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교육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고교학점제’다.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진로를 토대로 수강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가 고교학점제이다. 대학 학부제와 비슷한 이 구조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고,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키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학교나 교사,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변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준비하지 못하면 자칫 ‘선택 과목’만 늘고 실질적 학습 효과는 얻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가올 고교학점제 시대를 맞이하여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키워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첫째,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예전처럼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동적인 수업을 받는 것 아니라,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학습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물론 고1까지는 기본공통교육과정이므로 해당되지 않음) 자연스럽게 목표 설정부터 학습 내용·방법을 스스로 설계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과목을 왜 배우고 싶은가?”,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나?”를 계속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과정을 점검하며,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보길 권한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이유’를 스스로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진로 설계 및 탐색 역량’이 중요해진다.
우리 사회가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이 교육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로와 목표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정보 수집이 전제되어야 한다. 원하는 직업, 진학하고 싶은 대학·전공, 또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다양한 진로 활동, 동아리, 체험 프로그램, 인터넷 자료, 그리고 선배·전문가를 통한 조언에 이르기까지 발품을 팔수록 진로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 수요가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확인해볼 수 있다. 때로는 입시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융합적 사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장점 중 하나는 과학·인문·예술 등 다양한 교과를 폭넓게 이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은 생각보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과학 시간에 배운 개념이 경제 과목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작동하고, 예술 과목에서 얻은 통찰이 인문학 공부에도 새롭고 창의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를 잘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교과의 배움을 다른 교과로 확장해 보는 ‘융합적 사고 연습’을 미루지 말고 시작해 보자. 작은 실천으로, 같은 주제를 여러 교과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거나, 간단한 융합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것도 좋다. 융합의 안목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넷째, ‘의사소통 및 협업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학점제로 인해 수업 방식이 달라지고, 프로젝트 수업이나 팀별 과제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학생들은 함께 과제를 기획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 상황이 잦아질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곧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이다.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고, 타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이를 토대로 최선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 리더십, 책임감 등 학업 외적인 능력도 크게 향상된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고,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경험 자체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도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다섯째,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교과서나 강의에서 주어지는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늘어가는 시대다.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수업 역시 ‘정답 찾기’에만 매달리기보다, 학생들에게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자료를 분석해 근거를 마련하며, 비판적 시각으로 해결 방안을 검토·수정하는 태도다. 단순히 ‘무조건 열심히’가 아니라, 문제 접근 방식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논술이나 글쓰기, 프로젝트 발표 등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여러 관점에서 점검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결국, 고교학점제는 ‘주도하는’ 학생들에게 크게 열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여태껏 접해보지 못했던 학습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학생 스스로가 책임감과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선택의 의미가 퇴색될 위험도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진로 설계 및 탐색 역량, 융합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및 협업 역량,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 역량 등의 다섯 가지가 긴 이름 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보며 조금씩 역량을 쌓는다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반드시 개인의 미래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다가오는 고교학점제의 시대, 우리 학생들의 열정과 도전이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필립 쌤(한국진로·진학학습코칭센터장/태재대 홍보위원/Study LAB 대표/특허학습법보유/대전대신고(모의)대입면접위원/EBS커리어·한컨협 진로진학상담사/결정적코지12, 가천대교과논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