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자연계열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로 인해 지난 2025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 선택자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과학탐구에 비해 학업 부담이 덜한 사회탐구 과목을 응시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무이다.
이같은 추세는 재수생 등 N수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입시전문기업 진학사의 진학닷컴은 2025학년도 수능에 재도전하면서 탐구 과목을 과탐에서 사탐으로 변경한 수험생들의 결과를 내놨다.
2024학년도와 2025학년도에 연속으로 수능에 응시하고, 진학닷컴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N수생 4만 1248명 중 15.5%에 해당하는 6410명이 소위 '사탐런'을 한 수험생으로 집계됐다.
2024학년도에는 과탐 과목으로 2과목을 응시했으나 2025학년도에는 한 과목 이상을 사탐으로 변경한 경우다. 사탐 1과목, 과탐 1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이 3170명, 두 과목을 모두 사탐으로 응시한 수험생은 3240명으로 조사됐다.

■ N수생 사탐런, "4등급에서 가장 많아"
성적대별로는 2024학년도 과탐 평균등급(소수점 절사)이 4등급이었던 수험생이 가장 많았다. 4등급→5등급→3등급 순으로 사탐런 수험생이 많았으며, 성적이 낮을수록 2과목 모두를 사탐으로 전향한 인원이 많았다. 과탐 성적이 1-2등급이었던 수험생도 있었으나 비율은 높지 않았다.

■ 사탐런 N수생 중 71.7%가 탐구 평균등급 상승
사탐런 N수생의 2025학년도 탐구 영역 성적을 분석한 결과, 71.7%가 2024학년도에 비해 탐구 평균등급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탐 2과목을 유지한 N수생 중에서는 38.9%만 등급 상승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특히 탐구 2과목을 모두 사탐으로 변경하여 응시한 경우 77.6%가 이전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아 사탐런의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되었다.
■ 과탐 1등급 수험생, 사탐런 후 70% 이상이 등급 하락
모든 성적대에서 사탐런의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과탐 성적이 상위권이던 수험생의 상당수는 사탐런 후 탐구 등급이 떨어졌다.
특히 2024학년도에 과탐 평균 1등급을 받은 학생이 2025학년도에 사탐으로 변경해 응시한 경우, 등급이 하락한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1과목을 사탐으로 응시한 수험생의 64.9%, 두 과목 모두 사탐으로 변경한 수험생의 76.1%가 하락한 결과가 나왔다. 70% 넘는 인원(71.1%)이 과탐을 응시했던 2024학년도보나 낮은 등급을 받았다.
반면 2025학년도에도 과탐 2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은 절반 이상이 평균 1등급대를 유지했다. 과탐 1등급 학생에게는 사탐으로 변경한 과목이 많을수록 결과가 더 좋지 않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탐 성적이 2등급이었던 수험생 중에서도 3분의 1 가량(33.2%)은 사탐런 후 등급이 하락했다. 과탐 2과목을 유지한 수험생보다 하락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나마 2과목을 모두 사탐으로 변경한 경우에는 덜했지만, 등급을 높인 수험생 비율이 40% 정도에 그쳐 사탐런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사탐런, 신중히 고려해야
과탐 성적이 1등급이었던 수험생을 제외하면, 대체로 사탐으로 변경한 과목이 많을수록 탐구 등급을 올린 수험생의 비율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상승만으로 이들의 사탐런 전략이 성공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수의 대학이 정시에서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구 영역 반영비율까지 고려하면 가산점으로 인한 점수 차는 더 벌어진다. 또 강원대, 부산대, 전남대, 충북대 등 일부 지역거점국립대에서는 여전히 공대를 비롯한 여러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과탐을 지정하고 있다.
올해 사탐런 수험생들의 결과가 작년과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지도 미지수이다. 이번 6월 모의평가 접수 결과만 보더라도 사회∙과학탐구 응시자 중 사탐 선택자 비율은 작년 51.9%에서 59.7%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 수능에서는 사탐 응시자가 더 늘어날 것이고, 이는 사탐 등급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사탐으로 전향하여 탐구 성적을 올린 수험생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탐 과목을 사탐으로 변경하면서 학업 시간을 확보해 다른 과목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변수가 많은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탐런을 고민하기 전에 자신의 학습 성향, 대학별 지원 가능 여부, 가산점 등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히 따져본 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