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서 '교차지원'은 서로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성적이 안 되거나 계열을 선택한 뒤 타계열에 속하는 학과로 변경하는 경우다.
교차지원이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은 건 문이과 통합수능이 실시된 2022학년도대입이 결정적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우위를 점하면서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하는 사례가 대거 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문이과 통합수능 이전인 2021학년도 입시까지는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하는 것은 드문 사례로 분류됐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백분위 사용 대학의 경우 같은 실력의 수험생이가도 백분위에서 문과가 이과보다 높게 나오기 때문에 이점이 없었다"며 " 전국에서 같은 등수라도 수학이나 탐구영역에서 인원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백분위에서는 문과가 이과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온다는 저도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하는 것을 꺼렸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지원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다. 과학탐구 과목들과 이과 수학 과목을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고, 학원이나 인터넷강의로 독학을 해야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는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하는 학생들로 인해 문과 학생들의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문과 침공'이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이과 학생들의 문과 교차지원이 트렌드가 됐다. 실제로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우위를 점하면서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한 경우가 지속됐다.
물론 자연계/인문계가 입시에서 어떤 유불리를 갖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뿐 '문과 침공' 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입시전문기업 진학사가 통합수능 4년차였던 지난해 2025학년도 정시전형에서 교차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자연계열 학생들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최상위권인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의 교차지원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 자연계열 학생들의 교차지원, 2025학년도 큰 폭 감소
진학사의 분석 대상은 과학탐구 응시자로 사회∙과학탐구 응시자 중 탐구 2과목을 모두 과탐으로 응시하거나, 사탐과 과탐을 각 1과목씩 응시한 수험생을 자연계열로 보았다. 미적분이나 기하 응시자를 자연계열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통합수능 이후 수학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이로 인해 전략적으로 미적분/기하를 응시하는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거점국립대를 포함한 60개 대학 정시모집에 실제로 지원한 대학을 진학닷컴에 공개한 수험생을 분석한 결과,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학생 중 과탐 2과목 또는 과탐+사탐 응시자의 비율은 2024학년도 34.53%에서 2025학년도에 29.97%로 줄었다.
통합수능 이후 자연계열 수험생의 교차지원이 해마다 조금씩 증가 추세를 보이다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수험생의 선호가 높은 서울권역 일부대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를 포함한 14개 대학의 교차지원 비율은 2023학년도 31.67%에서 2024학년도 44.19%로 크게 증가했다가, 2025학년도의 경우 41.19%로 감소했다.
교차지원은 해당년도의 수학 선택과목 간 점수 차이와 사탐, 과탐의 난이도 등에 따라 증감이 나타난다.
2024학년도에 미적분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 만점자의 표준점수보다 11점이 높았던 것에 비해 2025학년도에는 5점으로 점수 차이가 줄었고, 탐구영역의 경우 2025학년도 사탐이 어렵게 출제되어 표준점수가 전반적으로 높게 산출되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하는 것이 예년에 비해 유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학이나 탐구에 부여되는 가산점, 무전공 확대 등도 교차지원 감소에 또 다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차지원 비율도 큰 폭 하락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교차지원도 2024학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서강대와 한양대의 경우 2024학년도 크게 줄었던 교차지원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5학년도에 소위 말하는 ‘사탐런’ 자연계 수험생이 증가하면서, 교차지원에서도 사탐+과탐을 응시한 학생의 비율이 2024학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의 25.19%에 해당하는 학생이 자연계열이었다. 이는 2024학년도 44.06%보다 18.87%p 감소한 수치로, 의대 모집 정원 확대 등으로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하기보다는 상향/소신 지원을 택한 경향이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탐구변환표점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표준점수로 환산하는데, 사탐의 난도가 상승한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연세대 또한 교차지원 비율이 2024학년도 54.96%에서 2025학년도 34.14%로 크게 감소했다. 고려대는 61.04%에서 51.32%로 감소했다.
연세대의 교차지원 비율이 크게 감소한 이유로는, 사탐의 난도 상승과 함께 다른 대학들과 달리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 시 사탐에 가산점을 부여한 것을 들 수 있다.
고려대는 연세대와 달리 통합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사탐/과탐 각기 다른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했는데, 사탐의 난도 상승이 교차지원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나 경쟁대학인 연세대보다는 교차지원이 유리하여, 하락폭은 연세대보다 다소 작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성균관대도 교차지원율이 매우 크게 하락했다. 의대증원과 함께 모집단위별 선발인원이 많은 성균관대의 특성, 과탐에 부여되는 가산점, A/B유형 중 상위 성적을 반영하는 수능 산출방식 등으로 교차지원보다는 상향/소신 지원에 따른 합격 기대 심리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와 한양대의 교차지원 비율은 2024학년도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한양대의 교차지원이 매우 크게 증가했다. 한양대 교차지원 상승은 탐구 변환표준점수의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경쟁대학과 달리 백분위 간 변환표준점수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상향 지원을 고려하는 중상위권 학생의 교차지원이 매우 크게 늘어난 것이 교차지원 증가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통합변표 활용과 과탐 가산점 부여 대학 증가, 무전공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교차지원이 다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학과 탐구 선택과목 간 난이도와 대학별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법 등에 따라 교차지원 비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교차지원을 통해서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수험생의 심리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2025학년도와 같이 큰 폭으로 교차지원이 감소할 것이라 예단하기는 어렵다. 섣부른 유불리 판단보다는 수능 이후 교차지원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