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자목련의 사랑
[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자목련의 사랑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2.03.3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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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목련의 사랑

어디서 스며왔을까
반쪽 불그스레 찾아든 사랑
혹여, 온몸 붉어지면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늘 가득 눈부시게 펼쳐보아도
보고픔 자리에는
바람만이 머물 뿐.
어쩌면 
네 생이 부서지는 날
나의 사랑이 다다를지도 몰라

별빛 머물던 땅 위에서
흙빛으로 사그라질 때
나는 네 몸 위에
스스럼없이 가서 누웠고
비로소 하나 된 듯 저물어간다

꽃이 피고 지는 순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림자
노을 진 꽃잎이 
그렁한 눈물로 내 가슴을 적시며
먼 지평을 건너가고 있다.
 

 

<시작노트> 사람의 사랑은 기쁨이면서 또 슬픔이기도 합니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골목길에서 백목련ㆍ자목련 두 그루의 나무와 마주합니다. 순백의 목련은 하나의 사랑으로 꽃피운 듯 환희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붉은 목련을 보니 옛사랑이 타다 만 것처럼 아련하게 가슴을 적시며 찾아오는 저녁입니다. 기다림은 결국, 하나의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정숙 시인

이정숙 시인은 대전중구문인협회 운영이사이면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낭송이사를 맡고 있다. 목원문학상 수상자로 대표시집으로 <뒤돌아보면 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