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들의 2024 통합수능, 인문계 불이익 사라질까?... 주요대학 입시요강 변화 주목
고2들의 2024 통합수능, 인문계 불이익 사라질까?... 주요대학 입시요강 변화 주목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5.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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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대학들이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발생한 인문계 수험생들의 불이익을 덜어주기 위해 입시요강에 큰폭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4월 29일 발표된 전국 대학별 입시요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4학년도 대학입시 요강에서 문과 수시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완화하거나 문과 수학 선택과목 불리 현상에 따른 대학들의 대응책이 속속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의 대응책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불가능했던 문과 수험생의 이과 교차지원을 파격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이과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급증에 대한 균형책을 마련한 점이다.

이는 통합수능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 문제에 대한 전국 대학들의 첫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선택과목간 불규칙한 점수 상황에서 나타나는 혼란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인서울 주요대학, 문과 수시전형 수능최저 완화

2024학년도 주요대 수시전형의 특징은 문과 학생들이 자연계 학생들에 비해 '수능 최저'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대학별 전형계획안에 인문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시키는 대학들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문과 수학이 불리한 현상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면서 주요대학들이 인문계열 수능최저 등급을 완하함으로써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고려대 인문의 경우, 학교추천이 3개 등급합 6에서 3개 등급합 7로, 학업우수가 4개 등급합 7에서 4개 등급합 8로 완화돼 자연계 최저기준과 동일하게 반영된다.

성균관대 인문도 학교장 추천이 3개 등급합 6에서 3개 등급합 7로 완화됐고, 서강대 인문은 지역균형이 3개 등급합 6에서 3개영역 각 3등급으로, 논술은 3개 등급합 6에서 3개등급합 7로 완화됐다.

건국대와 동국대도 논술전형에서 2개 등급합 4를 2개 등급합 5로 완화했고, 홍익대도 인문계열 최저기준을 3개 등급합 7에서 3개 등급합 8로 완화했다.

■ 수학 반영비율 낮춰 형평성 강화

주요대학들은 정시전형에서도 인문계 학생들의 불리함을 완화시키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학 반영비율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선택한 대학들이 대표적이다.

성균관대 인문계열은 수학 반영비율을 2023학년도 35%에서 2024학년도 30%로 축소하고, 서울시립대 영어영문학과와 철학과 등은 30%에서 25%로 축소했다.

반면, 정시에서 수학영역의 가중치를 높여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 적극 유인하는 대학도 발생했다.

이화여대는 인문계열에서 2023학년도 25%였던 수학반영비율을 30%로 높였고, 건국대 경영학과, 정치외교학과 등은 30%에서 35%로 높였다.

해당 대학은 오히려 자연계 학생들의 지원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교차지원이 커질수록 해당 대학의 합격 점수는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과 수험생의 이과 교차지원 파격 허용

주요대학들의 2024학년도 입시요강 변경 사항 중에서 가장 파격으로 꼽히는 것이 그동안 정시에서 불가능했던 문과 학생들의 이과 교차지원 허용이다.

성균관대와 서강대는 정시에서 문과 학생들의 자연계열 교차 지원까지 허용했다. 지난해 대입에서 이과 학생들의 문과 교차지원이 급등한 것에 따른 균형책으로 분석된다.

성균관대 자연계 학과의 경우, 2024학년도 입시부터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통계를 응시하더라도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이 가능하다. 탐구 과목에서는 탐구 2과목중 과탐 1과목 이상만 응시하면 되기 때문에 사탐 1과목, 과탐 1과목을 응시하더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서강대는 자연계 학과의 경우 확률과통계, 탐구에서는 사탐 2과목을 응시하더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 2024대입, 절대평가 영어영역 등급대별 변환표준점수 적용 첫 사례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의 등급대별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는 첫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매년 고르지 못한 영어 난이도에 탄력 대응하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성균관대가 대표적으로 영어 난이도에 따른 등급대별 변환표준점수를 처음으로 도입해 영어 영향력을 조정할 계획이다. 또 중앙대는 수시에서 영어 2등급도 1등급으로 인정해 영어 영향력을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 향후 입시 전망..."문이과 유불리 혼란은 지속된 듯"

김진환 콩코디아국제대학 진로진학센터장(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고2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은 문이과 통합수능 문제점에 대해 전국 대학들이 처음으로 대응하는 입시로 봐야 한다"며 "올해 고3 수험생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은 지난해 통합수능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21년 4월 말에 이미 확정 발표가 돼 각 대학이 통합수능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사실상 반영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인문계 고교생들의 입장에서 통합수능의 선택과목별 격차와 해마다 달라지는 대학별 수능결과 변화에 따른 입시 조정 등이다.

이미 지난해 2022학년도 통합수능으로 문이과 유불리 문제와 선택과목간 점수차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확실하게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

종로학원 표본조사 등 입시업체들의 분석에서 지난해 수능에서 문과 학생들이 수학영역에서 1, 2등급 확보가 어려워졌고,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의 1등급 차지비율이 약 15%에 불과해 1등급 대부분을 이과생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대학들이 문이과 유불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더라도) 현재 고2 이하 학년에서는 문과생이지만 수학에서는 이과 수학으로 간주되는 미적분, 기하 선택비율이 늘어날 수 있고, 국어영역에서는 언어와매체 선택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라며 "표준점수, 등급에서 모두 유리한 과목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점수격차가 더 벌어질수도 있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