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 유리한 고교 선택의 기준이 있을까?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영재고나 과학고, 외국어고, 공주한일고, 전주상산고 등 내로라하는 특목·자사고가 여전히 인기다. 하지만 의과대학의 인기가 고공상승하면서 확실한 고교내신 1등급을 위해 일반계 인문고교를 선택하는 최상위권 학생도 많다.
최상위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서울 대학 진학에 도전하는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도 일반계 고교 선택에서 유불리를 따질 수 밖에 없다. 단일학군인 대전시의 경우, 5지망까지 있지만 1지망에서 떨어지면 이른바 '뺑뺑이'로 배정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어떤 고등학교에 배정되느냐가 향후 3년 동안의 대입 로드맵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생수는 내신 등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생수가 200명인 학교는 전교 10등을 해도 1등급 기준 상위 4% 안에 들지 못해 2등급 성적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중학교에서 전교권에 들던 학생들이 해당 고교에 몰릴 경우 원하던 등급을 받지 못해 '1학년 재수'를 선택하는 부작용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1학년 재수는 대입에서 낙방한 뒤 재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1학년을 다시 입학해 현재 보다 유리한 조건의 고등학교에 재입학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를 분석한 통계가 나왔다. 대입전문기업 종로학원은 16일 '전국 일반고 지역별 학생수 분석' 자료(교육통계 공시 기준·전국 1698개 일반고 기준, 특목자사고 제외)를 통해 올해 황금돼지해 출생인 고3 일반고 학생수가 전국 최대인 학교는 492명이며 서울의 경우 '최대 462명 VS 최소 84명'으로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는 같은 학년인데도 어떤 고등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내신 유불리에서 격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고교별 평균 학생수 격차는 2025학년도 136.7명, 2026학년도 150.4명, 2027학년도 165.0명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학생수가 적은 학교는 실력과 무관하게 1등급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 대입 실적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고교별 학생수 격차가 매우 커진 것 자체가 수시전형에서 내신 부분에 대한 불공정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학교 학생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학교내신을 따기에 유리하고, 대입 실적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오히려 교육특구 지역이 학교내신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현행 내신체계에서 고교 수강자수 4명까지는 1등급 0명, 5~37명까지 1등급 1명에 불과해 학생수가 적은 지역이나 학교에서 학생 실력과 상관없이 1등급 자체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는 향후 명문 학군지 선택에서 학교별 학생수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일반적으로 비교육특구가 내신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임성호 대표는 "실제 주요 상위권 대학들의 학교별 합격자수가 정밀하게 공개될 경우, 학생수가 많은 학교가 절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2028학년도부터 내신이 5등급제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과 동일 패턴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 시도별 학생수 많은 지역은
2027학년도 기준으로 시도별 학생수가 많은 지역은 세종 283.9명, 경기 273.1명, 서울 238.4명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은 25개구 가운데 서초구 332.4명, 양천구 321.8명, 강남구 301.5명 등이 많았고, 충남 아산시 400.9명, 충남 천안시 360.2명, 경기 남양주시 341.8명 등도 많았다.
시도별 최대·최소간 격차는 지난해 2025학년도의 경우 경기도내 학교당 고3 학생수가 249.1명으로 최대였고, 강원지역은 112.4명으로 최소로 지역간 고교 평균 학생수 격차는 136.7명에 달했다.
2026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현 고3은 경기지역이 278.7명, 강원지역은 128.3명으로 150.4명의 격차가 발생하고, 2027학년도 현 고2는 세종이 283.9명, 강원지역이 118.9명으로 165.0명으로 격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고교당 평균 학생수는 2025학년도 경기 249.1명, 세종 226.6명, 서울 226.4명으로 높은순이고, 2026학년도에는 경기 278.7명, 세종 262.1명, 서울 251.7명, 2027학년도는 세종 283.9명, 경기 273.1명, 서울 238.4명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기초시군구별로 따져보면 서울 25개구에서도 고교당 평균 학생수 격차는 2025학년도 159.8명차, 2026학년도 174.8명, 2027학년도에는 195.8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학년도는 서초구 290.5명, 양천구 287.4명, 은평구 275.7명순으로 높고, 중구가 130.7명으로 가장 낮았다. 2026학년도는 양천구 325.4명, 서초구 316.5명, 강남구 304.5명순으로 높고, 용산구가 150.6명으로 가장 낮았다. 2027학년도는 서초구 332.4명, 양천구 321.8명, 강남구 301.5명순으로 높고, 성동구가 136.6명으로 가장 낮다.
전국 288개 시군구별 격차도 2025학년도 356.6명, 2026학년도 370.4명, 2027학년도 387.9명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고교당 평균 학생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2025학년도 충남 아산시 373.4명, 충남 천안시 325.1명, 경기 군포시 312.8명 등으로 조사됐다. 2026학년도는 충남 아산시 391.1명, 충남 천안시 365.8명, 경기 광주시 348.0명 등이며 2027학년도는 충남 아산시 400.9명, 충남 천안시 360.2명, 경기 남양주시 341.8명 등이다.
학년별 학생수가 가장 많은 고교는 2025학년도 대입 수험생 기준으로 충남 아산시 설화고 507명, 충남 아산시 배방고 504명, 경기 용인 풍덕고 445명으로 높고, 2026학년도 기준으로 충남 천안 천안쌍용고등학교 492명, 충남 아산시 이순신고 492명, 충남 천안 천안두정고 490명, 2027학년도 기준으로는 경기 화성 치동고 535명, 충남 아산 이순신고 493명, 충남 천안 천안두정고 489명 순으로 많다.

■ 향후 전망은
2027학년도까지 고교별 내신은 해당 학교내에서 과목수강자수 대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23%까지 3등급으로 전체 9등급제이고, 2028학년도 현 고1부터 적용 내신에서는 5등급제로 10%까지 1등급, 34%까지 2등급, 66%까지 3등급으로 5등급제로 전환된다.
현행 1등급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 5등급 60%, 6등급 77%, 7등급 89%, 8등급 96%, 9등급 100% 으로 구분되고, 2028학년도(현 고1) 부터는 1등급 10%, 2등급 34%, 3등급 66%, 4등급 90%, 5등급 100%으로 나뉜다.
현행 9등급체제에서는 수강자수가 1~4명에 불과하면 1등급은 0명이다. 5~37명까지는 1명, 38~62명까지는 2명이 받을 수 있다. 학생수 적은 학교의 내신에서 상위권 등급 확보가 매우 어려운 구도다.
서울에서도 올해 고3 기준 100명 미만인 학교가 3개교가 나왔고, 전국적으로 255개교에 달한다.
2026학년도, 2027학년도 고교, 지역별 학생수가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학교내신 등급 상위권 학생또한 고교당 학생수가 많은 지역이나 학교가 대입 진학실적에서도 우세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결과적으로 주요 상위권대학 수시에서 진입 가능한 인원은 학생수가 많은 지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 발생, 고교, 지역간 대입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또 이러한 학생수 편중, 지역, 고교간 격차는 냉정하게 학교 내신이 중요한 수시에서는 오히려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고, 비교육 특구가 내신에서 유리하다고 하는 인식은 실제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학생수가 적은 비교육 특구 학생들이 내신따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임성호 대표는 "학생수에 따라 학교내신 상위권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학교현장에서 인식하고, 수능 등의 더 큰 노력을 학교차원에서 기울여야 한다"며 "향후 학교별 학생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교 선택 기준, 학군 선택 기준에서 '학생수'는 상당한 선택변수로 작동될 가능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