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 특집] 내포 가야산의 기능 확장, '뉴노멀'에서 답을 찾다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 특집] 내포 가야산의 기능 확장, '뉴노멀'에서 답을 찾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11.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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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공주대 노희경 교수, "'빅데이터 활용 관광 메타버스 + 토픽 모델링'에 주목해야"

조선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이백리를 가다보면 가야산이 있는데 이 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이 바로 내포다"라고 썼다. 이중환이 가리킨 열 고을은 현재의 충남 예산, 덕산, 홍성, 결성, 서산, 해미, 태안, 당진, 면천, 신창(아산) 등이다. 모두 가야산의 사방(四方)에 위치한 고을이고, 충남도청소재지가 예산·홍성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내포신도시'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이유다. 올해 충남도는 내포신도시 개청 10주년이 된다. 지난 10년 동안 충남도는 15개 시·군을 아우르는 행정중심 신도시를 조성하고, 내포문화권의 정체성 확립에 구슬땀을 흘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포의 주산(主山)인 가야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관심은 미흡했다. 2023년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을 맞아 '내포의 주산(主山), 가야산의 문화관광 발전 및 기능 확장을 위한 제언'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세계화 시대다. 중국 우한에서 기침하면 전세계가 팬데믹에 걸리는 시대다.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을 소개할 때 거론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뉴노멀(New nomal)'이다.

뉴노멀은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보통의 평범함을 뜻하는 '노멀(nomal)'이 합쳐진 단어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평범한 상태의 기준'인 셈인데 좀더 심화하면 '위기 이전의 시대에 널리 퍼진 것과 다르게 위기 이후 새롭게 사회 경제적으로 자리 잡은 상태나 기준'이라는 뜻으로 설명된다.

뉴노멀이라는 용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충격적인 경제 상황을 언급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사건에 뉴노멀의 개념을 제시했는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나 2000년대 IT 버블 증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뉴노멀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쉬운 예로 팬데믹 전에는 마스크가 일상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필수적으로 착용하는게 노멀이 됐다.

사실 뉴노멀은 충청남도로서는 낯설지 않은 용어다.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지난 10년 동안 이미 뉴노멀을 겪어 왔다.

충남을 가로지르는 차령산맥을 기준으로 내포 충남도청 개청 이전에는 공주와 대전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가야산 인근에 위치한 서북권 내포 시·군들이 중심으로 도약했다.

충남도가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을 맞아 가야산의 문화관광 발전과 기능 확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뉴노멀에 답이 있다.

충청남도는 오랫동안 도청소재지였던 대전 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2012년 충남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청사를 이전했다. 올해는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이자 충청남도의 뉴노멀 10주년인 셈이다.
충청남도는 오랫동안 도청소재지였던 대전 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2012년 충남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청사를 이전했다. 올해는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이자 충청남도의 뉴노멀 10주년인 셈이다.

내포 일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사람 살 만한 곳이었다. 인구 소멸과 지방시대의 담론이 거론되는 현재 한국사람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작업은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내포의 주산인 가야산은 인근 차로 30분 이내에 갯벌과 바다, 온천(예산 덕산) 등 자연관광과 서산 해미읍성, 보원사지, 마애삼존불, 천하명당 남연군묘, 추사고택, 남당 한원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문화·종교 콘텐츠가 한가득이다. 기능 확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시작은 문화관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웰빙과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는 젊은 정주 인구의 유입을 위한 첫걸음이 가야산의 기능확장이다.

문제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점이다.

마침 국내 관광산업은 자연자원, 인문자원, 역사자원, 인공자원 등 순수관광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직접적인 벨류 체인인 호텔이나 여행운수업을 비롯해 간접적인 가치 사슬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유튜브나 네이버프리즘, 아프리카TV,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결합해 출시된 '실시간 랜선여행 패키지'나 호텔과 의류 대여업체가 협력해 여행지에서 입을 옷을 제공하는 '옷장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공유하기를 좋아하는 MZ세대의 니즈를 겨냥한 관광과 비관광분야의 협업은 관광업의 뉴노멀인 셈이다.

충남도와 내포 시·군들이 눈여겨 봐야 할 관광 분야의 뉴노멀은 또 있다. 토픽 모델링, 텍스트 마이닝, 뉴스 빅데이터, 관광분야 메타버스 등이다.

■ 토픽 모델링과 텍스트 마이닝

관광분야에서 토픽 모델링은 컨시어지와 같은 개념으로 풀이될 수 있다.

프랑스어에서 파생된 컨시어지(콘시에르주)는 호텔에서 손님에게 모든 서비스의 처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통칭한다. 마찬가지로 토픽 모델링은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관광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공주대 노희경 교수(관광경영학과)의 '토픽 모델링 기법을 활용한 음식관광 시장 세분화-소비자 추구편익을 중심으로'에 언급된 사례를 보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들의 53%가 음식 및 미식 탐방을 주요 이유로 꼽았고, 58%가 주요 참여 활동을 식도락 관광이라고 응답했지만 국내 음식관광지들은 관광객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에서 자기 지역의 음식자원 활용에만 초점을 두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면서 만족도와 지역내 부가가치 환원에 모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희경 교수는 결국 시장은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의 집합체라는 전제에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취향과 특성을 토대로 한 일대일 마케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다수의 세분 시장으로 구분하는 차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적인 마케팅에 수반되는 기법이 '토픽 모델링'과 '텍스트 마이닝'이다.

