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최저' 올해 대입 판도 흔든다
'수능 최저' 올해 대입 판도 흔든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4.1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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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15개 대학 수시전형서 수능최저기준 요구
통합형 수능, 선택과목 점수제 확대 등 문과생들 '큰일'
2022대입 수능에서 '문이과 통합'과 '공통과목+선택과목' 시스템이 실시되는 가운데 인서울 주요 15개 대학들의 수능최저기준 요구가 확대되면서 입시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진학사 자료)
2022대입 수능에서 '문이과 통합'과 '공통과목+선택과목' 시스템이 실시되는 가운데 인서울 주요 15개 대학들의 수능최저기준 요구가 확대되면서 입시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진학사 자료)

올해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 최저'가 입시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어서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능 최저는 대학별로 입시 지원자들에게 정해 놓은 수능 성적의 하한선이다. 정확히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준말이다.

수능 최저기준은 대학의 인재 선발 자율권과 맞물린다. 대학들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 전형이나 논술 등 대학별 고사에서 수험생이 최고 점수를 받더라도 각 대학이 설정한 수준 이상의 '수능 점수'를 얻지 못하면 최종 합격자 사정에서 떨어뜨린다.

숫자(점수)에서 글자(이력)으로 대학입시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각 대학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 수준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올해 새롭게 개편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국어와 수학 과목에서 '공통과목+선택과목' 시스템을 도입했고,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에 발맞춰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 신설과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수능 최저를 도입하면서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다.

■ 인서울 주요 15개 대학, 올해 수능 최저 요구 46.2%

입시 전문가들은 통합형 수능과 선택과목 점수제의 부작용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올해 주요 15개 대학을 기준으로 수시선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비율은 46.2%로 전년에 비해 10% 이상 높아졌다.

전형별로는 논술전형의 수능 저학 적 비율이 81.83%로 가장 높다. 논술을 치르는 13개 대학 중에서 연세대, 한양대, 한국외대(글로벌캠퍼스),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대학들이 모두 최저기준을 적용한다.

올해 15개 대학 논술전형 선발인원은 4558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여명 줄었다. 전문가들은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기준이 '실질 경쟁률'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인서울 10개 대학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올해 교과전형을 도입하는 대학 중에서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가 최저기준을 적용하고, 연세대와 동국대는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15개 대학 중 교과전형으로 선발하지 않는 서울대를 제외한 14개 대학의 교과전형 특징은 고교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고교에서 내신 경쟁력이 높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추천할 것을 예상하면 중복 합격 가능성이 커져 충원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통상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세대 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및 국제형(국내고),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 등에 수능 최저가 새롭게 도입하는 등 주요 15개 대학 중 6개 대학이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 내신과 비교과활동 위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수능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최저기준을 적용하는 학종전형은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실질 경쟁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수시에서도 수능이 중요해진 만큼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적극적인 수시 지원 전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문계열 모집단위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 변화로 인한 영향으로 수능 최저기준 충족에 좀 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대학들도 수능 최저기준 고민 커질 듯

지난 3월 모의학평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수능에 맞춰 국어·수학 영역 '공통과목+선태과목' 체제로 치러진 첫 시험이다. 주로 인문계 학생들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가 포함된 수학 평균 점수(100점 만점)가 30.54점으로 자연계 학생이 선택한 '미적분' 50.58점보다 무려 20점이 낮았다

인문계 학생의 수학 평균 점수는 자연계 학생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하는 기하 포함 수학 점수 44.14점보다도 낮았다.

이런 추세가 올 수능까지 이어질 경우 수학 영역에서 인문계 학생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문·이과 구분 없이 양 계열을 통합해 등급을 산출한다. 이럴 경우, 자연계 학생은 지난해보다 수학 등급이 상승하고, 수시전형에서도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가 쉬워진다. 반면 인문계 학생들은 반대의 현상이 불보듯 뻔하다.

대학들이 이런 부작용을 보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능 최저등급을 완화하는 방안이었다.

김진환 콩코디아국제대학 진로진학센터장(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지난 3월 모의학력평가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 학생보다 수학 영역에서 크게 불리한 것으로 확인됐고, 실제 수능에서 문과생들의 등급이 대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하면 이를 예측하지 못한 채 예년처럼 수능 최저를 설정한 대학들은 인문계 모집단위 충원에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