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천변의 봄
[이정숙 시인의 낭만노트] 천변의 봄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2.04.25 0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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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의 봄

                        
땅 위에서 웅크린 줄기들이
마음껏 물관을 헤치며 햇살을  타고
사방으로 몸을 뻗치는 날

망사가디건 하나 걸치고
천변 길에 들어선다
졸졸 흐르는 물살에
굳은 세포가 쭉쭉 펴지는 듯
온몸이 풀꽃 같다

홀로 견딘 백목련 한 그루
연인처럼 다가오고
흙내음 맡으며 걷는 내게
한 송이 꽃으로 손잡고
걸어간다

물가에 모여든 작은 돌멩이에
푸른 기운 돋아나고
물소리가 새소리인 듯 
귓전에 파닥거린다

살찐 구름 몰려와 가슴에 닿으면
오랜 그리움  하나
개울 되어 흘러갈까
 
둑 위에 담쟁이 
꽃 바람 한 자락에
서서히 팔을 벌리는 동안
채비를 마친 불빛들이 하나 둘
창에 걸리고 있다

<시작노트>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 앞에서 나는 겨우내 잡혀있던 것들이 다 사그라져 가는것을 봅니다. 나에게 봄은 소생이며 희망입니다. 밖으로 밖으로 창을 엽니다. 미국의 어느 시인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읊었지만 나의 사월은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달' 입니다. 천상의 색채가 한꺼번에 내려 앉아 꽃잔치를 벌이는 이 맘 때, 그저 감사와 행복의 무늬가 환히 새겨집니다. 그 누구라도 웃음으로 맞이하고 함께 꽃길을 걸으며 알록달록 이야기 나누고 싶은 계절!

이정숙 시인
이정숙 시인

이정숙 시인은 대전중구문인협회 운영이사이면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낭송이사를 맡고 있다. 목원문학상 수상자로 대표시집으로 <뒤돌아보면 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