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부 연계육성 차원 팀 창단 후 최정상까지 도약...올해 부산 전국체전 종합우승 '0순위'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어렵다. 엘리트체육은 확실한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면서도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하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서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 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 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15년의 역사를 가진 '볼링 명문' 대전노은고등학교 볼링부. 자타공인 전국 최강이다.
노은고 볼링부는 지난해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시체육회가 뽑은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수많은 경기단체 종목에서 딱 2개 팀에게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노은고 볼링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3월 제42회 대한볼링협회장배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5인조 2위를 시작으로 4월 제29회 대구시장기 전국남녀볼링대회 5인조 2위에 오르며 몸을 풀더니 6월 제25회 대한볼링협회장배에서 개인종합 1위와 2인조 3위를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어 9월 제43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단체대항전에서 개인전 2위, 10월 대망의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개인전 1위(이기리), 2인조 2위(조용준·이철민), 3인조 3위(이기리·이서진·이철민), 마스터즈 2위(조용준), 마스터즈 3위(이서진) 등 '금·은·동'을 휩쓸었다.
전국 최강의 실력은 올해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상을 차지한 선수들이 그대로 3학년 주축으로 성장했다.
이기리, 이서진, 조용준, 김태곤 등 3학년 유망주들은 올해도 3월 종별대회 5인조 1위와 4월 전국남녀볼링대회 2인조 1위에 오르며 명불허전의 실력을 뽐냈다.
엘리트 체육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올해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고등부 개인전과 단체전 등에서 '다관왕'과 '종합우승 0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 전국 최강 노은고, "전설의 시작은 2017"
노은고는 지난 2011년 창단 당시만 해도 초·중·고 볼링부 연계 육성 차원에서 팀을 꾸렸다. 정상을 차지한다는 욕심보다는 학생 엘리트 선수들을 대학과 실업팀으로 연계 육성하자는 일종의 의무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점차 두각을 나타내더니 각종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전삼천중, 외삼중, 장대중, 가오중학교 등에서 올라오는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연계 육성시스템 만이라도 제대로 가동하겠다는 '기본'이 통했다.
특히 2017년에는 제28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학생볼링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종합우승을 차지, 대전 남자고등부 볼링 역사에 전국 제패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당시 전국 제패의 주역인 박경록은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노민석·신준섭은 여전히 실업팀 선수로 활동하는 등 노은고가 전국 최고의 볼링 명문고로 자리매김하는 씨앗을 뿌렸다.
노은고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개성 강한 13명의 학생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각종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뽐내고 있다. 투핸드 8명, 원핸드 5명을 보유한 균형 있는 팀 운영으로 탈고교급 실력을 선보이며 강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탁월한 지도력과 개성 강한 선수들
노은고 볼링부는 전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서국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서국 코치는 은퇴 후 충남대학교에서 대학부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도해 누구보다 대전지역 볼링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코치 생활 등 풍부한 지도 경험을 갖고 있어 노은고 볼링부에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서국 코치는 학생 선수들인 만큼 이론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레인을 읽는 능력과 볼 선택 등 전반적인 경기운영 계획을 세울 줄 알아야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지론이다.
또 선수들 스스로 연습일지를 쓰도록 해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워주고 있다.
노은고 선수들을 살펴보면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투 핸드 선수와 원핸드 선수가 균형있게 배치됐다는 점이다.
원핸드 스타일은 전통적인 볼링 방식이다. 한 손만을 사용해 볼을 던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타겟을 노리기 쉽고, 회전력을 조절하기 유리하다. 다만, 한 손으로 볼을 다루니까 더 큰 힘이 필요하고, 어린 선수들의 경우에는 부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투핸드는 두 손으로 볼을 던지는 방식이다. 원핸드에 비해서 왼손 파지가 오른손 엄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부상 위험이 적다. 그만큼 힘은 덜 들면서도 강한 회전을 낼 수 있어 최근에는 프로 선수들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균형있게 원핸드와 투핸드 선수들을 운영하는 것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획일화된 투구가 아닌 선수들 각각에 맞는 투구를 자유롭게 지향하는 훈련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감독·코치진은 투구 폼을 교정하는 것보다 선수들 스스로가 편안하면서도 각자 추구하는 투구 폼으로 볼링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서국 코치)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어린선수들이기에 볼링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획일화된 지도보다 선수들 개성을 살리고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전국 최강 전설의 원동력, ‘원칙과 투명’
무리하게 성과를 내기 보다는 초·중·고교 학생 선수들의 연계 육성이라는 ‘기본 시스템’에 방점을 둔 노은고 볼링부는 대전지역 학생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 운동부라는 이미지는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입학하고, 실력을 키워 성장하는 학교 엘리트 체육의 전형이자 모범이 됐다.
