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3월 학평에서 문·이과 '수학 격차' 확인
우려가 현실로... 3월 학평에서 문·이과 '수학 격차' 확인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1.04.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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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지난 3월 모의학력평가 결과 발표
특정 선택과목 쏠림, 문과생 불이익 확인... 대입 혼란 우려
서울시교육청이 15일 지난 3월 전국모의학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대입에 도입되는 '공통+선택과목' 점수 체계와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진학사 사진)
서울시교육청이 15일 지난 3월 전국모의학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대입에 도입되는 '공통+선택과목' 점수 체계와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교육사랑신문 권성하 기자/진학사 사진)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에 실시된 전국모의학력평가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어와 수학 영역에 도입되는 '공통과목+선택과목' 점수 체계,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수험생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학평 성적 발표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대거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학평 점수 분석에 따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42점, 수학 157점으로 15점 차이 발생 ▲수학 1등급 내에서도 최고점 157점, 최저점 139점으로 무려 18점 차이 발생 ▲문·이과 수학 공통과목에서 인문계 불리 현상 사실상 확인 ▲인문계열 위주  '확률과통계' 평균 30.54점, 자연계열 위주 '미적분' 평균 50.58점, '기하' 44.14점으로 문과 평균점수 상대적으로 크게 낮음 ▲국어 문법이 포함된 '언어와매체' 기피, '화법과작문' 선택 비율 73.63% 등으로 조사됐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앞으로 재수생 및 N수생이 대입에 본격 가세할 경우 점수 변동 폭이 더욱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문과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험난한 길 예고하는 '공통과목+선택과목' 점수 시스템

국어와 수학 영역에 도입된 '공통과목+선택과목' 점수 체계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뜨거운 화두다.

모든 수험생은 해당 영역의 공통과목과 본인이 선택한 1개 과목을 응시하는데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에서 발생하는 특정 선택과목 쏠림이나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지적돼 왔다.

교육부는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한 선택과목 점수 조정' 방식을 통해 부작용을 없앤다는 입장이지만 3월 모의평가 분석 처럼 인문계열 학생들은 수학에서 평균 20.04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조정과정이 험난할 전망이다.

3월 모이학력평가 분석에 따르면 문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통계'의 평균은 30.54점이고, 이과 학생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은 50.58점이다.

'확통'의 평균은 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기하' 평균점수(44.14점) 보다도 13.6점이 낮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서울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수학 선택과목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생보다 상위등급,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 모두 낮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문과 학생들이 2022대입에서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괜찮을까?

3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올해 도입되는 '통합 수능'에도 불편한 시선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계열별 유·불리부터 문제다. 교육부는 미적분 처럼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점수를 상향조정해 과목 간 유·불리를 막는 점수 보정 체계를 예고했지만 오히려 인문계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부 생각대로라면 인문계 학생들은 최종 표준점수도 낮고, 등급 취득도 불리해진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구나 복잡한 점수 산출 과정에 수험생들은 예측 가능한 진학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 자신의 점수와 등급을 예상할 수 없는 '깜깜이' 입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전문업체인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등은 앞으로 9월 모의학력평가 가채점 결과를 놓고도, 수능 최저기준 충족 여부나 정시 지원 가능대학 등을 고려한 수시모집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올해 '통합형 수능'은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교육부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선택과목 간 난이도 조절과 공통과목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 후폭풍도 거세질 수 있다.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공통과목의 응시 집단별 평균점수가 선택과목 조정 원점수 산출이나 최종 표준점수 산출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공통과목 난이도 역시 문제가 된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지난 1999학년도에도 수능의 최대 관심사는 당시 처음 시도됐던 선택과목별 성적 분포였다"며 "당시에도 사회탐구 선택에서 과목 간(세계지리-사회문화) 8점 정도, 과탐에서는 과목 간(화학-지구과학) 17점 차이가 발생해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입에서는 수학에서 '미적분'을 대다수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수생들의 응시 비율에 따라 점수가 요동을 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 입시전문가들, 올해 수능은 '잡탕(雜湯)'

올해 대입에서 수능에 대한 불안감은 학교 안팎에서 모두 우려하고 있다.

'잡탕'이라는 혹평도 쏟아진다. 당장 평가방식 면에서 국어·수학·탐구는 상대평가를, 영어·제2외국어·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운영되는데 절대평가 과목들도 등급 구분 점수가 모두 다르다. 1등급 구분점수가 영어는 90점(10점 급간), 한국사는 40점(5점 급간), 제2외국어는 45점(5점 급간)이다.

선택과목의 출제와 평가체제도 국어·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을 기본으로 조정점수를 거쳐 최종 표점을 산출하지만 탐구영역은 각 과목별 표준점수를 독립적으로 산출한다.

시험범위도 국어·영어·사회탐구·제2외국어/한문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일반선택 만으로 이뤄지지만 수학·과학탐구는 진로선택과목까지 포함시켰다.

또 2015개정교육과정(교육부 고시 2015-74호)이 적용되는 타 영역과는 달리 한국사는 2009 개정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 내용이 출제된다.

하나의 시험에는 어울리지 않는 매우 어색한 조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