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 특집] 내포 가야산, '관계인구' 유입으로 지방인구 소멸 해결할 '관광 보물창고'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 특집] 내포 가야산, '관계인구' 유입으로 지방인구 소멸 해결할 '관광 보물창고'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7.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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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안용주 선문대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인터뷰

조선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이백리를 가다보면 가야산이 있는데 이 산의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이 바로 내포다"라고 썼다. 이중환이 가리킨 열 고을은 현재의 충남 예산, 덕산, 홍성, 결성, 서산, 해미, 태안, 당진, 면천, 신창(아산) 등이다. 모두 가야산의 사방(四方)에 위치한 고을이고, 충남도청소재지가 예산·홍성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내포신도시'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이유다. 올해 충남도는 내포신도시 개청 10주년이 된다. 지난 10년 동안 충남도는 15개 시·군을 아우르는 행정중심 신도시를 조성하고, 내포문화권의 정체성 확립에 구슬땀을 흘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포의 주산(主山)인 가야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관심은 미흡했다. 2023년 내포 충남도청 개청 10주년을 맞아 '내포의 주산(主山), 가야산의 문화관광 발전 및 기능 확장을 위한 제언'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꿔놓았다. 재택근무가 낯설지 않게 되고, 여행이나 이동 수요가 크게 줄면서 요식업과 관광업에 큰 타격을 줬다.

반대로 엔데믹 시대가 되자 너도 나도 캐리어를 끌고 국내외 여행지를 찾고 있다. 전국의 공항과 항만은 연일 인산인해다. 한풀이를 하듯 여행에 나선다는 의미로 '보복여행'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관광업은 더이상 사전적으로만 '굴뚝 없는 공장'이 아니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차령산맥의 위아래로 서북부권역의 중공업·첨단산업과 동남권역의 농림축산업으로 산업 전반의 균형을 맞춘 충남도가 도청이 소재한 내포신도시와 가야산을 중심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하루빨리 눈을 떠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의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관광산업 현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750만명으로 역대 최대 외래관광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같은해 일본이 3188만명을 달성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말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제20차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를 열고 '신(新)시대 인바운드 활성화 액션 플랜'을 확정했다. 올해 3월 수립한 '관광입국추진 기본계획(2023-2025년)'의 후속 조치다.

일본 정부의 관광객 유치 전략과 정책의 키워드는 뚜렷하다. '지속 가능한 관광', '소비확대', '지방 유치 촉진'이다. 지난 3월 일본 내각부는 2025년도 관광 산업의 주요 목표치를 ▲지속가능한 관광지역 100개 지역 조성 노력(기존 2022년 12개 지역) ▲방일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 조기 5억엔 달성(기존 2019년 4.8조엔) ▲방일 외국인 관광객 단위 소비액 20만엔(기존 2019년 15만 9000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지방별 숙박기간 2박(기존 2019년 1.4박)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 2019년 수준 이상(기존 2019년 3188만명) 등으로 결정했다.

정부 차원의 거시적 관광산업 육성과 별개로 충남도가 주목할 것은 일본의 각 지자체가 내놓는 관광전략이다.

책 <관광을 통한 지역 만들기 성공 사례집>을 집필한 선문대학교 안용주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는 "한국보다 앞서 지방 인구 소멸에 직면했던 일본의 지자체들은 관광을 통한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마을 만들기)' 성공 사례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위 카테고리의 성공이 정부 차원의 관광입국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충남도 역시 내포 가야산이 가진 무궁무진한 인문·역사·종교 스토리를 관광자원화할 때 '관계인구' 유입을 통한 지방인구 소멸까지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용주 교수는 일본통(通)이면서 관광산업 전문가다. 선문대 관광레저문화연구소장, 지방관광연구소장, 다문화정책연구소장과 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등을 맡고 있고, 대전마케팅공사의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안 교수의 책 <관광을 통한 지역 만들기 성공 사례집>의 부제가 '관광이 바꿀수 있는 우리 지역의 오늘, 그리고 놀라운 내일 일본편'인 것처럼 지방인구 소멸과 관광산업 연계를 선구적으로 연구했다. 아래는 안용주 교수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사랑신문은 충청남도와 함께 내포의 주산 가야산의 문화관광 발전 및 기능 확장을 위한 특별기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충남도는 올해 내포 도청 개청 10주년을 맞아 내포의 주산인 가야산을 역사·인문·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구상을 펴고 있습니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충남 내포 일원의 관광산업 발전 가능성과 어떤 것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는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가야산은 충남 서산시와 예산군을 끼고 있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산입니다. 해발 678m로 산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가야산이 품고 있는 역사(스토리)성은 전국적인 것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야산이 품고 있는 수덕사는 스토리성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포(內浦)라는 지역은 고려 공민왕때 지어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곳에 충청남도 행정의 핵심인 도청이 자리잡으면서 내포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내포신도시는 서북쪽으로는 가야산, 남쪽으로 오서산과 칠갑산, 동쪽으로 도고산, 영인산으로 둘러쌓인 넓은 평야지역으로 옛날부터 곡창지대로 알려진 곳입니다. 내포평야(현 예당평야)를 바탕으로 하는 풍부한 곡물을 중심으로 발전한 내포지역은 천주교의 보급으로 곳곳에 교우촌(敎友村)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조선 정부의 각종 박해로 인해 천주교의 산실로 자리잡았습니다. 또 곳곳에 발달한 포구를 통한 해상교통이 발달함으로써 중국과의 교역도 활발했습니다. 때문에 가장 먼저 천주교가 보급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충남에는 서산, 예산, 당진 등에 천주교 관련 성지가 있고,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진의 솔뫼성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 뜻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야산을 품고 있는 내포지역을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메인 포인트를 불교자원, 천주교자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동학,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유학을 연결하는 콘텐츠를 통해 내포의 관광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산재한 인문역사문화 재료를 관광업으로 연결한 국내외 성공 사례가 있나요?

