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다수 인문계 고등학교는 1학기 중간고사 이후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 선택과목에 대한 사전수요조사를 진행한다.
중3 성적이 대입을 결정짓는다고는 해도 선택과목을 정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선택과목은 진로적성과 전공분야와 연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이력을 검토하는 수시전형에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며 "과목을 확정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도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학교 때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정한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고르는데도 유리하다는 의미다. 중학교 졸업 전에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내신 선택과목, 왜 중요한가?
현재 고등학생들이 적용받고 있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여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 모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백명의 학생 개개인에 맞춰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대학 입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과목만 수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학이 원하는 과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하여 학생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그리고 해당 과목의 성취도와 세특 내용이 어떠한지를 유심히 살펴본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들은 교과전형에서도 서류(학생부) 및 교과 영역에 대한 정성평가를 실시한다.
이처럼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떤 교과활동을 수행했느냐에 따라 대입에서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교과내신 과목을 선택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 내신 선택과목,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까?
내신 선택과목을 고를 때 중요한 키포인트는 첫째, 관심 있는 분야와 연계된 과목을 고를 것과 둘째, 내신 성적 관리에 유리한 과목을 고르는 것이다.
우선 관심있는 분야와 연계된 과목을 골라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면서 진로와 연관되는 과목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좋은 성취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전공이 특정 과목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로를 정했더라도 과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는 대학이나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대학교는 모집요강이나 전형계획을 통해 전공에 따른 교과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를 추천하는 과목이며, 이 중 '핵심 권장과목'은 필수적으로 이수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서울대에서 제시한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서울대의 권장과목이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의 자료를 통해 해당 학과에서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 지를 참고할 수 있다.
서울대 외에도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가 공동연구를 통해 대학 자연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안내하고 있으며, 숭실대는 '전공안내 웹진'을 통해 학과별 선택교과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대학에서 제시하는 선택 과목 가이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해당 가이드에 따라 교과목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학생 진로·진학과 연계한 과목 선택 가이드북'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목의 내용과 성격, 진로 및 직업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시·도 교육청에서도 선택과목 및 전공 안내서를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 내신 성적 관리에 유리한 과목은 어떤 것이 있나
내신 선택과목을 고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성적관리'다.
대학들이 모든 전공분야에서 특정 과목 이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고, 대부분의 교과전형이나 정시(수능위주)처럼 성적으로만 정량평가하는 전형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신 선택과목을 고를 때 '적성이나 진로'보다는 '성적'에 기준을 두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서울대는 인문·사회계열 모집단위 중 경제학부에만 권장과목을 지정했을 뿐, 나머지 모집단위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자연계열에서도 치의학과에는 어떠한 권장과목도 지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과연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문제다.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세가지로 모인다. ▲수강생이 많은 과목 ▲일반선택 vs 진로선택 비중 고려 ▲수능과의 연계 등이다.
일단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적인 과목이라고 볼 수 있다. 연계할 수 있는 분야가 많고, 교과목의 난도도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사회 교과 중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와 같은 과목은 비교적 수강 인원도 많고, 어느 전공을 선택하든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과목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을 따라가는 것이 무난한 선택일 수 있다.
두번째는 '일반선택 vs 진로선택 비중'이다.
성적에만 초점을 둔다면 3학년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내신등급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교적 수강인원이 많은 일반선택과목을 선택하여 내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그동안의 내신성적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3학년 때는 성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진로선택과목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이나 비교과 등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은 '수능과의 연계'다.
정시를 고려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수시전형 위주로만 준비한다고 해도 수능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어, 수학, 탐구 등 수능과 연계되는 교과에서는 수능에서 치르려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능 국어영역을 '언어와매체' 과목으로 응시하려는 학생은 내신 과목도 동일하게 언어와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예로 사회탐구의 경우, 수능에서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순(2024학년도 수능 기준)이다.
사회 교과의 경우 수시에서도 전공에 따른 과목 영향이 적기 때문에 수능과 동일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어떤 선택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수강하게 될 과목이 달라지고, 대입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내신성적, 대입 준비 전형 등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남들 따라 선택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조금 더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선택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