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 탁구, 전국 최강 '학교육성 시스템'으로 한국 탁구 부활 이끈다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 탁구, 전국 최강 '학교육성 시스템'으로 한국 탁구 부활 이끈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1.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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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교육청 지원+육성+진학+진로' 다 갖춰
제52회 전국소년체전 금4, 은1 이어 제104회 전국체전 남고부 단체전 금메달 쾌거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탁구 금메달리스트는 한국인이다.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유남규, 김기택 선수의 매치는 탁구를 일약 국민 스포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91년 치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는 6.25한국전쟁 이후 41년만에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 출전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감동을 선사한 종목이다.

최근 들어 국제무대 성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탁구의 인기 만큼은 여전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5부에서 6부 리그까지 편성된 생활체육 동호회가 약 300만명(대한탁구협회 추산)에 달할 정도다.

더구나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세트스코어 4-1(11-6, 11-4, 10-12, 12-10, 11-3)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부활의 신호탄까지 쐈다. 아시안게임 탁구 금메달은 지난 2002년 부산대회 남자복식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복식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21년 만의 쾌거다.

대전은 전통적으로 탁구에 강한 도시다. '사라예보의 기적' 이에리사와 '깍신' 김경아가 대전 출신이다.

때문에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재현하려는 어린 선수들의 열정도 대전이 최고다. 대전동문초와 서대전초, 동산중, 동산고, 호수돈여중, 호수돈여고에서 내일의 금메달리스트들이 무럭 무럭 성장하고 있다.

올해 울산에서 열린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전교육청 선수단은 남중부 개인단식 권혁(대전 동산중3), 여중부 개인단식 최나현(호수돈여중3), 여자 초등부 개인단식 이혜린(서대전초6), 남중부 단체전(대전 동산중)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을 땄고, 여자 초등부 단체전 은메달(서대전초)이라는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2관왕에 오른 권혁 선수는 대전의 전국소년체전 단체전 4연패의 주역이다. 올해에만 국제대회 'WTT 유스 컨텐더 카타르 도하 2023' 3관왕, 월드테이블테니스(WTT) 15세 이하(U-15)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 등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소년체전 남중부 단체전 우승의 또다른 주역인 박준희 선수(동산중3)는 지난 4월 남녀종별 선수권, 7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대통령기 등 단체전 1위를 휩쓸었다. 올해 1월 청소년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6명 안에 뽑힐 만큼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여중 개인전 1위에 오른 최나현 선수도 WTT 유스 컨텐더 시리즈 우승과 올해 제61회 전국종합탁구대회 단체전 1위, 개인전 3위에 이은 최고의 성적을 이어갔다. 최주성 대전동산중 코치의 딸이라는 '탁구DNA'까지 증명했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어린 선수들은 또 있다.

이번 울산 소년체전 1위에 오른 서대전초 이혜린 선수는 올해 개인전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서 7살 때 처음 탁구를 시작한 동문초 이승수 선수는 국제대회인 'WTT 유스 컨텐더 도하 2023'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 탁구의 성공 신화는 대전교육청이 마련한 전국 최강의 학교 육성 시스템과 열정적인 학생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다.

교육청의 지원과 학교 선수단 육성, 학생 선수들의 진학·진로 연계 시스템은 전국 최고라는 평가다.

​남학생은 동문초, 동산중, 동산고로 이어지고, 여학생은 서대전초, 호수돈여중, 호수돈여고에서 연합훈련을 하면서 세계 랭킹 1위를 꿈꾼다.

동문초 김용수 코치는 "교보생명이나 회장기 등 전국대회에서 학년별로 5학년, 6학년 1등을 석권하고 있고, 1학년부에서도 2등, 3등 선수가 있고, 3학년도 2등이 있다. 4학년 친구는 사실 계속 1등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최근에 저희가 영입을 해왔다"며 "동문초등학교의 우승 비결은 연계 육성 체계가 참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동산중학교, 동산고등학교, 그 이후 대학교로 이어진다. (고학년)위 쪽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면서 (저학년)밑에서도 잘 찾아오는 친구도 있고, 같이 합동 훈련도 진행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연계 육성이 (성적에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동산중 차종윤 감독은 "연계 육성 시스템은 저희 대전이 최고로 잘 되어있다. 전국에서도 이런 최고의 시스템 때문에 유학을 오려는 친구들이 많다. (덕분에) 동산중학교가 지난 4월 전국 남녀종별 탁구선수권에서 3연패를 달성했고, 제 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도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을 했다. 단체전은 통산 4연패를 달성했다. 7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에서도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고, 젼국대통령기에서도 단체전 5연패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서대전초 서재남 코치도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여자부 단식 1위, 단체전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며 "1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초·중·고교가 같이 훈련하는 시스템이고, 선배들을 잘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대전교육청의 연계육성 시스템이 이끌어낸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전교육청이 마련한 탁구전용경기장에 대한 현장의 반응도 뜨겁다. 대전교육청은 동산고등학교에 탁구전용경기장을 마련해 전문적인 훈련과 장비를 제공해 탁구 꿈나무들의 실력 향상을 물심 양면으로 도왔고, 최근에는 호수돈여고에도 전용경기장을 건립 중이다.

