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역사와 전통을 잇는 야구명문 '대전 신흥초'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역사와 전통을 잇는 야구명문 '대전 신흥초'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7.1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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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프로야구 스타 구대성, 정민철 배출한 신흥초, 올해 소년체전 금메달로 부활 신호탄!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대성불패' 구대성, 90년대 최강 에이스 정민철. 진정한 야구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찬 한국 프로야구의 히어로들이다.

재미난 건 이들이 모두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사실이다. 대전 야구를 상징하는 신흥초등학교 야구부 출신이다.

대전 신흥초 야구부는 지난 1951년 창단했다. 오랜 역사만큼 한국 프로야구계를 주름잡은 스타 플레이어의 산실로 통한다. 80년대 대표 2루수이자, 3년 연속 골든 글러브 2루수인 정구선(1982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 3점 홈런의 사나이 한대화(전 한화이글스 감독), 강인권(전 두산베어스 포수), 윤규진(전 한화이글스 투수) 등도 신흥초 야구부가 배출한 스타다.

올해 대전 신흥초 야구부는 경사를 맞았다. 지난 5월 열린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망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

대전신흥초 주장 김도현 학생(포수)과 홈런왕 윤태형 학생(외야수)은 결승전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3루에서 땅볼로 오는 타구를 잡아냈어요.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팀 친구들이) 하나 하나 잘 잡아냈어요.(김도현) 홈런을 쳤어요. 원아웃에 주자는 없었고, 직구 살짝 높은 볼이었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어요.(윤태형)"

신흥초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류덕현 감독은 학생 선수들의 선전이 대견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연습이 낳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항상 기본기에 충실하고, 아이들한테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선수, 모든 학교 지도자분들이 함께 많은 도움을 주셔서 소년체전 금메달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의 훈련 구호가 쩌렁쩌렁 울린다. "다음에도 우승하겠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떨던 아이들이 훈련장에 들어서자 느슨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가벼운 캐치볼과 간단한 구보 이후 본격적으로 수비 훈련을 시작한 선수들은 포지션별로 훈련 강도를 하나씩 높여나갔다. 초등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술과 집중력은 역시 전국대회 우승팀 다운 면모를 보였다. 실수한 학생에게는 가차없이 토끼뜀 패널티가 기다린다. 왕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다.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공짜가 아니다. 

야구를 잘하는 비결은 뭘까? 류덕현 감독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일단 키가 크거나 달리기가 빠르면 좋겠지요.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은 키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도 어릴 적 달리기가 빠른 편이 아니었고. 좀 뚱뚱한 친구였는데 운동하면서 살이 빠졌어요. 연습으로도 신체 조건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전은 야구도시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OB 베어스)과 세기말인 1999년 우승(한화 이글스)의 영광을 간직한 구도(球都)다. 1번 이정훈, 2번 이강돈, 3번 데이비스, 4번 장종훈으로 이어지는 빙그레 이글스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오렌지 줄무늬 유니폼과 함께 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수식어였다. 2000년대 이후 연고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중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지만 매년 가을야구를 꿈꾸는 야구팬들이 응원은 '어게인 1999'를 외치고 있다.

대전 신흥초 야구부는 침체된 충청권 야구에 부싯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제7기 박찬호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 우승, 2008-2009 토토배 전국유소년 야구대회 준우승, 2010년 제39회 전국소년체전 우승, 2016년 제8회 현대해상배 대구윈터리그 우승, 제1회 대한스포츠배 초등학교 스프링리그 우승, U-12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우승, 제46회 대구광역시장기(회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우승, 2017년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우승(2년 연속), 2018년 제33회 한화기차지 충남·북·대전·강원 초·중·고 야구대회 우승, 2019년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동메달,  2019년 U-12 유소년 야구대회 우승,  2021년 제17회 천안흥타령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준우승, 2022년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은메달, 2023년도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야구대회 준우승에 이어 올해 전국소년체전 1위에 오르면서 대전 야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경기력이 해마다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류덕현 감독이 부임한 뒤 전국소년체전만 따졌을 때 8강에 진입한 뒤 이듬해부터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을 땄다.

"차례차례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이 신기하고, 선수들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솔직히 대전·충청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는 꽤 잘하고 있습니다. 연고지를 둔 한화 이글스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신흥초 야구부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한화에 입단하게 되면 분명히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팬들도 한화 이글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까지 사랑해주고, 응원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Yogi Berra)의 말처럼 대전 신흥초 야구부는 또다른 전국대회 제패를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필승 신흥'의 힘찬 구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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