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적성 고민하는 고1 학생들의 꿈 '재부팅' 기회 제공...12년 째 '으뜸 교육정책' 손꼽혀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숫자(점수)와 문자(고교 이력)다. 대학들은 지적호기심과 계열적합성, 인성(협업능력) 등을 두루 갖춘 'T'자형 인재를 원한다. 단순한 팔방미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찌감치 진로적성을 뚜렷하게 정한 뒤 숫자와 문자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학생을 뽑고 싶어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대전시교육청의 대입 정책도 분주하다.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니즈에 적극 대처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5회에 걸쳐 대전시교육청의 대입 진로진학 및 학력 신장 캠페인을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❶ 2025학년도 대입전형의 특징과 이해
❷ 교육청 '꿈길키움' 전환기 진로캠프, "꿈 꾸는 학생들의 진로탐색 길라잡이"
❸ 대전형 사교육절감학교, '전국 최고' 행복한 교육공동체 밑거름
❹ 진로 변경 전입학제, "학생들의 꿈과 끼, 멈추지 않는다"
❺ 2025학년도 수시모집의 특징과 지원전략

나이별로 이칭(異稱)이 있다. 숫자를 달리 부르는 명칭인데 약관(弱冠)이니 방년(芳年)이니 하는 말들이 예다.
약관은 갓을 쓸 때가 된 나이이고, 방년은 꽃다운 나이를 의미한다. 둘 다 스무살 남녀에게 붙는다.
청소년에게 딱 들어맞는 나이별 이칭은 지학(志學)이 있다. 말 그대로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라는 의미다. 우리 나이로 중학교 2학년인 15세를 가르키는데 요즘 중2 학생들이 '질풍노도의 중2병'을 앓는 것을 감안하면 되새겨 볼 이칭이다.
15세 학생들이 학문에 뜻을 두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중학교 때 자신의 꿈과 끼를 탐색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심화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는 프로세스다.
문제는 과연 열다섯살 무렵에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시·도별로 한 해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있다. 때문에 중학생 시절의 막연한 진로희망으로 인문계고교와 실업계고교 진학을 결정한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자퇴(학업중단)로 이어진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적 대안으로 나온 것이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실시한 '진로변경전입학제도'다.
올해 12년째를 맞은 진로변경전입학제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계열 변경 전입학'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제공함으로써 삶의 방향을 재설계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진로변경전입학제 도입 이후 12년 동안 무려 900여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에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다시 설정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교육정책으로 손꼽힌다.

■ 타 계열 고등학교로의 진로 변경 기회 제공
고등학교 과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를 마친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바탕으로 진학과 취업 등의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단계다.
고등학교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적성과 흥미 등을 고려하여 고등학교를 결정하게 된다.
특수목적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자율형 고등학교, 일반고등학교 등 다양한 고교 유형 만큼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전교육청 중등교육과 길영주 장학사는 "진로변경전입학제도는 잘못된 진로 선택이나 기타 다양한 이유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는 학생들에게 두 번째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며 "일반고 및 특성화고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기말에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여 다른 계열의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 올해 진로변경전입학제 어떻게 실시되나?
진로변경전입학제는 고교 생활을 시작한 뒤 학생들의 판단에 따라 진행된다.
때문에 보통 1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난 4월 초 무렵에 대전교육청이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고한 뒤 해당 고등학교에 안내한다.
올해는 대전교육정보원에서 지난 5월 21일 고등학교 업무담당교사 협의회를 개최했다. 협의회에서는 진로변경전입학제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학교별 상담주간 운영(5월), 진로변경 희망학교 방문상담(6월) 등 구체적인 일정을 안내했다.
또 교감 및 업무담당부장,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진로변경전입학제 운영 및 개선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교 현장의 의견을 파악했다. 올해 의견수렴 결과는 개정안으로 정리돼 대전광역시전입학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한 후 행정예고를 거쳐 2025학년도부터 적용된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6월 11일부터 사흘 동안 학과 체험활동 및 교육과정 상담 기간을 운영했다. 75명의 학생들이 전입학을 희망하는 학교에 방문해 학교별로 준비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회를 가졌다.
7월 18일에서 22일까지 전입학 신청서를 접수해 학교별 결원 현황과 학생들의 희망 지망을 바탕으로 심사 과정을 거쳐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22명,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20명 등 올해 총 42명의 학생이 진로변경전입학을 통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게 됐다.

■ "두번째라 더욱 신중하게"...학교별 프로그램·상담 통해 전입학 희망학교 미리 만나보기
한번 고등학교 입학한 뒤 다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어서 학생들의 두 번째 선택은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대전교육청은 학생들의 이러한 고민과 선택을 돕기 위해 진로변경전입학 신청 전에 학교별로 교육과정에 관한 상담 및 특성화고등학교 학과체험을 실시했다.
대전관저고등학교를 비롯한 13개의 일반고는 학교 시설 투어 및 교육과정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해 일반고 전입학을 희망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도왔다.
대전지역 8개의 특성화고교에서는 총 19개 학과의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대전국제통상고등학교는 국제통상과, 사무행정과, 크리에이터과, 조리제빵과의 학과 전반에 대한 소개 및 취업·진학 현황을 설명하고, 교감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특성화고등학교의 장점 및 대전국제통상고등학교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다. 학생들은 조리실습실, 전산회계 실습실 등을 견학하고 에피타이져 요리 실습, 창업 텀블러 제작, 영상 기획안 작성 등을 체험했다.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는 전기과, 스마트기계과, 건축리모델링과, 친환경자동차과 및 드론지형정보과의 실습장 투어와 학과별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는 토탈미용과와 보건간호과를 선보였다.
이밖에 대전대성여자고등학교 경영회계과,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IT 콘텐츠과와 스마트경영과, 대전신일여자고등학교 경영계열, 계룡디지텍고등학교 정보통신과와 스마트제어과,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디지털설비과와 기계설계과 등이 학생들의 체험을 도왔다.
학과 체험 현장에서 유성생명과학고 진로변경전입학 업무담당 교사는 "학생 자신의 적성과 꿈을 위해 진로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전공 분야에 대한 이론과 기능이 없고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 12년 이어온 대전교육청의 노하우, 학생들의 전입학 후 학교적응 적극 지원
대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진로변경전입학제를 만들어 시행한 만큼 새로운 학교에 전입학한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방안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성화고에 전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8월 중 학교별 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고교 1학년 2학기 중에는 진로변경으로 인한 미이수 전문교과 이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한다.
또 일반고 및 자율형 공립고로 전입학한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개인별 맞춤형 상담활동을 제공하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진학컨설팅을 마련했다.
대전시교육청 조진형 중등교육과장은 "학업중단의 위기와 적응 문제를 겪는 학생들 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길을 찾는 학생들에게 진로변경전입학제가 변화의 중요한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현장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행정을 통해 진로변경 전입학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더욱 공정하고 효과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