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변동중-서중 ‘중등부 사이클 연합팀’, 비인기 설움 딛고 ‘금빛 레이스’ 약속
[엘리트체육 현장을 가다] 대전변동중-서중 ‘중등부 사이클 연합팀’, 비인기 설움 딛고 ‘금빛 레이스’ 약속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0.04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사랑신문-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 학생 수 감속 속, 합동훈련 통해 선수 육성 시너지 폭발..."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 돼"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힘들다. 엘리트체육은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 육성 방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20개, 은 21개, 동 27개 등 6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던 노래가 있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노래다.

이중 '자전차왕' 엄복동의 이야기는 지난 2019년 영화로 만들어 질 정도로 한국 사이클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수많은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고, 일제가 엄복동의 우승을 막기 위해 해가 저문 것을 핑계로 대회를 무산시킨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였던 사이클이지만 현재는 비인기 종목에 속한다. 물론 엘리트 스포츠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아마추어 동호회나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한국 사이클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꽤 따낼 만큼 강호로 꼽히지만 올림픽에서는 단 한번도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0km 포인트레이스에서 조호성 선수가 기록한 4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대전변동중학교와 대전서중학교 자전거부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내일의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대전 중등부 사이클 연합팀이다.

10명으로 구성된 엘리트 학생 선수들의 힘찬 페달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멈추지 않는다. 태양이 쏟아지는 혹서기에도 대전 월평사이클경기장 트랙을 수없이 돌며 기록 단축에 여념이 없다.

어린 학생 선수들의 쉼 없는 도전에 감독, 코치들은 대견하기만 하다.

"전국에서 기초 체력 훈련을 제일 많이 하는 팀이 저희 대전 학생팀이라고 전국에서 소문이 났습니다. 체력을 기본 바탕으로 자전거 스킬을 기르고. 그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본인 기록을 갱신을 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처음 온 아이가 키가 140cm였던 아이가 180cm가 돼서 졸업하는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이 잘 먹고 훈련 잘 받고 운동도 골고루 여러 가지 박자에 맞춰서 잘 성장해 나갈 때 가장 뿌듯합니다."(대전 서중학교 오민순 코치)

학생 선수들의 페달에 힘이 실릴 수록 감독 코치들의 책임감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비인기 스포츠를 아래에서 육성하고 저변을 확보해야 한다는 고민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비인기 종목은 선수를 확보하고, 선수단을 꾸려가는 것도 힘에 부치는 현실이다. 그래서 대전은 변동중학교와 서중학교가 손을 잡고, 라이벌이면서 연합하는 독특한 훈련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언뜻 적과의 동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두 학교의 끈끈한 협력 속에서 우수 선수를 키워내는 엄마,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 소속은 변동중, 서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훈련은 항상 같이 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은 하되 어려움이 있거나 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도와가면서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승부를 봐야 되지만 승부만 딱 생각하면 냉정한 면이 있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도울 건 도와주는 면이 지금 변동중, 서중 합동훈련의 가장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서중학교 최성신 감독)

대전 서중과 변동중 자전거부의 주력 종목은 '트랙'이다. 트랙은 보통 스프린트, 개인추발, 단체추발, 포인트경기 등으로 구성된다.

스프린트는 2-4명씩 조를 편성해 333m 미만의 트랙을 3바퀴, 333m 및 그 이상의 트랙에서는 2바퀴를 돈다. 선수끼리 견제와 작전을 구사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면 승자가 되는 방식으로 동계올림픽 쇼트트랙과 비슷하다.

개인추발은 남자 엘리트 종목은 4km, 여자 엘리트 종목은 3km, 남자 주니어는 3km, 여자 주니어는 2km로 진행된다. 두 팀의 각 1명씩 2명의 선수가 출전해 트랙의 중앙에 위치한 본부석 출발선과 반대편 출발선의 출발대에서 동시에 출발하여 서로 추월을 시도하는 경기 방식이다. 끝까지 추월하지 못하면 결승선(본인 출발선)에 도착한 기록이 빠른 선수가 승리한다.

단체추발은 1팀이 4명의 선수로 구성되며 2팀이 출전해 서로 상대 팀에게 추월을 시도하는 경기 종목이다. 각 팀의 기록은 각 팀의 세 번째 선수의 앞바퀴가 결승선에 도착한 시간으로 기록을 측정한다.

포인트경기는 한꺼번에 24명(250m 트랙)의 선수가 출발해 1-4위까지 순위를 정하고, 1위 5점, 2위 3점, 3위 2점, 그리고 4위 1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가장 마지막 바퀴 스프린트에서는 1위 10점, 2위 6점, 3위 4점, 4위 2점을 부여한다. 또 메인 그룹을 한바퀴 추월한 선수는 20점을 획득하고, 반대로 한바퀴 추월당한 선수는 20점을 깎는다.

