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의 무형유산인 ‘대전의 앉은굿’의 새로운 보유자로 방성구(73) 씨가 인정받았다. 전 보유자인 신석봉 법사의 별세 이후 2년 만에 이뤄진 뜻깊은 결실로, 대전 앉은굿의 명맥을 이어나갈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앉은굿은 서서 진행하는 선굿과 달리 굿당 앞에 앉아 북과 꽹과리를 치며 경문을 읽는 무속 의례다. 대전과 충청 지역의 뚜렷한 특징을 지닌 소중한 무형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방성구 씨의 보유자 인정은 지역 문화유산 보존에 큰 의미를 가진다.
1952년 대전에서 태어난 방성구 씨는 어린 시절 몸이 허약했다고 전해진다. 17세에 스승인 고(故) 신석봉 법사에게 신내림굿을 받은 후 건강을 회복하면서, 이듬해 스승의 제자로 입문하여 약 56년간 전국 각지를 다니며 전통 굿의 전승과 보존에 헌신해 왔다. 특히 보문산과 계룡산 등 대전과 충청 지역의 영산(靈山)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앉은굿의 깊이를 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탁월한 기량과 뜨거운 열정으로 2000년에는 전승 교육사로 인정받았으며, 현재는 대전충청도 전통앉은굿보존회의 회장을 맡아 젊은 세대에게 고장(鼓杖, 북채)과 법문 등을 가르치며 앉은굿의 맥을 잇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전통을 지켜온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앉은굿은 대전시 무형유산 중에서도 지역의 정체성이 매우 뚜렷한 종목”이라고 강조하며, “전 보유자 별세 이후 다소 침체되었던 분위기를 이번 보유자 인정을 통해 회복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