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물의 숲
[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물의 숲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7.27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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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숲

                             

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다
산 그림자 반쯤 걸친 호수를 보았네
물새 한 마리
뒤꿈치에 놀란 잔물결 하나
내 마음 담긴 깊은 숲을 보았네
호면에 밀려드는 고요 
도무지 찾아갈 수 없는 이방의 물속처럼
어스름 속으로 잦아들고 있었네
나는 온몸을 기울여 석양빛에 몸을 실었네
꿈인 양,
사라진 아틀란티스 어느 황홀한 숲의
붉은 요정이라도 된 듯 물속을 나풀거렸네
어디쯤일까
빠른 유속을 타고 다다른 서녘 끝
어머니의 긴 신음 속으로
움트는 한 아이
미지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듯
달처럼 물 위로 떠올랐네
가끔 해 저문 그루터기에 앉아
빙그르르 떠나가는 먼 숲을 바라보면
파란 물비늘처럼 싸고도는
투명한 슬픔 하나
손바닥에 걸쳐 나오네

 

 

<시작노트> 물가에서 나는 평온이 되어지고 위로가 씌어진다. 어둠과 한숨이 유난스러울 때 더욱 찾아가는 곳이다. 물의 깊이를 알면 간이 콩알만 해지기도 하지만 윤슬이나 바람에 뒤척이는 물살을 보면 이내 마음을 빼앗긴다. 끝없는 상상은 물가에서 비롯되었다.


이정숙 시인은 대전중구문인협회 운영이사이면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낭송이사를 맡고 있다. 목원문학상 수상자로 대표시집으로 <뒤돌아보면 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