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단과 함께 하는 교실 속 NIE, ‘역사 진로직업 체험’, ⑩-2. 금속활자, 지적 재산권 시대의 문을 열다.
학생기자단과 함께 하는 교실 속 NIE, ‘역사 진로직업 체험’, ⑩-2. 금속활자, 지적 재산권 시대의 문을 열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8.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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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2. 금속활자, 지적 재산권 시대의 문을 열다.

교육사랑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역신문활용교육의 일환으로 '교육사랑신문 학생기자단과 함께 하는 교실 속 NIE, 역사 진로직업 체험'을 총 12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직업과 생애를 통해 오늘을 사는 학생·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진로와 직업의 세계를 풍부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열 번째 주제는 '인쇄술과 지식 재산'입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인쇄술은 어떻게 발전했고, 지식 재산은 어떻게 보호받고 공유됐는지 학생기자들과 함께 살펴봤습니다.<편집자 주>

활자 인쇄술은 중국 송나라의 필승(畢昇)이 발명했다. 점토 위에 글씨를 반대로 새기고, 불에 구워 단단하게 한 뒤 활자판 위에 배열해 밀랍으로 고정해서 인쇄했다.

인쇄술은 발전을 거듭해 목판활자가 개발됐고, 원나라 때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로 전파됐다. 이후 실크로드를 거쳐 유럽에 알려졌다. 현재 남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은 지난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금동사리함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도굴꾼에 의해 훼손된 불국사 석가탑을 해체 복원하던 중에 발견됐다. 국보 제126호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도굴꾼에 의해 훼손된 불국사 석가탑을 해체 복원하던 중에 발견됐다. 국보 제126호다.

다라니경은 두루마리 1축(軸)으로 너비 약 8㎝, 전체 길이 약 620㎝이며 출간 연대는 서기 700년에서 751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유는 당나라 측천무후가 집권한 15년간만 사용됐던 새로운 한자 4개가 경문에 있고, 석가탑이 세워진 751년을 하한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세계 최고(最古)로 꼽히던 일본의 '백만탑대다라니경(서기 770년 인쇄)' 보다 수십 년 앞선 제작 연대다.

한국의 뛰어난 목판 인쇄술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고려 팔만대장경에서도 엿볼 수 있다. 팔만대장경은 총 8만 1258개의 목판 양면에 부처의 법문(法門)을 새겨 넣은 것으로 고려 고종 38년(1251)에 완성했다. 이보다 앞서 현종 때 '초조대장경판'을 제작했는데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됐고, 다시 만들었다는 뜻으로 '재조대장경판(再雕大藏經板)'으로 부르기도 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해인사에 있는 장경판전은 오직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각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해인사에 있는 장경판전은 오직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각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팔만대장경판은 초조대장경인 북송(北宋)의 관판대장경(官板大藏經)과 거란판대장경(契丹板大藏經)의 내용을 알 수 있고, 내용이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12세기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한 활판 인쇄술을 개발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복(㠅·뒤집힐 복)' 활자가 증거다. 가로 세로 1cm인 작은 금속활자 한 점이 우리나라에 단 하나 있는 12세기 고려 금속활자다. 북한에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전(顚·이마 전)'자를 비롯해 총 5점의 금속활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려 금속활자인 ‘복’ 활자는 고려에서 유행했던 ‘송설체’ 계열이면서 개성에서 출토된 점 등으로 12세기 고려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려 금속활자인 ‘복’ 활자는 고려에서 유행했던 ‘송설체’ 계열이면서 개성에서 출토된 점 등으로 12세기 고려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금속활자는 목판 인쇄의 단점인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개발됐다. 목판에 새겨진 글자는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금속활자는 글자를 한 자 한 자 미리 만들어 놓고, 짜 맞추었기 때문에 필요한 책을 언제든지 인쇄할 수가 있었다.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은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과 1234년에 제작된 '상정고금예문' 등이 있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은 1377년에 간행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줄여서 '직지심체요절' 또는 '직지'라고 부르는 책이다.

'직지심체요절'은 승려 경한(景閑·백운화상)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상하 2권으로 되어 있다. 고려 우왕 때인 1377년에 인쇄된 금속 활자본이다.
'직지심체요절'은 승려 경한(景閑·백운화상)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상하 2권으로 되어 있다. 고려 우왕 때인 1377년에 인쇄된 금속 활자본이다.