"전국적으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기본 바탕은 모두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인문콘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경북 안동의 '유교랜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안동은 유교문화를 통해 세계문화교류중심지로 우뚝 서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세계유교컨벤션센터,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박물관 등 유교와 관련된 각종 콘텐츠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유교랜드 등 지나친 시설투자로 인한 전시행정이 초래한 만성적자와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한 적자 누적 등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웠지만 유교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려고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다만, 초기의 성공적인 성과가 오히려 전시행정 혹은 탁상행정과 정치적 타협 등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진 결과가 됐고, 결과적으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게 된 것은 관광산업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30년 일찍 관광 산업에 방점을 두고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한해에 3000만명이 찾는 관광대국이 됐습니다. 일본에서 충남 내포의 가야산처럼 인문·역사·문화 자원을 축으로 관광에 성공한 사례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일본이나 한국 혹은 중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본적 전략상품은 역사에 기반한 콘텐츠 개발입니다. 물론 해당 국가가 가지고 있는 산업이나 특수한 자연자원이 콘텐츠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관광자원의 가장 기본에는 역사에 스토리를 입힌 콘텐츠가 메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디오 중심 세계에서 비디오 중심 시대로 전환되면서 눈에 보이는 시각효과를 배제하기는 어렵고, 인문·역사자원에 스토리를 입힘으로써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공식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시라카와고(白川鄕)는 좋은 수범사례입니다. 제 책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 성공 사례. 2019>에서도 소개한 내용입니다만 '갓쇼즈쿠리(合掌造り.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양의 지붕)'라는 독특한 형식의 가옥으로 만들어진 마을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붕을 개량하고, 보존하면서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생활형식을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발전시켰습니다. 지붕을 교체하는 행사, 불을 끄는 모의 소방행사 등 일상에서 늘 하는 일이지만, 전통방식을 고수함으로써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포장했고, 관광객에게 흥미와 즐거움, 체험을 통한 추억만들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재방문율을 높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나고야에서 자동차로 2시간 15분이나 떨어진 곳이어서 사시사철 교통이 불편합니다. 주민도 600명에 불과한 시골마을입니다. 그런데도 연간 180만명이 찾고 있고, 60-80%가 외국 관광객일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방문객이 몰리다 보니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전면 사전예약제로 운영했을 정도입니다."

