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세계 최강 펜싱 사브르의 요람, '대전 학생 펜싱부'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세계 최강 펜싱 사브르의 요람, '대전 학생 펜싱부'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9.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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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송촌고, 매봉중, 용전중 연계육성 전국 최고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한국 펜싱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안겨준 '효자 종목'이다.

자타공인 세계 최정상급인 한국 펜싱의 경쟁력은 학교 엘리트체육에서 출발한다. 대전은 그 중심지다.

매봉중학교와 용전중학교, 송촌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대전의 엘리트 펜싱 코스는 국내 최고다. 특히 빠른 몸동작으로 '베기'에 특화된 펜싱 사브르 종목에서 엘리트 선수들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브르 종목은 플뢰레, 에페와 달리 베기 위주의 공격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찌르기도 가능하지만 베기 동작은 찌르기보다 부정확해도 되고, 속도 및 타격면의 넓이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베기 위주의 경기가 펼쳐진다. 유효면은 머리와 손을 포함한 상체 모든 부위가 해당된다. 당연히 공격과 방어 시간이 짧고 강렬하다. 경기 시작 2초만에도 점수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펜싱에서 사브르는 단거리, 플뢰레는 중거리, 에페는 장거리 육상에 비유된다. 그만큼 사브르는 저돌적이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유리하다.

펜싱 사브르는 대한민국이 세계 제패에 성공한 효자 종목이다. 세계 랭킹 1위 오상욱 선수와 세계청소년대회 금메달리스트 전하영 선수는 대전이 낳은 슈퍼스타 펜싱선수다.
펜싱 사브르는 대한민국이 세계 제패에 성공한 효자 종목이다. 세계 랭킹 1위 오상욱 선수와 세계청소년대회 금메달리스트 전하영 선수는 대전이 낳은 슈퍼스타 펜싱선수다.

펜싱 종목에서도 찰라에 승부가 갈리는 사브르에서 대전 펜싱은 2020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오상욱과 한국 최초의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사브르 금메달리스트 전하영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비결은 뭘까? 대전매봉중 이형규 코치는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과 상급학교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연계시스템을 꼽았다.

매봉중은 올해 제61회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사브르 종목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또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도 남자부 사브르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대전교육청 펜싱팀이 종합 1위(금1, 은2, 동4)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매봉중 펜싱팀은 1999년도에 창단해서 지금까지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습니다. 대전교육청에서 우리 학생 선수들이 훈련을 잘 할 수 있도록 훈련비도 지원해주고 장비와 시합에 나가는 출전비를 모두 지원해준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중학교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해서 바로 옆에 위치한 송촌고등학교까지 연계가 잘 돼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대전에는 대전대학교와 대전시청 팀까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먼 미래까지 바라보면서 펜싱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비결은) 개인 훈련이나 단체 훈련을 할 때 좀 자율적인 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강압적인 훈련인 것보다는 개별적으로도 많이 참여를 합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 끝나고 과외나 학원에 가듯이 저희 학생들도 새벽이나 밤 야간 훈련 때 자율적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이형규 코치)"

매봉중, 용전중, 송촌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연계시스템은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한국 펜싱 사브르의 금빛 신화를 잇는 요람이 되고 있다.

용전중학교 박광원 코치는 매봉중학교와의 '라이벌 구도'와 '친선 교류'가 학생 선수들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촉매라고 꼽았다. 용전중은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개인전 여자 사브르 은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펜싱 명문의 위상을 이어갔다.

"용전중 펜싱팀은 1986년에 창단됐습니다. 대전 매봉중학교로 전지훈련을 오는 팀들이 워낙 많아서 저희도 같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같이 훈련을 뛰면 아이들한테 큰 도움이 돼서 코치 선생님들끼리 교류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용전중학교와 매봉중학교가 사브르를 하는 펜싱 학교입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한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 하나가 되는 것은 송촌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 순간인데 중학교 때 성적을 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때 가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전중과 매봉중 친구들이 송촌고등학교에서 하나가 돼고, 열심히 해서 실업팀과 대학교팀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박광원 코치)" 

대전 송촌고 양현섭 감독과 여자부 김도윤 코치는 사브르 종목에서 남녀팀을 함께 운영하면서 내는 시너지와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선배 선수들의 '후배 사랑'이 펜싱 중심지 대전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촌고 펜싱부는 한일월드컵으로 전국이 열광의 도가니였던 2002년도에 창단됐어요. 저희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체육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남녀 팀을 공동 육성하는 학교입니다. 전국 최초입니다. 대전에도 여러 학교가 있는데 팀을 에뻬나 플뢰레 한 팀을 하거나 남자부 한 팀을 하는데 저희 송촌고는 사브르 종목에서 남녀 팀을 같이 육성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졸업생 중에 전현직 남녀 국가대표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도에 3학년 졸업반이었던 오상욱 선수가 있어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인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지금까지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면서 각종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모교 후배들을 직접 방문해서 격려도 해주고, 훈련도 같이 해줬어요. 후배들을 위해서 발전기금 300만원을 기탁해줘서 헬스기구와 제빙기를 구입해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후배들에게는 고마운 선배입니다.(웃음)"

스타 선수들의 후배 사랑은 대전 학생 펜싱부 선수들에게 힘든 훈련을 이겨내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펜싱 스타 선배들이 있다는 점은 학생 선수들에게도 영광이자 롤모델이다. 학생들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같은 또래와의 경쟁에서 전국 최고의 성적을 내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오상욱과 전하영 등 슈퍼스타 선배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저는 올해 소년체전에서 단체전 1위를 했고요, 작년에는 단체전 3위를 했습니다. 11월에 한국중고펜싱연맹전이 있는데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선배님인 오상욱 선수처럼 위대하고 본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매봉중 주장 박민성 선수)"

"저는 저희 학교 졸업생이신 전하영 선수님이 롤모델입니다. 경기할 때 진행하는 게 좋고, 스피드도 빨라서 롤모델입니다. 제 목표는 개인전 메달을 꼭 따는 것입니다. 러닝과 기본기 연습, 경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펜싱은 기본 동작이 중요해서 데플랑스망(자세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용전중 주장 곽초원 선수)"

대전 학교 엘리트 펜싱팀이 전국 최고의 성적을 내고있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메달에 배고프다.

올해 제52회 회장배 전국남녀 종별 펜싱선수권대회에서 여고부 사브르 개인전 1위와 남고부 사브르 단체전 1위를 차지한 송촌고 펜싱부도 마찬가지다.

"문제부장관기에서는 여자 단체전 3위를 했습니다. 개인전에서는 제가 컨디션 조절을 잘 잘 못해서 16강에서 아쉽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회장배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땄고, 단체전은 아쉽게 3등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다음 대회가 전국체전인데 반드시 1등을 하고 싶습니다.(선은비 선수) 

"저는 대전 송촌고등학교 펜싱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전진규라고 합니다. 문체부 장관기 대회에서 개인전 3등과 단체전 3등을 했습니다. 곧 있을 전국체전에서 팀을 이끌고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매봉중학교와 용전중학교, 송촌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대전교육청 학생 엘리트 펜싱 코스는 전국 최고의 연계육성 시스템을 완성하며 오늘도 세계 최강 한국 펜싱 사브르의 금빛 신화를 잇는 요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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