감독·코치진이 꼽는 에이스는 3학년 동갑내기인 변동중 서희창 선수와 서중 곽두루 선수다.

서희창 선수는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단체스프린트와 단체추발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대전 중등부 성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우천으로 인해 경기 일정이 당겨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난조를 겪자 과감하게 개인종목을 포기하고, 팀경기에 매진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리더쉽과 희생정신까지 갖춘 선수라는 평가다.

곽두루 학생은 늦깎이 선수다. 자전거가 좋아서 뒤늦게 사이클부의 문을 두드린 케이스다. 작년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서중학교로 전학을 와서야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았는데 올해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개인추발 중장거리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두 선수는 1년에 한 번 선발하는 청소년대표에 뽑혀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는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하면서 기라성 같은 성인부 선배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경험도 했다.

대전 서중과 변동중 자건거 연합팀은 새내기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전국에서 딱 5명만 뽑는 꿈나무대표에 1학년 백승국 학생(서중)과 권영비 학생(변동중)이 선발돼 대표팀 유티폼을 입는 영광을 누렸다.

그만큼 감코진은 즐거운 고민이 늘었다. 어린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성장하는 것과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좀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보이지 않는 '수고'에 대한 고민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면서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좀 롱런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거기서 더 큰 목표를 갖는다면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힘든 종목을 선택했지만 그 와중에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대전 서중학교 오민순 코치)

"학교가 소규모다 보니까 예산이 좀 많이 제한적이에요. 대전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많이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훈련할 수 잇는 장비들을 많이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게 자전거인데 자전거는 아이들마다 각각 신체에 맞게 피팅을 해야 합니다. 선수가 5명 있으면 5대가 있어야 되고, 10명 있으면 10대가 있어야 됩니다. 사실 그 비용을 학교에서 부담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대전교육청에 지원 요청을 할 때마다 장학사님들께서 선뜻 지원해 주셔서 운동을 원활하게 잘 하고 있습니다."(최성신 감독)

감코진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최근 SNS를 통한 영상 업로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 학교스포츠에서 자전거종목은 초등부가 없다. 때문에 사이클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시작할 지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도 저희 서중학교나 변동중 자전거부를 알릴 만한 것들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를 하나 만들었고, 다음 카페를 만들어서 운영 중입니다. 인스타나 다음 카페에 오시면 훈련 영상이나 대회 영상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를 중학교 사이클부에 보내는데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또 학생들에게도 사이클은 이런 운동이다, 이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대회를 한다는 등 영상을 찍어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최성신 감독)

대전서중 오민순 코치가 중등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엘리트 학생 선수들의 힘찬 페달은 대전 월평사이클경기장 트랙을 수없이 돌며 기록 단축에 여념이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감코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에 발맞춰 내일의 대한민국 사이클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 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이클 페달을 밟을까?

"사이클은 좀 스릴이 있는 것 같아요. 속도감을 느끼면서 시원하게 나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제가 실력이 조금 딸리는 건지 안 되는 건지 기록경기에서는 메달도 있긴 하지만 자신감이 좀 없습니다. 대신 다 같이 타면서 경쟁하는 경기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훈련은 여기 월평사이클장이나 벨로드롬에서 하는데 여름에는 트랙 위주로 적응하면서 훈련을 하고, 겨울에는 도로도 나가고, 체력 훈련을 하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훈련 강도는 많이 힘듭니다. 올해는 일단 중등부 시합은 다 끝났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데 저번 주에 시합이 끝나서 되게 시원 섭섭한데 내년에 잘 준비해서 동계 때 열심히 해서 고등부에서 꼭 첫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변동중학교 서희창 선수)

"안녕하세요. 저는 친구 따라서 취미로 자전거 타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선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조금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좀 많이 무서워서 훈련할 때도 많이 방해 요소가 됐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해서 잘 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계훈련 때 많이 힘들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것이 추억이 되더라구요. 새로 고등학교 진학해서 하는 동계훈련은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 기량을 늘려서 주니어 대표에 선발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서중 곽두루 선수)

​대전 사이클 중학생 선수들은 오늘도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대전 서중학교, 변동중학교 중등부 사이클 연합팀의 금빛 레이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땀과 열정으로 이겨내는 어린 선수들의 질주에 감독 코치진은 대견스럽기만 하다. 대전서중 최성신 감독은 최근 SNS 훈련 영상 업로드를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은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대전 사이클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땀과 열정으로 이겨내는 어린 선수들의 질주에 감독 코치진은 대견스럽기만 하다. 대전서중 최성신 감독은 최근 SNS 훈련 영상 업로드를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은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대전 사이클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