특히 노은고 만의 볼링부 선수 선발 및 엔트리 운영시스템도 자랑이다. 여기에도 원칙과 투명이라는 기본이 작동한다.
"(구건모 감독·체육부장) 노은고 볼링부는 명확한 원칙과 투명성을 토대로 운영됩니다. 양궁 종목에서 국가대표 자체선발전이 국제대회 입상 보다 어렵다는 일화처럼 노은고 역시 학년과 상관없이 투명하게 성적만으로 엔트리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팀 구성원 서로가 이끌어 주고, 의지하는 훈련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노은고 성적의 비결은 재능있는 선수의 땀과 노력, 감독·코치진의 선진화된 지도력과 투명한 선수단 운영 시스템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인 셈이다.
학교와 대전교육청의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도 전력 상승의 숨은 원동력이다.
"(구건모 체육부장) 저희 노은고 볼링부는 전국적으로 많은이들에게 인정 받는 명문 학교입니다. 인성과 실력을 갖춘 학생선수 13명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서국 코치선생님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삭제) 정주일 교장선생님 이하 전교직원이 볼링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대전광역시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에서는 특별훈련비를 편성하여 각종 용품지원 및 훈련 환경을 개선하여 학생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님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는 볼링부 운영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대전은 전통적으로 볼링 종목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높은 지역이다. 그만큼 선수 육성에도 적극적인 지원과 선순환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전지역 두 개 대학교에서 볼링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학생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서국 코치) 현재 대전 만해도 두 곳의 대학이 볼링팀을 육성중입니다, 충남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 볼링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로 연계 육성해서 대학졸업 후 프로 및 실업선수로 활약중입니다."

■ "내일의 태극마크는 나야 나"...노은고 학생 선수들의 힘찬 파이팅
볼링은 격하게 뛰어다니는 스포츠가 아니다. 루틴에 따라 볼을 던져 레인 위의 핀을 쓰러트려 점수를 내는 운동이다보니 집중력과 순발력이 더 중요하다.
볼링의 장점은 단연 스트레스 해소다. 열개의 핀을 한 번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가 성공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가는 쾌감이 솟는다. 여기에 친구와 팀원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스포츠여서 친목을 다지고, 소통과 단합을 배우는 운동이어서 학생 스포츠로도 만점이다.
"(서국 코치) 볼링이 격렬한 운동은 아니지만 전신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며 꾸준히 하면 집중력과 순발력이 좋아지고, 시합 중에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소통과 단합을 배워가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면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단합하는 볼링의 매력은 학생 선수들에게 내일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적 목표까지 이뤄내고 있다.
대전노은고 볼링부 학생 선수들의 힘찬 파이팅은 저마다의 꿈을 향해 외치는 사자후다. 내일의 태극마크와 세계대회 정상 도전을 응원한다.
"(이기리. 3학년) 먼저 볼링을 시작한 세살 터울 누나 덕분에 자연스럽게 볼링에 관심이 생겼고,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미국 PBA 마샬켄트 선수가 롤모델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리듬과 밸런스, 타이밍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저의 주무기는 (플레이 스타일인데) 회전이 많지 않고, 스피드도 빠르진 않지만 정확도와 안정된 스페어 플레이로 기복이 없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5인조 금메달과 2인조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최종 목표는 (전국체전에서) 3학년 5명이 함께 5인조 금메달을 따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용준. 3학년) 볼링은 중학교때부터 취미로 쳤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어요. 제 롤모델은 미국 PBA에서 프로선수로 활동하고있는 예스퍼 스벤손입니다. 저와 같은 구질을 사용하고, 그의 커리어가 멋져서 롤모델로 삼고있습니다. 저는 왼손잡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고, 투핸드의 회전력을 이용해 많은 스트라이크를 치는 플레이가 주무기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제43회 대한볼링협회장배 남녀종별선수권볼링대회에서 5인조 금메달을 땄습니다. 앞으로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향후 대학에 진학한후 꾸준히 성적을 내서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이서진. 3학년) 저는 부모님이 볼링 동호회를 하셔서 따라다니면서 같이 볼링을 치면서 자연스레 재미가 붙었고, 재능이 있는 거 같아서 선수를 시작했습니다. 현 인천교통공사 소속 박종우 선수님이 제 롤모델입니다. 오랜 국가대표 생활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많은 메달을 땄으며 파워풀한 자세가 너무 일관성이 좋고, 저의 주무기인 높은 rpm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회전력으로 강한 rpm을 구사해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습니다. 강한 장타력이 주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5인조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아직 조금 미흡한 것 같지만 그동안 많은 메달들을 땄던 경험으로 올해 남은 대회들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고, 꼭 실업팀에 입단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