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지역공동화 우려까지 낳았던 대전 원도심권 중학교가 올해 대전의 첫 특성화 중학교로 전환한 뒤 모집정원 100% 달성에 성공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되고 있다.

대전의 원도심인 석교동에 위치한 동명중학교는 개교 당시 9학급 183명으로 출발했지만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감소와 신도심 이주민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 지난해는 전체 재학생이 87명으로 90명 선 마저 무너지는 등 학생 그림자가 해마다 사라졌다.

지난 1968년 개교 이래 57년만에 ‘일반중학교’에서 ‘특성화중학교’로 변신한 것은 대전지역 최초이며 전국에서는 19번째다.

지난해 일반중학교로 입학한 2학년은 두 학급 35명, 3학년은 2학급 27명으로 특성화로 입학한 올 신입생 45명보다도 훨씬 적다.  

그러나 올 새학기부터 ‘특성화중학교’로 변신해 모집정원 100% 충족은 물론 신입생들의 만족도와 구도심 활성화까지 수반하는 등 지역 교육공동체의 호응을 얻어내는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소규모 학교로 전락하면서 폐교 위기에 놓이자 학교 재단 조영일 이사장이 발상을 전환했고,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변화에 맞춰 ‘영상창작’, ‘연주와 창작’ 위주의 특성화 중학교로 전환하면서 작은 학교의 불씨를 되살린 것.

1969년 도입,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중학교 평준화에 따른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과감히 시도, 체험 위주 교육 등 다양하고 독특한 교육과정을 학생 개인의 필요에 의한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특성화중학교’로 승부를 걸었다.

인근 초등학생에 20%를 배정하고, 나머지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인성&창의성) 등을 통해 뽑았다. 작은 학교의 특성과 학생 개개인 눈높이에 맞춘 특성화 커리큘럼이 적중했고, 45명 모집에 65명이 지원하면서 특성화 전환 이전의 미달 걱정을 불식시키는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학 한달 째인 지난 4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키워주는 등 학교 규모는 작지만 ‘작은 거인’ 학교로 웅비하는 모습을 실감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주입식 공부만 받던 새내기 학생들도 기본적인 과목 이외에 특별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 진로를 위한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있다.

일반중학교와 달리, 전교생끼리 얼굴과 이름을, 학생과 교사 모두가 기억할 정도로 끈끈한 유대속에서 다앙한 교육 환경으로 한가족처럼 지낸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외에도 방과 후 수업, 체험 학습, 급식 시간 등 다양한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할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생 간의 친밀감이 높아지고,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신입생 정희진 양은 "수학 과목을 가장 좋아하지만 특성화 커리큘럼이 좋아 학하동에서 석교동 학교까지 등교하고 있다"며 "학생 수가 적어 교우관계도 최고이고, 특성화에 따른 악기를 배울 때는 학교 선택을 잘한 것 같다. 미래에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외교관이 되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희진 학생의 말처럼 방과 후 활동에 전교생이 참여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특화된 교육으로 저마다의 호연지기를 키워가고 있다.

동명중학교는 특성화에 대비해 지난해는 운동장 개선 공사를 마치는 등 향후에도 지속적인 시설 개선으로 최적의 학습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입생들은 특성화 취지 로드맵에 따라, 1단계로 ‘교과 내 특성화와 교과 간 융합교육’의 기본 바탕위에서 2단계는 ‘학생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을 목표로, 3단계는 ‘도전으로 꿈과 끼를 설계하는 진로교육’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일반중학교처럼 기본교육 속에서, 1학년 1학기 교육과정은 ‘희망UP 캠프활동’ 등을, 2학기에는 2박3일 일정으로 ‘명승지 등 걷기’, 2학년 2학기에는 ‘자전거 하이킹’, 3학년 졸업반 때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에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체험한다.      

또 코딩과 로봇, 인공지능, VR, 빅데이터 등은 필수과정으로 일반 중학교 학생들은 일부러 학원에서 수강해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적성에 맞춰 영상과 크리에이터(창작), 1인 1악기 이상을 다루면서 오케스트라까지 구성한다는 야무진 상상의 나래를 펴고, ‘꿈은 이루어 진다’는 신념으로 학생들의 도약 과정에서 교사들이 1대 1 멘토를 자처하는 것은 참교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동명중학교다 학생의 ‘끼’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교육부의 ‘특성화중학교’ 커리큘럼‘에서 ’기본과목 시수‘를 일정 비율 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김영민 장학사는 "과학고 등 특목고처럼 일반중학교와의 커리큘럼 차별화로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며 "졸업하면 일반중 학생처럼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자신의 뜻에 따라 충남 천안과 서천 등 전국 25개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이 설동호 교육감의 선거 공약에 따라 공립 특성화고등학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어 동명중학교 신입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8년 이전에 공립 특성화고가 개교하면 타 시도로 가지않아도 연계 진학이 가능해진다.

동명중학교 김순조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특성화 교육으로 배움을 즐기면서 진로와 삶을 동시에 개척하고 있다"며 "오케스트라단 창단에 이어 앞으로 아이돌 가수나 미스터트롯 우승자, 인공지능 전문가, 야구부 창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동호 교육감은 "폐교 위기의 학교를 회생시키는 것은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에서 6대의 스쿨버스로 학생들의 하교를 돕고 있는데 연간 운영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앞으로 지원을 고려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시교육청은 특성화 운영의 성공을 돕기 위한 목적사업비를 지원해 다양한 체험학습과 특색사업을 추진하도록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동명중학교는 오는 8월말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대상 입학설명회를 예고했다. 벌써부터 수많은 학부모 문의가 빗발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전 최초의 '특성화 중학교' 동명중학교가 ‘대전 교육,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로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금껏 대전에서 아무도 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힘찬 날갯짓이다.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