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 확대 속 문과생 '울상'..."문이과 별도 배정 없으면 모두 이과생 차지 될 것" 우려
'자유전공' 확대 속 문과생 '울상'..."문이과 별도 배정 없으면 모두 이과생 차지 될 것" 우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4.01.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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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유전공(自由專攻)은 신입생들이 1학년 때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여러 전공에 대해서 탐색한 뒤 2학년부터 전공을 정하는 제도다. 대학마다 자유전공학부, 자율전공학과, 무전공 등 여러 명칭으로 부른다.

대학마다 제도가 다른데 보통은 1학년 2학기 말에 전공을 정한다. 이 때 학점 경쟁 없이 원하는 대로 정해주는 대학이 있고, 정원을 정해 지원자가 몰릴 경우 성적순으로 자르는 대학이 있다.

당연히 전자의 경우는 정원 미달이 되는 학과가 생겨서 문제이고, 후자는 성적이 낮으면 원하는 과에 못 다니는 것이 문제다.

특히 후자의 경우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어서 대학 신입생들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원하는 과에 못 들어가면 재수나 재입학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부작용도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대학에 합격한 신입생들의 고민이지만 최근에는 대학의 자유전공(무전공)이 고3 수험생들에게도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 선발하는 입시제도 변화로 수학이 강한 이과생들이 유리한 전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자유전공 확대 속 합격 커트라인 주목

인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자유전공(무전공) 확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지난해 2024학년도 입시에서 인문, 자연계 구분없이 통합 무전공 선발로 218명(전체 모집인원의 2.0%)을 모집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18명(모집인원의 3.6%),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10명(0.3%),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90명(2.3%) 등이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4개 대학은 지난해 인문, 자연 계열 내에서만 통합선발하는 무전공 선발로 총 2377명을 뽑았다. 이는 해당 전체 모집인원의 20.1%에 달한다.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공과대학 46명(1.4%), 인문계열 119명(3.6%), 첨단융합학부 198명(6.0%) 등 3개 모집단위에서 363명(10.9%)을 선발했다.

연세대는 언더우드(인문사회) 149명(4.4%), 융합과학공학부(ISE) 81명(2.4%), 융합인문사회과학부(HASS) 148명(4.3%)으로 3개 모집단위에서 378명(11.1%)을 모집했고, 성균관대는 공학계열 581명(16.4%), 자연과학계열 263명(7.4%), 사회과학계열 344명(9.7%), 인문과학계열 302명(8.5%)로 4개 모집단위에서 1490명(42.0%)을 뽑았다.

서강대는 사회과학부 59명(3.9%), 인문학부 87명(5.7%)로 2개 모집단위에서 146명(9.6%)을 선발했다.

서울대의 경우, 자유전공학부는 9개 부문에서 전공계열로 구성했다. 인문, 사회과학, 경영대학, 자연과학, 공과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생활과학대학, 음악대학, 미술대학 등이다.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는 국제통상, 바이오생명공학, 응용정보공학 전공 등 5개로 구성했고,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경영대학, 문과대학, 정경대학, 컴퓨터학과 등 12개 부문으로 구성했다.

인서울 주요대학들의 자유전공 커트라인(합격 점수)도 주목된다.

2023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국어·수학·탐구영역 평균 백분위 70%컷 기준 98.3점, 인문계열 97.0점, 공과대학 90.5점이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인문계열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합격선은 정치외교 98.5점 바로 다음에 위치하고, 자연계열과 비교하면 일반전형 의예과 99.3점, 치의학과 99.0점 다음에 위치할 정도로 최상위권 합격선이다.

반면 계열내에서 통합선발하는 인문계열은 전체 인문계열 24개 학과중 8위이고, 공과대학은 자연계열 전체 42개 학과중 39위권 학과다. 자유전공학부가 계열내에서 선발하는 전형보다 합격점수가 매우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023학년도 합격선은 인문계열에서는 95.5점으로, 가장 높은 통계학과(95.6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자연계열 자유전공 합격선은 95.0점으로 자연계열에서는 31개 학과중 15위권에 해당한다.

성균관대는 인문계열에서 사회과학계열 선발은 92.3점으로 전체 10개 학과에서 4위, 인문과학계열은 91.3점으로 10개 학과중 8위, 자연계열에서는 공학계열이 93.5점으로 전체 11개 학과중 7위, 자연과학 계열은 92.7점으로 11개 학과중 9위다.

■ 자유전공 확대 속 문과생 '울상'

인문, 자연 통합선발 방식에서 인문, 자연 선발인원 별도 지정이 없을 경우 현재 문·이과 통합수능에서 수학과목에서 이과생이 유리한 구도다.

인문, 자연 통합선발은 결과적으로 이과생에게 유리하고, 문과생에게는 오히려 진학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합격비율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2022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이과생 합격비율은 94.6%였고, 2023학년도는 100%다. 사실상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문과학생들이 이과학생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명확하다.

문제는 2025학년도 대입이다. 정부의 의대 모집정원 확대 방침과 인문, 자연 완전 무전공 선발방식이 자리잡으면 문이과 통합수능 시스템과 함께 이과생에게만 유리한 구도로 굳혀지는 입시환경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문이과 통합수능에서 미적분이 확률과통계 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것부터 이과생들에게 유리한 상황인데다 인문, 자연 계열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문이과 별도 배정없이 통합선발을 하면 사실상 합격생은 이과생이 다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인문, 자연계열 내에서만 통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 학과별 선발하는 합격학과보다 합격점수는 낮게 형성될 수 있고, 인문·자연 통합 무전공 선발에서 문·이과 모집인원을 별도 정해 놓으면 입학후 학과구성에서 문과생들이 이공계학과를 수학, 과탐 없이 선택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이런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