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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에 걸맞는 대입정책, 현행 제도의 한계 넘어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걸맞는 대입정책, 현행 제도의 한계 넘어야"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4.11.22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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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국진로진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제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2022년 말에 고시한 국가 교육과정으로 대한민국의 11번째 교육과정이자 7차 교육과정 이래 4번째 수시 개정 교육과정이다.

2022년 12월 22일 교육부 발표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됐다. 대부분의 2009년생 학생부터 적용되는 교육과정이다.

문제는 현재의 학생부 교과전형 및 수능 위주의 대학입학 정책이 교육과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입정책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 변화의 중심에 선 2022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주도적 학습,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특히,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한 선택 과목 확대와 융합형 학습을 강조하며, 단순 암기와 지식 전달을 넘어선 역량 중심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입제도는 여전히 정량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을 위한 학습에 치중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생 주도성'과 '다양성'이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왜 현행 대입제도로는 부족한가?

2025학년도 기준 45.3%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18.7%를 차지하고 있는 수능위주 전형은 각각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첫째, 수능 중심의 평가 방식이다.

수능시험은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나 융합적 사고력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능은 주로 표준화된 문제 풀이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본인의 흥미와 진로에 맞춘 과목 선택보다는 고득점이 가능한 전략적 선택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교육과정의 취지와 상충된다.

둘째, 학생부 교과전형의 한계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고교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내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대평가 체제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고교 간 학업 수준과 평가 기준의 차이로 인해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화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학생부 교과전형에서의 평가 기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새로운 대입정책의 방향성

교육 전문가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철학과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다.

우선, 역량 중심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다.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 융합적 문제 해결 능력, 협업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 중심 평가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반 평가나 포트폴리오 평가 방식을 도입해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을 평가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다음은 과목 선택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선택한 과목과 학습 경험이 대입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별로 전공과 연계된 학생의 과목 이수 이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정성적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량적 점수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습 과정과 성장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성적 평가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이나 진로탐색 활동이 대입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고교-대학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학과 고등학교 간의 연계를 강화해 고교 교육이 대학 입시와 괴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별로 고교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대입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 미래를 위한 대입제도의 재구성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입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와 대학, 그리고 교육 현장은 긴밀히 협력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입 시스템의 변화를 넘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흥미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개방적인 대입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환 한국진로진학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