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도 전략이다. 숫자로 승부하는 정량평가인 대입 수능에서 성적대별로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과목이 따로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연 수험생들은 어떤 과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을까?
진학사가 지난 2023학년도와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N수생의 23 대비 24 수능 영역별 등급 변화' 설문조사는 재수생들의 등급별, 과목별 성적 상승 분포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진학사는 최근 2년동안 수능 국어, 수학, 영어, 탐구과목 성적을 모두 입력한 수험생 4만 438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 등급 상승 많은 영역은 탐구, 낮은 영역은 영어
진학사 데이터를 통해 2024학년도 N수생의 각 영역별 전년 대비 성적 변화를 살펴보면, 탐구 영역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성적(등급)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4학년도 수능에 재도전한 수험생 중 탐구 등급(2과목 평균, 소수점 절사)이 상승한 수험생은 54.7%로 절반이 넘는다. 뒤를 이어 국어 등급 상승자가 45.8%로 많았고, 수학 상승자는 41.1%로 나타났다.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임에도 성적을 올린 수험생이 가장 적어 30%도 채 되지 않았다. 반대로 등급이 하락한 학생의 비율은 가장 높았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난도가 높았던 것도 이유일 수 있지만 2023학년도에도 N수생 중 영어 등급 상승자의 비율이 33.2%에 그쳤다는 점을 볼 때(41,614명 중 13,821명 상승), 수험생들에게 영어가 성적을 올리기 쉬운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 수학은 상위 등급에서, 국어∙영어는 중하위 등급에서 성적 상승 많아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성적을 올린 탐구영역은 모든 등급대에 걸쳐 4개 영역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적 상승을 이루었다. 하지만 다른 영역의 경우 등급별로 차이를 보였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2등급 또는 3등급을 받은 학생이 재도전해 수학 성적을 올린 비율은 국어, 영어에서의 비율보다 높았다. 반면 수학이 4등급 이하였던 학생이 2024학년도에 수학 등급 상승을 이룬 비율은 국어나 영어 영역에 비해 낮았다.
또 이전 성적이 낮을수록 상승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성적을 올리기 쉬운 현상이 수학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아래 그래프 중 수학영역만 유독 다른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영어 영역은 반대로 나타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등급 학생 중 2024학년도에 성적이 향상된 비율은 대체로 낮았지만, 5~6등급이었던 학생의 경우 2024학년도에 재도전해 등급을 올린 비율이 국어나 수학에서의 수치보다 높았다.
국어 영역에서는 4등급이었던 학생들의 등급 상승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수능에 재도전하더라도 성적에 따라 주력해야 할 과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상위 등급에서는 수학 성적이 오르는 경우가 많고, 중하위 등급에서는 국어나 영어 성적을 올리는 게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재수(N수)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전략적인 준비에 따라 목적을 이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수학과 같이 기초가 중요한 과목은 상대적으로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게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학업량이나 학습 커리큘럼을 계획할 때 이를 고려하여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수(N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학업수준, 학습성향을 명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