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최근 영국과 미국 연구진이 라파엘의 '마돈나 델라 로사'에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 것에 이어, 네덜란드에서는 AI로 '새로운 렘브란트'를 창조해내는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 두 사례는 전통 예술과 현대 기술의 만남이 가져올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브래드포드 대학의 하산 우가일 교수 연구팀은 라파엘의 진품을 감별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화가의 붓질과 색채 사용을 미시적 수준에서 분석해 98%의 정확도로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실제로 '마돈나 델라 로사'를 분석한 결과, 그림 속 성 요셉의 얼굴이 다른 화가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덜란드에서는 더 도전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J. 월터 톰슨 광고회사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협력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다. 이들은 렘브란트의 모든 작품을 디지털로 스캔하고 분석해 마치 렘브란트가 직접 그린 것 같은 새로운 초상화를 만들어냈다. 18개월에 걸친 이 프로젝트는 150기가바이트의 디지털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동원됐다.

"렘브란트는 내 아내였다. 그와 함께 살고, 잠들고, 꿈을 꾸었다."
프로젝트의 기술 책임자 엠마누엘 플로레스의 말이다. 연구팀은 렘브란트의 346점 작품을 고해상도 3D 스캔으로 분석했고, 얼굴의 60개 이상 특징점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데이터가 만들어낸 창의적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프로젝트는 AI가 예술을 대하는 서로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라파엘 연구가 기존 작품의 진위를 가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AI의 창작 가능성을 탐구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술사학자 게리 슈워츠는 "렘브란트를 알고리즘으로 완벽히 재현할 순 없겠지만, 이런 기술은 우리가 그의 그림에 대해 가진 생각을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형태로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라파엘 작품 연구에도 적용되는 통찰이다.
AI 기술은 이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연구하고, 심지어 창작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예술적 영감의 새로운 원천이 되는 시대, 우리는 지금 예술과 기술이 만나 빚어내는 흥미진진한 실험의 한가운데 있다.

가르치는 사람들 언론팀 송세훈 기자(작가. '메타프롬프트-창의적 AI프롬프팅' 저자/ teachertshare2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