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교수의 세상돋보기] 주민감사청구제와 지역 개발의 딜레마
[안용주 교수의 세상돋보기] 주민감사청구제와 지역 개발의 딜레마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4.25 09: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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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과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충남 예산군 예당호 모노레일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접수했다. 예당호 모노레일은 예당관광지 내 길이 1.28km의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사업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고, 모노레일 설치 경비도 물품으로 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

충남 당진시가 추진했던 도비도 관광개발계획(2022)이 좌초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당진시가 한국농어촌공사와 도비도 매입 및 매각 업무협약을 맺은 게 화근이 됐다.

당진시가 농식품부에 도비도 매각승인을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어촌 관광휴양단지의 목적을 준수하는 조건부 매각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매각을 승인했다.

당진시는 도비도를 조건 없이 매입한 뒤 관광진흥법으로 관광지로 변경해 개발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획은 한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된 '도비도 매입과 관련한 시민 감사청구'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당진시는 도비도 개발 계획 업무를 종결하며 도비도 관광지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주민감사청구권'이란 18세 이상의 주민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하게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일정 수 이상의 주민(선거권이 있는 18세 이상의 주민)이 연대 서명으로 직접 감사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지방자치법 제21조1항 참조).

'국민감사청구'는 2001년 국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발표한 '최근 10년간 국민감사청구 착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감사 착수율이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원인 중 하나는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청구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자(2002년 40건, 2013년 184건) 감사원이 내부 규정인 감사원 훈령을 '시민단체의 내부 회의록 제출'로 변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익감사 청구 요건이 '누구나' 제기하기에는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시민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의 요건을 갖추고 상시 구성원 수가 300명 이상이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감사청구는 주민소송과 연계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위법∙부당한 행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의미를 가진다.

감사 사례 중 하나로 '일품가든 감사(충남 당진군)'가 있다. 충남 당진군이 이미 도로부지로 편입된 공사구역에 일품가든이라는 음식점 건축허가 및 영업허가를 내준 뒤 다시 도로공사를 위해 8억 1500여 만원을 들여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주민들이 건축허가의 부당함을 이유로 2000년 9월 29일 충청남도에 감사청구한 사례다. 결과적으로 충청남도는 당진군에 관련 공무원 6명의 문책을 요구했고, 당진군은 훈계와 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안용주 선문대학교 교수
안용주 선문대학교 교수

두번째 감사 사례로는 '쓰레기종합처리장 감사(경북 성주군)'가 있다. 경북성주군은 쓰레기종합처리장의 설치를 위해 33인으로 구성된 성주군환경기초시설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1997년 12월 쓰레기종합처리장의 후보지를 수균균 송계리 일대로 선정했다. 그러나 군수는 위원회의 사전의결없이 일방적으로 그 후보지를 변경했고, 이로인해 사업중지, 부지구입비, 용역비, 기타 사업비 등 11억 3400만원의 재정손실금이 발생해 주민들이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변상을 요구했다. 경상북도는 해당 공무원 4인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242조'에 의거, 지자체 장 등 집행기관이나 직원에 의한 위법 혹은 부당한 공금 지출, 재산의 취득, 관리 등이 인정된다고 주민으로부터 감사 청구가 이루어진 경우, 해당 사항에 대해 행하는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미주리주)도 마찬가지로, 주 감사관실은 해당 정치 부문의 충분한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감사를 요청하는 경우 해당 주의 모든 정치 부문을 감사하도록 요청받을 수 있다고 정했다.

청원감사는 정치부문(일반적으로 지방 정부 기관)에 대한 감사로, 해당 구역 내에 거주하는 등록 유권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수의 유효한 서명이 포함된 청원서를 받으면 주 감사관이 감사를 시작하고 감사를 받는 지방 정부 기관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주민감사청구권은 세계 각국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자연 인구 감소와 도시지역으로의 이주로 인해 대한민국의 226개 기초지자체의 약 40%(89곳)가 소멸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지역개발을 통해 주민의 편의와 복지, 안정적인 지방행정을 돌봐야 하는 지자체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안용주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