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에듀 푸어(edu-poor)는 없다"... 대전교육청 사교육절감형학교에 학생·학부모 '엄지척'
"더이상 에듀 푸어(edu-poor)는 없다"... 대전교육청 사교육절감형학교에 학생·학부모 '엄지척'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6.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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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신문·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 학력신장 캠페인] 사교육절감형학교

'에듀 푸어(edu-poor)'라는 말이 있다. 가계 형편이 좋지 않은데도 교육비를 평균 이상으로 지출하면서 빈곤하게 생활하는 부모들을 말한다.

자원이 사람 뿐인 한국에서 '교육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와 물가 상승,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을 향한 열기가 너무 뜨겁다는 점이다.   

최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4000억원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가장 많은 36만 7000원에 달했다.

대전.충청권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 1000원, 세종 45만 6000원, 충남 38만 7000원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최소 6000원에서 최대 6만 4000원까지 증가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없으면 '에듀 푸어' 문제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파리3대학 문학박사)은 "시험과 스펙, 명문대 등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성을 쉽게 해소하기 힘들다"면서도 "학생들의 꿈과 끼, 진로와 적성에 부응하는 학교와 공교육의 교육 시스템 정비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 대전교육청 사교육절감형학교, "사교육비 줄이는 신의 한 수"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이 지난 2021년에 처음 도입한 '사교육절감형학교'가 내실 있는 공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에 큰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3월 사교육절감형학교 운영을 희망하는 16개 중‧고교를 선정했고, 2학기에는고등학교 42교, 중학교 39교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각 학교에서 프로그램 종료 후 실시한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중학교 94%, 고등학교 94.5%가 '만족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대전교육청은 올해 사교육절감형학교 사업을 더욱 확대했다. 일반고 전체를 포함한 고등학교 48교와 운영을 희망하는 중학교 45교를 선정했다.

운영학교는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소인수 교과 프로그램과 논술, 면접, 특기 재능 분야 등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멘토-멘티 활성화 프로그램'은 다양한 영역에서 수요자 만족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및 교육격차의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

대전여고의 사교육절감형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과 진로설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 대전여고, "사교육절감형학교 통해 행복한 교육공동체 완성"

대전교육청이 추진한 사교육절감형학교의 수범 사례는 단연 대전여자고등학교다.

비결은 크게 2가지다.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소인수 수준별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깨동무 스터디'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효과를 봤다.

소인수 수준별 교육은 사교육비 부담이 큰 주요교과 및 탐구과목을 추려 기본학력과 심화 등 수준에 맞춘 강의가 특징이다.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개설되기 힘든 방과후 프로그램을 수준별 소인수로 운영해 공교육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대전여고의 사교육절감형 프로그램 중에서도 학생들이 특별히 좋아하고, 자부심을 갖는 프로그램이 '어깨동무 스터디(멘토-멘티)'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팀을 만들어 멘토·멘티 활동을 하는 식인데 친구끼리 서로 돕는 학습활동과 자기주도적 성장형 학습 기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대전여고는 올해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력과 진로설계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교육절감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수준별 기본학력을 강화하고, 심화 보충 프로그램 외에도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학생 자기주도학습 코칭 프로그램'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점검하고 보완해 효율적인 입시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내가 디자인하는 진로플래너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했다.

교과 학습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및 진로 설계 분야에서도 사교육 절감에 나선 셈이다.

대전여고 '내가 디자인하는 진로플래너'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의 꿈과 끼, 진로 고민을 공유하면서 전공과 계열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 대전여고 학생들, "대전교육청 사교육절감학교 최고예요"

대전교육청의 사교육절감형 학교 운영은 반향이 크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경감이 주 목적이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

국어과목 소인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전여고 2학년 양재희 학생은 "국어 교과 수업이나 일반 방과후 수업에서는 인원이 많아서 활동하기 힘들었는데 소인수 수업으로 고전 시가를 직접 분석하고 해석해보면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참여를 통해 어려운 고전시가에 흥미를 갖게 됐다"며 "정규수업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내용을 또 들음으로써 복습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교육 절감이라는 명칭에 맞게 소인수 수업을 통해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깨동무 스터디에 참가한 2학년 모주연 학생은 "친구들과 부족한 수학 실력을 다지기 위해 매주 두 번 이상 어깨동무 스터디 활동을 했는데 필요한 공식을 순서화해서 매주 간단하게 아이들에게 알려주었고, 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해서 필기 노트를 공유하기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기본내용을 이해하고, 놓쳤던 부분을 보충하면서 멘토인 저는 물론 멘티 친구들의 성적이 올랐다. 어깨동무 프로그램이 단순한 성적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협동심, 인내력, 친구들과의 좋은 경험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내가 디자인하는 진로플래너'에 참여하고 있는 3학년 김규린 학생은 "진로에 맞는 활동을 학생부에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 지를 친구들과 선생님의 조언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대학 설명회 자료집이나 관련 영상을 아무리 찾아봐도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평가 요소들이 친구들과 함께 가치있는 진로설계로 변해가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교육절감형학교가 실질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고, 교과 수준별 및 심화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교육청 최재모 중등교육과장은 "대전여고는 올해 사교육절감형학교 운영 2년차여서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의 성취를 넘어 학생들이 '학교 공동체'라는 자부심과 행복감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