일단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은유사한 주제나 내용을 갖진 문서들을 군집화해 그룹화하는 기술이다. 신문기사나 리뷰, 인터뷰 등의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보다 정확도가 높다. 실제로 설문조사는 응답자의 태도와 행동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답변을 끌어내기 때문에 응답자의 표현되지 않은 내재된 욕구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토픽 모델링은 진화된 형태의 텍스트마이닝 기법이다. 비구조화된 텍스트의 혼합체로부터 의미있는 주제를 추출하는 확률모델 알고리즘이다. '토픽'이라는 용어 자체가 화제가 되는 키워드 혹은 키워드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를 의미한다. 관광 후기에서 높은 출현빈도를 보이는 토픽들은 관광객들이 특정 관광상품에 대해 갖는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토픽 모델링을 위한 리서치 분석 과정
토픽 모델링을 위한 리서치 분석 과정

이를테면 관광객들이 직접 작성한 소셜 미디어 속의 음식관광 후기에는 그들이 제공받거나 제공받지 못한 편익들에 대한 리뷰가 담겨있다. 음식관광 리뷰의 토픽이야 말로 관광객들이 음식관광에서 추구하는 '편익'이라고 해석할수 있다는 의미다.

노희경 교수는 토픽 모델링을 통해 국내 음식관광시장이 5개의 세분 시장(토픽)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각 세분 시장별 키워드를 근거로 소비자들이 음식관광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추구하고자 하는 '편익'을 '국내 음식 관광 시장'이라고 치환할 때 ▲전통-식문화체험 추구형 ▲유명-맛집·카페탐방 추구형 ▲실속-로컬푸드 추구형 ▲이색-길거리음식 추구형 ▲복합경험 추구형 등 5가지로 구분됐다는 설명이다.

■ 뉴스 빅데이터와 관광분야 메타버스

태어날 때부터 PC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을 접한 Z세대(1990년 중반~2010년대 초반)와 2011년 이후 출생한 α세대를 묶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도구이고,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생성하고 또다른 아바타 친구를 사귀면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멀티 페르소나(복수의 정체성)를 갖고 적극적이고 다방향 소통을 하면서 현실을 뛰어넘는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날 때부터 PC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들고 태어났다는 세대가 있다. 1990년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1년 이후 출생한 α세대다. 이들을 묶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한다.(이미지 출처=기획재정부 블로그)
우스갯소리로 PC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쥐고 태어났다는 세대가 있다. 1990년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1년 이후 출생한 α세대다. 이들을 묶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한다.(이미지 출처=기획재정부 블로그)

이들 디지털네이티브 세대는 노는 장소도 다르다. 웹과 인터넷 등 가상세계가 현실에 흡수된 '메타버스(Metaverse)'가 이들의 주요 놀이터다.

단적인 사례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당시 조 바이든 후보는 닌텐도 ‘동물의 숲’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선거 유세를 펼쳤고, 유권자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안경을 낀 채 유세 현장에 참여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대학교 입학식을 메타버스 환경에서 진행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관광분야에서도 메타버스 이슈는 뜨겁다. 서울시는 시민참여형 메타버스 형태의 서울드럼페스티벌, 서울창업허브, 어린이대공원 메타파크 개장, 서울 제야의 종 페스티벌 등을 개최했고, 경기 시흥시는 메타버스 홍보 플랫폼 ‘메타버스로 떠나는 시흥여행’을 구축했다.

전주시는 글로벌 전주관광 홍보를 위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to)를 활용해 전주의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과 첫마중길 등을 구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공주대 노희경 교수의 '뉴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분야 메타버스관련 이슈 분석' 논문은 주목할 대목이 있다.

우선 정부와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여행을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의 홍보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마인크래프트에 인천크래프트맵을 구축해 다양한 이벤트와 경험을 제공했고, 한국관광공사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글로벌 유저 2만명을 대상으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1위에 뽑힌 한강공원을 제페토에 구축했다.

인천관광공사는 한국관광공사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과 협업을 통해 온라인 관광상품 홍보관인 트래블 마켓을 개최했다.

개선점도 분명했다. 2021년 한해동안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메타버스 구축에 들인 예산은 100억원(50여건)에 달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했다.

논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노희경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구축된 관광도시 및 관광지 등을 디지털 하드웨어라고 하고, 해당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디지털 소프트웨어라고 할 때 현실 세계에서의 관광을 생각해보면 하드웨어만 구축돼 있는 관광지를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이유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현실세계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채워 넣는다. 그것은 가상세계도 마찬가지다"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관광도시 및 관광지를 구축하는 단계에 머물렀고, 디지털 하드웨어만 존재하다보니 메타버스의 아바타가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을 방문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지속적 확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공공분야에서는 지역의 특화 소재를 활용하는 등 차별성에 대한 논의와 메타버스 활용의 목적 및 필요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활용 플랫폼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소셜 빅데이터는 개인의 취향이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내용의 진실성과 진정성이 높다. 그만큼 주제 및 현상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특히 패턴 분석, 이슈에 대한 인지 분석, 트렌드의 변화 분석 및 미래의 특정 현상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행된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선행연구들을 정부와 대기업 등이 시민들의 인식 및 감정 분석,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관광분야의 뉴노멀인 토픽 모델링, 텍스트 마이닝, 뉴스 빅데이터, 관광분야 메타버스 등을 적용한 내포 가야산의 기능확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주대학교 노희경 교수
공주대학교 노희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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