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5학년도 대학입시는 다양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의과대학 선발인원 증원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지만 '학교폭력사항의 대입 반영', '선택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정시 전형' 등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여기에 '무전공 선발 증가'는 2025학년도 대입에 폭넓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박종익 더바른입시 대표는 "늘어나는 무전공 제도가 무엇인지, 올해 수시에서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확인해야 적절한 지원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아직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난 5월 말에 발표된 주요 대학들의 수시 모집요강을 바탕으로 무전공 제도에 대해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무전공제도'가 뭐죠?
많은 수험생들이 '무전공제도'라는 용어가 낯설다. 쉽게 설명하면 예전의 자유전공학부와 비슷한 성격이다. 일단 대학 입학 때 전공 구분을 하지 않고, 2학년 이후 전공을 정하는 제도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신의 적성과 직업 특성을 좀 더 알아본 후 전공을 선택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무엇보다 융합적 사고력이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혀경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명분도 있다.
무전공제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완전한 자유전공'이다. '유형1'로 불리는 이 유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의예나 간호, 사범계열, 예체능 학과 등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를 계속해서 모집해 왔지만, 올해 입학한 학생의 경우 자연계열 4개 전공과 인문사회계 전공 사이에서만 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에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할 학생들은 총 43개 학과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문을 넓힌다.
또 한양대와 같이 무전공학과를 인문과 자연으로 나누어 선발하는 경우에도 전공 선택 시에는 인문, 자연계열 구분 없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형2'로 지원한 계열이나 단과대학에 속하는 전공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동덕여대의 경우 첫 번째 유형으로도 선발하지만 인문사회문화학부, 자연정보융합학부로도 별도 선발한다. 이 때 인문사회문화학부로 입학한 학생은 인문계열 전공만, 자연정보융합학부 입학생은 자연계열 전공만 선택할 수 있다.
또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학과별 모집정원의 150% 범위내에서 자율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에 합격한 학생들은 대학교 1학년 학점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인서울 대학, 수시 교과전형에서 무전공 선발 많아
일반적으로 인서울 주요대학은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하지만 무전공 선발의 경우는 학생부교과전형의 선발인원이 많다.
건국대는 유형1에 속하는 KU자유전공학부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79명, 논술전형으로 69명을 선발하고, 유형2에 속하는 단과대학별 자유전공학부의 선발인원은 학생부교과전형 257명, 논술전형 105명이다.
그리고 국민대, 동국대, 성신여대, 세종대, 숭실대는 아예 수시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만 선발하는 대학도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진로역량이나 전공적합성이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데 무전공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다양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서로 비교 평가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다.
이렇게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교과전형 선발인원이 많아지면서 타 일반학과의 선발인원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세종대는 자유전공학부를 교과전형으로 223명 선발하는데 국어국문, 경제학과, 건축공학과 등 일반학과의 경우 교과전형 선발인원이 1명 밖에 안 되는 학과가 많다. 이처럼 선발인원의 변화가 큰 경우 과거 입시결과 역시 과거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특색 있는 무전공 선발 대학은?
세종대는 학생부교과 자유전공학부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게 설정돼 있다.
올해 인문, 자연계열 일반학과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2개 합 6이지만,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2개 합 5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인문은 동일하나, 자연 전년 2개 합 7로 올해 다소 강화되었다.
이처럼 수능최저기준이 다소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이를 충족하는 학생 비율은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타 일반학과에 비해 입결이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성신여대는 동양화과, 성악과, 뷰티산업학과 등의 예체능 모집단위를 창의융합학부(예체능전공)으로 별도 선발한다. 무전공으로 입학하더라도 예체능학과로의 진입이 불가능한 대학들이 많은데 성신여대는 예체능 전공의 무전공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다.
예체능 전공의 경우 실기전형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고 성신여대 역시 실기전공으로 예체능 전공을 선발하지만, 창의융합학부(예체능전공)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103명을 선발한다.
해당 모집단위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교과성적만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며 교과성적을 반영할 때에도 국어, 영어 교과 필수에 사회, 수학 중 우수한 1개 교과, 총 3개 교과 성적만을 활용하므로, 특히 수학 성적이 좋지 않고 실기를 준비해 오지 않았던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많은 대학들의 경우 무전공 제도를 운영할 때, 2학년 진급 시 주전공을 선택하게끔 안내하지만 중앙대는 그렇지 않다. 1학년으로 입학하기 전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전공을 배정(입학 성적 순) 받아서 1학년 시기에 해당 전공을 탐색하게 된다. 이후 2학년으로 진급할 때 1학년 진입 전공을 계속 선택하고자 한다면 그 전공을 이어나가고, 다른 전공을 하고 싶다면 2학년 때 변경 신청하여 전공을 배정(1학년 성적 순) 받는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올해 대입에는 의대 증원에 눈길이 쏠려 있지만 무전공제도야 말로 입시 변화를 주도하는 커다란 요소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할 때 자신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지 고민할 수 있는데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것이 많고, 적극성이 뛰어난 학생이라는 점을 어필하면 좀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