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 있지만 대전 학교 중에서 '최초 사례'

장애인 생산품을 구매해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학교가 있어서 화제다. 학생들에게는 ‘착한 소비’라는 사회적 가치를 체험하도록 해 교육계 안팎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바로 대전동산중학교(학교법인 행촌학원)다.
대전동산중학교는 올들어 1학년 신입생 체육복 100벌을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인 ‘문화보호작업장(중구 문화동 소재)’으로부터 구입했다. 나충열 교장이 우연히 학교 근처에 있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을 알게 됐고, 의류 임가공 및 피혁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말에 체육복 제작을 의뢰한 것.
시제품을 받아 본 나충열 교장은 여느 체육복 제작업체의 상품과 재질 면에서도 차이가 없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자 겨울방학인 12월에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체육복 상·하의를 입힌 마네킹을 학부모들에게 선보이면서 장애인들이 생산한 체육복 구입 안건에 대해 운을 뗐다. 결과는 호평 일색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공공기관으로서 장애인 생산품 구매 확대에 나서고,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 등 처우개선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충열 교장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학생들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엄마’의 입장에서도 100점 만점의 평가를 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체육복을 만져본 학부모들은 땀이 금방 마르는 속건성이고, 냄새도 덜 나는 소재라는 점에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험난한 시기라는 ‘남자 중학생들’의 체육복은 일상복이나 다름없다. 일주일 내내 입고 다니면서 굳이 체육활동이 아니어도 온갖 일을 함께 한다. 어쩌면 몸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땀 배출이 잘 되고, 냄새가 덜 나면서 세탁 후 빨리 마르는 것은 체육복이 갖춰야 할 최고의 기능이다.
당초 상하 한 벌 정도로 예상했던 구매 규모는 하복과 춘추복 2종까지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전동산중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열만큼 세상과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품격있는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교가 장애인 생산 체육복을 구입한 것은 대전에서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 역시 대전동산중학교이기에 가능했다. 이미 사회적 기업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학교에 교복과 헌 옷을 기부하는 나눔실천 학교였기 때문이다.
나충열 교장은 “일단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학교가 앞장서서 장애인 생산시설 생산품을 통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등 동산교육 가족들에게 교육적 신뢰도 높일 수 있었다. 허용하는 범위에서 학교가 다양한 장애인 생산제품을 구입하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동산중학교의 장애인 생산 체육복 구입은 지역내 다른 학교들에게도 울림이 될 전망이다. 동산중학교는 문화여자중학교와 인근 초등학교들과 함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돕는 대전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태진) ‘문화희망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해 왔는데 마침 올해 주관학교가 됐다.
나충열 교장은 “학교 슬로건이 ‘배려하는 마음으로 하나되는 동산’이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뜻을 모아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자립에 기여하겠다‘며 ”사립중학교 교장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데 지역내 다른 중학교들도 참여하는 협의운영체를 구성하는 등 장애인 생산 체육복의 판로와 홍보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보호작업장 한영택 원장은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생산제품 우선 구매 제도가 있지만 학교가 체육복을 구입한 사례는 대전에서 동산중학교가 처음이다. 학교에서 순수하게 장애인들의 자립과 고용을 돕기 위해 나서줬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소중한 뜻에 걸맞게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도록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동산중학교는 국가대표 탁구선수 배출의 요람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임종훈과 안재현 등 기라성같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일본 교토(히가시야마 고교)와 중국 하얼빈, 싱가포르 탁구협회 등과 탁구를 매개로 한 청소년 교류와 함께 캄보디아 깜뽕츠낭 꿈의학교를 돕는 청소년 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