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전형 방식은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대학별, 전공별로 인재를 뽑는 선발방식의 경우의 수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범위를 좁혀보면 대입 전형은 '숫자'와 '글자'의 수 읽기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조합이다.
정량평가는 학교 내신 성적이나 수능시험 성적 등 숫자와 등급으로 우열을 가리는 시스템이다. 반면 정성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수험생의 다양한 지적호기심과 진로적성에 대한 이력을 따지는 방법론이다. 보통 '정시 수능전형'과 '수시 학생부중심전형'이라고 부르는 대입 인재선발 방식이다.
몇 년 전만해도 대입 전형의 큰 틀은 단순했다. 대학별 선발 방식은 달랐어도 기준은 명확했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인서울 주요 대학들은 수시 70%, 정시 30%로 인재를 선발했다. 특히 정성평가가 강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선호했다. 상대적으로 지방거점국립대학들은 정시에서 인재를 모았다. 수시의 경우, 좀더 정량적인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았다.
수험생 관점에서 바라보면, 내신 성적 등 학생부 경쟁력이 부족한데도 인서울 진학에 대한 열망이 강하면 정시 수능 전형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 소재 수험생이라도 학교 내신이 뛰어나면 인서울 요건의 8부 능선은 넘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큰 틀에 변화가 생겼다. 정시 전형에서 무조건 수능 등급 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인서울 대학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는 정시 수능전형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주요 대학들이 정시 성적에 학생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학생부 내신성적을 요구하거나 교과 세부특기와 행동특성 등 정성적인 이력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학생부 교과성적(정량평가)' 반영 대학
정시 수능전형에서 학생부 내신성적 자료를 요구하는 대학은 고려대와 연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는 2024학년도부터 정시에서 교과성적을 20% 반영하는 전형(교과우수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3학년 2학기까지의 전 교과 모든 과목의 성적을 교과전형과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해 평균등급을 산출하기 때문에 내신성적 관리를 충실히 해온 수험생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수능 100%로 선발하는 일반전형은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전형을 추가한 것이어서 고려대 정시모집에 지원하려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성적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해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세대는 2026학년도부터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한다. 고려대와 달리 단일전형(일반전형)으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모든 모집단위에 학생부가 반영된다. 예체능계열은 제외되며 학생부 반영비율은 5%로 낮은 편이다.
교과성적과 출결만 활용하는데 교과성적은 등급 또는 성취도별 점수를 부여하고 출결은 미인정 출결에 한해 감점요소로 활용한다. 교과 반영비율이 5%로 낮은 편이고 내신 등급간 점수 차이도 작아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정시에서는 1점이 아쉬운 만큼 미리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좋다.
■ '정성평가' 반영 대학
정시에 학생부 이력을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와 부산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있다.
서울대는 주요 대학 중 정시에서 학생부를 가장 먼저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3학년도부터 정시 선발을 지역균형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눠 두 전형 모두에 교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평가 비율은 지역균형전형이 40%로 높고, 일반전형은 2단계에서 20%를 반영한다. 평가방식은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 이수 현황, 교과 학업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통해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에 필요한 교과이수 및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평가하는 정성평가이다. 교과평가에 의해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학생부 교과영역의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부산대는 의예과에 한해 2025학년도에 학업역량평가를 실시해 20%를 반영했다. 본래 치의학전문대학원에도 적용 예정이었으나, 치과대학 학제 전환으로 2025학년도에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으면서 의예과에만 적용됐다. 2026학년도에는 치의예과에서도 학업평가를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2025학년도 학업역량평가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교과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이수 적절성’과 ‘학업성취도’를 평가했다. 2026학년도에는 학업충실도평가로 변경해 모집단위 학업준비도(교과 이수) 및 학교생활충실성(출결 등)을 평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26학년도부터 사범대학 모집단위에서 학생부 종합평가를 20% 적용하여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형계획상에서는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안내되어 있지 않아 추후 발표되는 모집요강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도 2026학년도부터 정시에서 학생부종합평가를 반영한다. 실기를 치르지 않는 전 모집단위를 대상으로 고교 교육과정의 충실한 이수 및 교과·과목 선택, 성취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학생부종합평가 반영비율은 10%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인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 개편안에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수능 성적만으로는 일부 대학 진학에 제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을 염두에 둔 재학생이라면 정시를 주된 전형으로 준비하면서도 학교 내신과 수행평가 등 기본적인 교과활동까지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