇌 싸움으로 이겨내는 경기라고 생각합니다.(김윤 코치)”

비인기 종목이고, 야외 필드플레이를 주로 하는 하키의 매력은 뭘까? 감독 코치진은 하키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만큼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의미다.

“야외 플레이는 솔직히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자들이야 얼굴이 좀 그을리면 좀 멋있을 수 있지만 소녀들이 흰 피부를 좋아하지 검정 피부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하키라는 종목을 조금 선호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키라는 걸 한번 시작을 하면 작은 공간에서 빠른 스피드로 0.01초 사이에 그 타이밍으로 플레이도 될 수 있고, 슈팅도 될 수 있는 그런 매력에 선수들이 빠져듭니다. 그런 것이 어린 선수들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국 최고의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인 국제통상고 하키부 선수들의 파이팅도 당차다. 운동과 진학, 진로취업을 모두 잡겠다는 굳은 각오다.

“저희는 학교가 끝난 후 4시 20분부터 6시까지 운동을 한 뒤에 7시부터 8시 50분까지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일마다 다르게 수업을 하고 있고 컴퓨터, 크리에이터, 한국사, 수학, 국어, 영어 등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하키의 매력은 볼을 맞추는 느낌과 서로 간의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땄고, 많은 대회에서 실적을 냈습니다.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게 목표입니다.(3학년 한다윤 주장)”

“저는 팀원들이 지치거나 힘들 때 옆에서 웃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비를 총괄하는 최종 수위퍼를 맡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뛰고 있는 최수지 선수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팀원들과 팀워크를 쌓아가면서 같이 운동하고 즐겁게 운동을 하겠습니다.(2학년 최윤선 선수)

“저는 국제통상고등학교 하키부 1학년 이효지입니다. (제가 맡고있는 포지션은) 레프트백입니다. 언니들하고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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