서양에서는 1445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서양의 인쇄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눈을 뜨게 된다. 금속활자는 일주일에 500권의 인쇄를 가능하게 했고, 유럽 전역에 약 8만 권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 유럽 사회는 누구나 폭넓은 지식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15년 서울대학교 규장각은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라는 전시회다. 정조 때 들여온 백과사전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부터 고종 때 유입된 월간지 '만국공보(萬國公報)'까지 전근대와 근대를 망라한 규장각 소장 문헌을 공개했다. 문헌의 종류도 중국의 주자학, 양명학, 고증학 등 유학 서적은 물론 당대 서양의 최신 전자기학, 화학, 물리학 서적, 지리학과 유서학, 역산과 수학, 문학과 예술 등 116점의 세계 지식을 선보였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지난 2015년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지난 2015년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서울대 규장각은 ‘우리 안에 있는 오래전의 세계에 관한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책을 창구로 삼아 세계와 소통하며 성장해 온 조선의 과거 노력을 되새기는 자리라는 것이다. 규장각을 세운 정조도 고루한 식견을 깨고 새로운 사고를 키우는데 책처럼 좋은 것이 없다고 늘 강조했다.

조선은 중국을 통해 세계의 지식을 들여왔다. 그리고 조선 사회는 중국발 세계지식과 일본발 세계지식이 경합했다. 하지만 조선 사회는 한문으로 번역된 지식과 서양어로 기록된 본래의 지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7세기부터 뛰어난 목판 인쇄술을 사용했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하고도 지식 공유를 통한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특별전시회에서 선보인 규장각이 소장 문헌들은 당대의 동서양 지식을 망라한다. 조선은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려 했지만 지식 공유를 통한 근대화에는 실패했다.
특별전시회에서 선보인 규장각이 소장 문헌들은 당대의 동서양 지식을 망라한다. 조선은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려 했지만 지식 공유를 통한 근대화에는 실패했다.

반면 유럽 사회는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처음부터 창작물에 대한 권리에 주목했다. 여전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지만 넘쳐나는 출판물을 억제할 필요성을 깨달았고, '인쇄특권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누구나 인쇄 배포할 수 있었던 공공재인 책에 대한 권리를 저

작자가 아닌 출판업자에게 넘겨주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결국 1710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앤 여왕 법'이 공표되는 징검다리가 됐다. 본격적인 카피라이트(Copyright), 지적 재산권의 시대가 시작됐다.

오늘날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설립조약 제2조8항에 '지적 재산권'이란 문학·예술 및 과학적 저작물, 실연자의 실연, 음반 및 방송, 인간 노력에 의한 모든 분야에서의 발명, 과학적 발견, 디자인, 상표, 서비스표, 상호 및 기타의 명칭, 부정경쟁으로부터의 보호 등에 관련된 권리와 그밖에 산업, 과학, 문학 또는 예술분야의 지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인간의 정신적인 창작물을 거의 포함하고, 산업발달과 함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에 대한 특허가 중요한 재산으로 인식되면서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에도 지적 재산권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피라이트(지적 재산권)에 반대해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카피레프트(copyleft)다. 사진출처=ozy.com
카피라이트(지적 재산권)에 반대해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카피레프트(copyleft)다. 사진출처=ozy.com

그래서 주목받는 직업이 변리사(辨理士)다. 변리사는 이름 그대로 '어떤 문제를 분별해서 다스리는 사람'이다. 지적 재산권을 등록해 주는 법률 전문가이면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보안관 역할을 한다.

변리사는 출원업무와 분쟁업무를 주로 다룬다. 출원업무는 개인이나 기업이 발명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 상표 등에 대한 특허권을 얻을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도와주는 일이다. 분쟁업무은 지적 재산권의 침해와 소유권 다툼에 대해 변호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모든 직종에서 두드러진 특징이 국제화다. 변리사의 업무도 국제 특허 및 국제 특허 분쟁 등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변리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외국어 능력은 필수다. 또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는 힘과 발명자의 기술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분석력, 특허 재판을 진행할 때 대리인을 대신해서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는 말하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변리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명을 낳은 언어를 기록하는 문자를 찍어내는 인쇄술에서 비롯된 세상의 모든 지적 재산권을 다루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