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칼럼] 스승의 날에 ‘교사’를 생각하며
[정기현 칼럼] 스승의 날에 ‘교사’를 생각하며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3.05.14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소수만이 교육을 받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국민 모두가 교육을 받는다. 어린 아이들부터 70~80대 만학도에게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이 있다.

인생에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은 어버이와 같다. 스승의날을 맞아 선생님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를 돌아보는 짧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 좌우한다

미국의 폭스튜스(Fox News)의 2023년 4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공정 프로젝트 차터스쿨(TEP)’은 2023-2024학년도에 교사 급여를 약 1억 8351만원($140,000)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이며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의 평균 급여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 급여를 14년 동안 우선순위로 고려해 온 결과라고 한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서 비롯된다는 명제가 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은 달라지고, 그 속에서 배우는 학생의 수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를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라는 방향을 잡고 교육개혁을 추진하며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국의 TEP와 같은 교사의 사기 진작과 처우개선에 관한 대책은 하나도 없다. 늘 그래왔듯, 정부의 교육개혁에서 ‘교사는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교육의 개혁과 혁신은 교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주요한 화두는 ‘교육개혁’이지만 지나고 보면, 별로 바뀐게 없다. 굳이 있다면, 입시제도의 약간의 변화, 딱 그 정도였다. 여전히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교-학원을 뺑뺑이 돌고 있고, 여전히 명문대학이나 의대를 가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청춘을 바치고 있다.

사람들은 창의력과 종합적 사고력, 적성과 소질이 더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능에서 1~2점 더 얻는게 큰 의미가 없다고들 얘기한다. 인구감소의 심각한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이들 한명 한명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를 토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일선현장에서 실행하고 이끌어 갈 사람이 바로 교사들이다. 그래서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절대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역대정권에서 교육개혁이 실패한 이유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필자는 2005년부터 학부모위원으로 6년, 2015년부터는 지역위원으로 7년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했고, 8년간의 대전시의원 임기 가운데 6년간 교육위원회 활동을 하며 교육 현장을 세밀히 바라볼 수 있었다.

가정에서는 1~2명의 자녀들도 키우기 힘들어 자녀 출생도 기피하는 시대에 학교에서는 수백명의 학생들을 자녀처럼, 어쩌면 그 이상의 열정으로 가르치고 생활하고 상호작용을 하는게 바로 교사들이다.

최근에는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낡은 시설과 뒤처진 교육 지원책에 대입이라는 극심한 경쟁교육 현실 속에서 주로 교사의 열정에 의존해왔던 대한민국 공교육은 사교육과 비교되어 비판받기가 일쑤였다. 급변하는 다양한 교육 수요, 갈수록 투명해지는 사회와 책임 소재가 분명한 행정을 요구하는 국가 시스템 속에서 교육청의 공문은 날로 증가하고, 교사는 교육외적인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들의 눈에는 잘 안보일 수밖에 없다. 또, 변화된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의식 속에서 교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을’의 위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승의 날이다.

요즘 교사들 가운데서 “낮은 처우에 학생들 가르치러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온갖 행정업무에 파묻혀 일만하고,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실수를 조금이라도 하면 욕받이만 되는 3D 업종”이라고 자조하는 소리가 높다고 한다. 정년퇴직보다 명예퇴직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느 정권처럼 변함없이 현 정부의 정책에서도 교원 행정업무를 감소시키기 위한 실체적 대안은 없는 것같다. 그저 심각성을 알기 때문에 의례적으로 업무보고에 몇 자 적어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선생님을 행정업무에서 해방시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 

교육의 개혁과 혁신은 교사가, 존중과 격려는 선생님에게

지난 2018년도에 발표된 ‘OECD 교육 2030’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극복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학습자 중심주의 교육은, "교육을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 쓰는, 교육전반에 경쟁의 원리만 확대시켜 인간의 삶을 위한 기본적인 역량마저 경쟁의 지표가 되는 문제를 낳았다”고 비판하며, “학생 개인과 공동체의 건강함을 위해서는 협력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협력과 규범이 존중되는 공동체로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역량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교사가 원만히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교사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 공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기존 공립 초·중·고의 역량의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가 내실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거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교육전문대학원을 통해 실력있는 교사를 양성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처우개선과 자율성 강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새로운 교원양성시스템도, 그것이 교육전문대학원이든 교·사대 졸업생이 대학원에 입학한 후 교직에 입문하는 방안이든, 교직에 입문하면 청춘을 바칠만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수한 인력이 지원할 것이고 양질의 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다.

교사는 교육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개혁의 주체로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위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스승의 날이다.

정기현 행복정책연구소장(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