일본 시라카와고에서 실시하는 ‘화재방재훈련’ 모습. 이 마을의 소방방재단에는 고령자는 물론 마을의 어린이들까지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있다.(사진 출처=일본 관광사이트)
시라카와고는 나고야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떨어진 주민 600명의 격오지 마을이지만 연간 18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 관광산업에서 인문·역사·문화는 공동체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역할이 묻어나면서도 예술이나 콘텐츠처럼 독특한 영역(sector)으로서의 역할도 갖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층위를 고려하면서 '문화' 등이 관광산업 구축에 기여하는 양태와 방식을 탐색하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포 가야산의 관광 자원을 제대로 상품화하려면 기존의 '문화' 개념과 '문화정책'을 좀더 총체적인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것이 고려된 일본의 성공 사례가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매우 깊이 있는 질문입니다. 우선 인문·역사·문화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기능은 동의합니다. 다만, 정부의 행정조직에 대한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는 관광 담당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명칭을 갖고 있습니다. 2008년 정부조직법에 의해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통합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설된 이래로 15년이 넘게 문화, 체육, 관광이라는 매우 성격이 다른 부처가 한 식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 가지 각기 다른 성격을 억지로 묶어 놓은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치 문화, 체육, 관광이 한 몸인 것처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관광 콘텐츠에는 일정부분 문화와 체육이 동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관광은 수익창출을 기반으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부분과 동기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전통문화 등 문화를 기반으로 관광산업은 꽃을 피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화와 체육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와 공공서비스에 기반하는 부분을 더 많이 강조할 필요가 있는 산업입니다. 일본의 경우, 산업으로서의 관광을 독립화시키기 위해 국토교통성 산하에 관광청(2008년)을 신설하고,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관광산업 측면을 강화시켜왔습니다. 일본관광청의 비전은 '관광입국(觀光立國)'입니다. 경제파급효과가 매우 큰 관광산업을 통해 일본의 국력을 신장시킨다는 비전을 걸고 정부, 산업계, 민간, 지자체 등이 함께 손발을 맞춰 관광진흥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재부흥전략',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비전' 등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함께 2018년에는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2023년 3월에 결정한 정부의 '관광입국추진 기본계획'은 지속가능한 관광, 관광소비액 확대, '지방관광객 유치촉진'의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광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내포를 중심으로하는 가야산 일원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발굴하고, 콘텐츠화를 통해 충남의 관광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관광'에 포커스를 맞춘 콘트롤타워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선8기에서 충남관광재단을 충남문화재단과 병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된 점은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성격이 다른 문화와 관광을 같은 조직에서 동시에 성공시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조직의 힘을 어느 한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스토리를 입혀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충남으로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광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일본의 경우, 관광을 통해 인구소멸 지역을 되살리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습니까? 충남도내 15개 시·군 가운데 10곳이 소멸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고, 이런 인구 감소 시대에 관광산업은 소지역의 인구문제를 해결할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나 인구소멸을 해결한 사례를 알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베이비부머시대(1955-1963)는 연간 100만명씩 약 1000만명의 출산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연간 출생자수가 2021년 81만 1604명, 2022년 77만 747명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같은 기간 27만2337명, 24만9000명으로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고, 사망자 수는 37만28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자연감소가 심각합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광산업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킨다고 자연인구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의 인구증대를 꾀하기 보다는 관광을 통한 지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인구'(특정 지역에 이주 혹은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입니다. 매력적인 관광자원은 지속적으로 지역과의 관계를 형성시키고, 유지시킴으로서 지역의 특산물 해소는 물로 지역으로의 방문객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6차산업의 본거지인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노력이 각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라현 아스카무라(奈良県明日香村)에서는 '아스카 오너 제도'를 만들어서 일정 회비를 지불하면, 아스카마을에 있는 계단식 논, 술, 유실수 등의 오너가 될 수 있고, 모내기, 추수와 같은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증가와 인구감소로 인해 나날히 증가하고 있는 유휴경작지 등을 해소하는데 '아스카 오너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홋카이도 다테시(北海道 伊達市)는 다테시민이 아닌 누구나 '마음의 다테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다테시민 주민증', '마음의 다테시민 명함', 연 2회의 정보지를 전달합니다. 또 '마음의 다테시민세(회비)'를 지불하면 지역의 특산품을 전달 받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크고 작은 관광 전략이 각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의 경우, 주민이나 민간단체 주도의 바텀업(Bottom Up)이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래서 내포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발전에는 마을단위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포 가야산 일원은 마을을 잘 이해하고 있는 뜻 있는 주민들이 작게 시작해도 얼마든지 지속가능한 관광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 내포 충남도청의 주산인 가야산이 국내외에 어필할 만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속적인 마케팅 및 홍보 전략이 중요하고, 가야산 주변의 정주여건이나 음식 및 숙박시설의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지자체의 행정지원과 협력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충남도가 가야산 중심의 관광 산업의 기능을 확장시키기 위해 참고할 만한 일본의 사례가 궁금합니다.

