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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동산고, "중증장애인이 만든 학교잠바로 참교육 실천합니다"
대전동산고, "중증장애인이 만든 학교잠바로 참교육 실천합니다"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5.03.2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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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사회적 가치 체험, 장애인에겐 일자리 창출
중증장애인생산품 구입 대전지역 학교 '최초 사례'

대전지역 고등학교에 최근들어 '과잠'이 유행이다. 등에 큼직하게 학교 이름이 새겨있고, 가슴과 어깨에 이니셜이 붙은 두툼한 외투를 입고 다니는 고등학생이 심심찮게 보인다.

보통 과잠은 대학생들이 입는 외투로 학과(學科)를 뜻하는 '과'에 잠바가 붙은 말이다. 대학과 소속된 과 등이 등 쪽에 수놓여 있고, 과별로 모양과 문구 등에 차이가 있다. 고등학교 과잠은 엄밀히 말하면 학잠(학교 잠바)이다. 

고교생들의 학잠 인기 속에서 대전동산고(학교법인 행촌학원)의 색다른 학잠 구매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인 문화보호작업장(중구 문화동 소재)에 의뢰해 작년에 172벌을 구매한데 이어 올해도 184벌을 구입했다.

장애인 생산품을 소비해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학생들에게 나눔과 공감이라는 '착한 소비'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학교잠바를 장애인 생산시설에서 구입한 것은 대전지역 학교 중에 최초다. 전국적으로도 귀한 사례다.

이선구 교장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학생들이 롱패딩을 꺼내 입는데 브랜드도 제각각이고, 비싼 편이어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학잠 구입을 고려했다"며 "마침 학교 근처에 있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의류 임가공 및 생산을 하고 있다는 말에 학교 잠바 제작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시제품과 구입 과정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학교의 취지에 큰 지지를 보냈다. 학잠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호감이 큰 데다 재질과 가격 면에서도 합리적이어서 호응이 쏟아졌다.

학부모들은 교육기관인 학교가 장애인 생산품 구매에 솔선수범하고, 장애인들의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처우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선구 교장의 뜻에 깊이 공감했다. 당연히 자녀들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학잠 만족도가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학교이름이 큼직하게 박혀 있어서 왠지 모르게 강한 소속감이 생기고, 등교하는 날이 아니어도 입고 다닐 만큼 편해서 좋다는 반응이다. 친구들과 모임을 갖거나 학원에 갈 때도 학잠 하나면 충분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사실 대전동산고의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학잠 구매 뿐만이 아니다.

<인터렉트>라는 학생봉사단이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한줄기에서 십년 넘게 봉사활동을 펼쳐왔고, 일반계 고교에서 특수학급까지 운영할 정도로 소외계층에 대한 학교 차원의 배려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구 교장은 "수십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장애인 학생에 대한 인식과 괴롭힘이 많았고, 개선돼야 할 사회적 과제였다"며 "올해로 10년째 특수학급을 운영하면서도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끼고 있다. 먼저 다가가고, 함께 소통하는 모습에서 학교가 좋은 변화를 만드는 진짜 교육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구나 같은 행촌학원 법인인 동산중학교는 지난해 전교생 체육복을 중중장애인 생산품으로 구매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당초 상하 한 벌 정도로 예상했던 구매 규모는 하복과 춘추복 2종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대전동산고등학교, 동산중학교의 장애인 생산품 구매는 대전지역 다른 학교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선구 교장은 "처음 시도한 것이지만 학교가 앞장서서 장애인 생산시설 생산품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등 동산교육 가족 모두에게 교육적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며 "허용하는 범위에서 학교가 다양한 장애인 생산제품을 구입하는 창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동산중학교의 장애인 생산 체육복 구입은 지역내 다른 학교들에게도 울림이 될 전망이다. 

문화보호작업장 한영택 원장은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생산제품 우선구매 제도가 있지만 학교가 체육복을 구입한 사례는 대전에서 동산중학교가 처음이고, 학잠 구매도 동산고등학교가 처음이다. 학교에서 먼저 장애인들의 자립과 고용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동산고등학교와 학부모, 학생들 모두가 세상과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품격있는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