서재남 코치는 "서대전초만 해도 전용구장이 아니어서 학기 중에는 학교 일정에 맞춰 접었다 폈다를 해야 하는데 전용체육관은 아무래도 관리나 훈련 스케쥴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동산중 차종윤 감독은 "2020년도에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서 탁구 연습장, 전용 체육관을 건립했는데 1층은 주차장으로 쓰고요 2층과 3층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합동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선수들이 전문적인 시설과 체계적인 훈련으로 실력을 키우면서 당연히 고등부 대회 실적과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동산고는 지난해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단체전 동메달과 제61회 전국종별탁구대회(단체 1위, 개인 1,2위, 복식 1위), 대회 3관왕(이호윤 선수.국가대표상비군)을 배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또 올해도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탁구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수돈여고는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올해 전남에서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전에서도 탁구 개인전 동메달을 따는 등 역대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탁구의 세계 무대 정복을 꿈꾸는 대전 학생 선수들의 각오는 어떨까?

"청소년 국가대표는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선발됐어요. 제가 자신 있는 기술은 치키타(백핸드로 공을 강하게 쳐서 회전시키는 기술)입니다. 리시브부터 공격할 수 있는 공격 기술인데 좀 위험이 많은 기술입니다. 상대방이랑 머리싸움하고 또 긴장되는 순간에서 자기 걸 해서 이기면 좀 쾌감이 큰 것 같아요. 일단은 국가대표 상비 1군에 선발돼서 국제대회를 더 많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동산고2 이호윤 선수)"

"중국의 판젠동 선수가 롤모델입니다. 파워풀하고, 긴장되는 스코어에서도 자신있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앞으로 각오는) 최대한 빨리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입니다.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로 이름을 날릴 수 있도록 열심히하겠습니다.(동산중3 권혁 선수)"

"아빠께서 탁구 코치여서 7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탁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웃음) 가장 자신 있는 스킬은 커트볼 백드라이브인데 회전이 많아서 상대방이 받기 부담스러워합니다. 전국소년체육대회 1위를 했고, 다음 목표는 올해 12월에 열리는 세계주니어오픈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호수돈여중3 최나현)"

"안녕하세요. 저는 서대전 초등학교 6학년 이혜린입니다. 아빠가 탁구장을 운영하셔서 놀다가 어렸을 때부터 탁구를 하게 됐습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탁구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중국의 탁구 선수 마롱 선수가 롤모델입니다. 학교수업을 마친뒤 9시 20분까지 연습을 합니다.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연습을 합니다. 내년 2월에 있는 청소년 선발전에 또 뽑히고 싶습니다. 이번엔 주니어(U19)로 뜁니다.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동산중3 박준희)"

"안녕하세요. 동문초등학교 6학년 이승수 선수입니다. 마롱 선수를 좋아하고, 마롱 선수의 성실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겸손하게 행동하는 탁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세계 주니어(U19)&카데트(U15) 탁구선수권대회에서 꼭 1등을 하고 싶습니다."

박준희 선수와 이승수 선수가 동경하는 중국의 마롱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단식 3연패, 올림픽 개인단식 2연패, ITTF 월드투어 최다 우승 등등 이미 전인미답의 신기록을 숱하게 쌓아올렸다.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의 기록을 지닌 선수다. 올해 34살로 '2023 ITTF-ATTU 제26회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챔피언에 등극할 만큼 '리빙 레전드'로 불린다.

한국 탁구는 1988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 국제대회를 제패했지만 현재는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유승민 선수가 마지막이다.

한국 탁구의 부흥을 가져올 대전 학생 선수들의 금빛 스매쉬(Smash)를 기대해 본다. 지름 40mm, 무게 2.7g으로 구기 종목 중에서 가장 작은 탁구공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가 즐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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