"책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 성공사례>에서 일부 소개했습니다만, 일본의 중부 북쪽에 있는 지방에서 진행하고 있는 '쇼류도(昇龍道) 프로젝트'가 적절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쇼류도(昇龍道)는 중부의 북쪽지역의 노토반도(能登半島)의 형태가 마치 용의 머리 형태에 닯았다는데에서 용(龍)이 승천(昇天)하는 모양을 본따 여러 기초 지자체를 쇼류도(昇龍道)라는 이름으로 관광벨트화한 것입니다. 쇼류도는 각 지자체에 전승되고 있는 전설과 축제, 지명 등을 온천 등의 자연환경과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역사문화자원, 건조물 등을 묶어 스토리를 만들고, 지역의 특색있는 요리 등을 연계해 관광 자원화에 성공했습니다. 또 기초단위 지자체의 홍보 역량의 한계를 '관광자원', '농림수산자원', '산업자원' 등을 갖춘 업계와 손을 잡음으로써 시너지를 낸 사례로 유명합니다. 각 기초 지자체가 갖고 있는 역량(예산, 인력 등) 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서 상생발전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쇼류도 후리패스(free pass·자유이용권)'를 사면 나고야-토야마현-나가노현-기후현-후쿠이현-이시카와현-카나자와현의 모든 관광명소를 기간 내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가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성공포인트입니다."

일본 소류도 관광벨트는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나고야, 토야마현, 나가노현, 기후현, 후쿠이현, 이시카와현, 가나자와현 등 벨트 내 광역지자체를 모두 여행하는 협력모델도 눈길을 끈다.

- 내포 가야산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불교, 유교, 개신교 등을 망라하는 종교적 유산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이런 특수성 뿐만 아니라 풍수적으로도 세계의 자미원, 천하 명당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도 갖추고 있어 충남도와 예산군이 가야산 중심의 관광산업 발전과 함께 또다른 기능확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오도이촌(五都二村·주중 닷새는 도시, 이틀은 시골에서 지내는 생활)' 방식의 세컨드하우스 휴양도시 개념도 주목됩니다. MZ세대의 경우, 공유별장 주택에 관심이 많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내포 가야산이 체류형 관광지를 넘어 정주형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다면 청년인구 유입과 가야산 주변 농촌마을의 빈집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슷한 성공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가 성공해야 하고,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방의 인구소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주 인구의 증대가 어렵더라도 관광을 통해 지역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관계인구는 증가하게 됩니다. 지역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낙수효과를 통한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도 견실해지고, 자연스럽게 도시로 빠져 나가던 청년인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됩니다. 최근 모 지방자치단체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 농촌의 빈집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 빈집이 생기면 반드시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소개했고, 빈집이 오래동안 방치되면 지자체에서 빈집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등 빈집에 대한 활용과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일본 교토시에서는 방치되는 빈집을 관리하기 위해 '비거주 주택 활용 촉진세(非居住 住宅 利活用 促進税, 2022) 조례'를 통과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6월 부여군이 빈집세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관광분야에서도 방치된 채 미관을 해치고, 지역민의 안전과 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빈집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내포 가야산 뿐만 아니라 충남의 각 시군에서 고민해 볼 관광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내포 가야산의 문화관광 발전과 기능 확장을 위해 충남도가 해야 할 정책적 뒷받침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관광을 산업이라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려면 단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충남도가 초빙하는) 관광전문가는 관광에 대한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지역관광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이 더 필요합니다. 단순히 '행정의 달인'이 아니라 정책이 지역경제환경에 어떻게 적용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업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국내 지자체의 관광정책을 움직이는 콘트롤타워에는 대부분 정부의 관광관련 공무원이 포진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관광정책을 경험했다고 지역관광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실제로 어떤 정책을 해당 지역에 맞게 펼칠 수 있는지, 또 지역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어떻게 적용이 가능한지를 고민해 온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가야산과 내포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성은 매우 가치있는 콘텐츠가 가득합니다. 수덕사만 해도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대중가요가 실질적으로 홍보효과를 배가시키고 있고, 최초의 한국 근대 여류 화가였던 나혜석과 함께 신여성의 대명사였던 일엽(1896-1971)스님의 자유연애, 수덕사 만공스님과의 만남, 출가와 수행 등을 둘러싼 스토리가 넘쳐납니다. 일엽(一葉)이라는 이름은 일본의 여류작가이자 신여성인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의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수덕사 근처 고암 이응로 화백(1904-1989)이 작품활동을 하던 수덕여관이 이응로선생사적지(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돼 당시의 '수덕여관'이라는 간판을 단 채 보존돼 있습니다. 최초의 여류화가였던 나혜석도 이곳에서 거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야산을 둘러싼 매력있는 내포의 인문·역사는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제라도 구슬로 꿰어내는 작업을 진짜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책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 표지 사진
책 '관광을 통한 지역만들기 성공 사례집'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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