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야구野설] LG 트윈스 '29년 만의' 2023 KBO리그 통합우승에 부쳐
[박용진의 야구野설] LG 트윈스 '29년 만의' 2023 KBO리그 통합우승에 부쳐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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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영웅은 선수들이다. 많은 영웅을 탄생시킨 2023 코리안시리즈. 

투수를 제외한 야수를 보면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 김현수, 홍창기, 오스틴 등 모두가 제각각의 특성이 다른 선수들이다. 9명 모두 강한 개성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코리안시리즈 우승은 이런 선수들을 구성해 준 LG트윈스 구단 프런트의 역할이 빛을 낸 것이다. Bunt, Hit and Run, Steal, Defense, Home Run, Mental 부분에 상당히 뛰어나 코리안시리즈를 감동적인 경기를 펼쳐 빛나게 했다.

감독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자꾸 감독이 영웅이 되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하며 언론들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영웅은 선수다'라는 확고부동한 철학을 가져야 훌륭한 감독이 된다. 

감독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공연히 주무르다가 망쳐놓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야구란 무엇인가에 나온 말을 예로 들어보면, 감독은 팀의 승패를 얼마나 좌우할 수 있는가?

1년에 10승쯤? 20승? 2승? 아니면 누가 맡아도 전혀 차이가 없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1964년 봄 플로리다에서 빌 화이트Bill White가 촌철살인으로 던진 말이 모범 답안이다. 당시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루를 맡는 팀 내 최고참 선수였고 요기베라는 1년 계약으로 양키스에서 막 감독을 시작하던 참이었다.

선수로서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던 요기베라가 감독으로서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화이트의 답변은 지당했다.

질문은 이랬다. "감독은 팀 성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화이트의 답변은 "그거야 감독 나름이죠"였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애매모호한 대답 같지만, 그거야말로 의미심장한 정답이었던 것이다

어떤 감독은 차이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어떤 감독은 질뻔한 게임을 몇 차례 승리로 바꿔놓는다. 어떤 감독은 가만히 내버려 두었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공연히 주무르다가 망쳐놓는다. 문제는 시험 대상에 오른 감독이 어떻게 팀을 이끄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독은 팀 승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연간 풀시즌을 치르면서 각 팀이 보유한 기본 전력이 성적에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감독이 동일한 결정을 내리거나, 누가 감독을 맡건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수들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뭉뚱그린 전력으로 본다면 스타일이 다른 감독이 팀을 이끈다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는 얘기다.

감독을 한 필자도 한 때는 영웅이 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감독이 영웅이 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낡은 구시대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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