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지역 아들·딸과 엄마·아빠가 특별한 가족여행을 떠났다. '2025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금산 시시때때'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역사 타임머신이다.
금산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 가족들이 참여하는 가족 역사기행은 교과서 속 역사를 테마로 서울과 공주·부여, 천안·예산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 자녀들과 부모가 특별한 역사 기행을 통해 세대 공감과 추억을 만드는 소통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첫번째 역사기행은 조선왕조 500년의 법궁(法宮)인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초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14일 아침 7시 30분 금산군 다락원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었다.
"(박범인 금산군수)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기가 태어난 고장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려면 역사와 전통을 잘 알아야 합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조선시대의 멋진 궁궐과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고궁박물관에서 역사 체험도 하고, 부모님과 가족들이 더 깊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잘 다녀오세요."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움직이는 교실로 변신했다. 조선의 건국과정, 서울 한양이 수도가 된 이야기, 경복궁 재건 과정,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보물들, 노래로 배우는 역대 왕 이름 외우기 등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공감하고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길 위에서 배우는' 로드 스콜라(Road Scholar)가 됐다.
비를 뚫고 달려온 서울 경복궁은 화창했다. 금산 가족들은 먼저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보물이 가득한 곳이다.
금산 가족여행단은 임금의 어좌(御座)와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태조 금보(金寶), 순종황제 어차(御車), 측우대, 앙부일구, 자격루 등 교과서에서 만 봤던 유물들을 실제로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유은비·박효연 모녀/ 금산초 5) 인상 깊었던 것은 어보인데 그냥 옥새인 줄 알았는데 설명과 함께 들으면서 많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즐거웠어요. 왕이 입던 옷이나 장신구가 너무 무거웠을 것 같아요. 실제로 보니 기뻐요."
"(임도현 학생/ 금산초 5) 순종 황제가 타던 차를 보게 돼서 영광이었어요. 제가 워낙 차를 좋아해서 이런 차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현호 학생/ 금산동중1) 역사책으로만 보던 영조 어진이라든지,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게 돼서 신기하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국립고궁박물관의 백미는 조선의 별자리를 담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새긴 각석과 첨단 VR영상이었다.
"(이미경 금산다락원 청소년수련관장) 가족과 역사라는 매개로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생생하게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하며, 엄마와 아빠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욱 더 돈독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가족 간에) 더욱 애정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역사에 대한 인식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실생활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체험을 마친 가족들은 점심식사를 마친뒤 역사기행 만의 특별한 재미인 경복궁 한복 나들이 채비를 위해 이동했다.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이면서도 요즘에는 설이나 추석에도 한복을 입는 모습이 드문 상황에서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한복을 고르면서 꽃단장을 하는 사이 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강연희씨) 유치원 때까지는 한복을 입었는데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명절에도 한복을 거의 입을 일도 없고, 더군다나 한복을 사는 일도 없었어요. 아이가 지금 중학교 2학년인데 오랜만에 한복을 입으니까 진짜 예쁘기도 하고, 너무 새롭네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금산 가족들은 오후 일정으로 경복궁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광화문에서 시작해 근정전, 경회루까지 걸어보며 경복궁에 얽힌 조선의 흥망성쇠를 꼼꼼하게 노트에 기록하다가도 멋진 경치가 나오면 잰걸음으로 포즈를 취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궁궐은 용도에 따라 법궁(法宮), 정궁(正宮), 이궁(離宮), 행궁(行宮), 별궁(別宮)으로 나뉘는데 임금이 통치행위를 했던 궁궐을 정궁이라고 부른다. 임진왜란 전까지는 경복궁이 정국이었고, 이후는 창덕궁이다. 두 정궁 가운데 경복궁은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궁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조선의 궁궐 구성과 배치에는 원칙이 있다. 바로 대칭의 원칙이다.
경복궁은 광화문(光化門)과 흥례문(興禮門)을 지나 근정전(勤政殿), 사정전(思政殿), 강령전(康寧殿), 교태전(交泰殿)으로 이어지는 중심축을 갖고 있다.
이 중심축을 기준으로 왼쪽인 동쪽은 세자의 영역인 동궁(東宮)과 종친(宗親)들의 영역이 배치돼 있고, 오른쪽인 서쪽은 임금과 신하가 만나는 영역인 경회루와 집현전, 궐내 각사(闕內 各司)가 자리잡고 있다.
경복궁의 모든 길은 삼도(三道)로 이루어져 있다. 길 중에 가운데가 약간 높이 솟아 있는 곳은 임금이 다니는 폐도(陛道)다. 좌우의 동쪽의 길은 문신(文臣)이, 서쪽의 길은 무신(武臣)이 다녔다.
금산 가족들은 이구동성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에 대해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오선미·소채인 모녀/금산초6)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경복궁에 와서 너무 좋고, 앞으로도 더 자주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이랑 와서 너무 뜻깊은 시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정구 씨/금산읍) 오늘 체험이 정말 뜻깊다고 생각하는데요.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한 번씩 보고 가면 뜻깊은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이 행사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2차, 3차로 이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어린 학생들도 가족기행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이렇게나 발전된 것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금산 시시때때' 가족들은 금산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웃음꽃를 활짝 피웠다.
OX퀴즈와 가위바위보 게임 등으로 국립고궁박물관과 경복궁 체험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하루 동안의 특별한 여행에서 느낀 가족의 소중함을 기억했다.
"(김상희 SH역사교육원 대표) 오늘 진행한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은 청소년과 부모님이 하루동안 서로 짝꿍이 돼서 서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며 의미를 찾는 활동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한복을 같이입고 체험을 하면서 서로 손도 붙잡고 이끌어주고 많은 역사 이야기를 같이 듣는 그 얼굴들 속에서 너무 행복한 모습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오늘 행사가 너무 뜻깊고, 앞으로도 가족이 함께하는 역사기행이 더 자주 열려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은 금산군과 금산다락원 청소년수련관, SH역사교육원, 교육사랑신문이 주최·주관하며 6월 14일 서울 경복궁을 시작으로 공주·부여 유네스코 백제유적지구 및 도예촌 체험(7월 19일), 천안·예산 독립운동 성지 순례(독립기념관·윤봉길의사 생가지/8월 16일) 등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