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원서접수 마감, 남은 건 '수능최저기준'...전년도 '인서울 교과전형' 수능최저 충족률 분석
수시 원서접수 마감, 남은 건 '수능최저기준'...전년도 '인서울 교과전형' 수능최저 충족률 분석
  • 김상희 기자
  • 승인 2023.10.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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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 학생부중심전형의 원서접수가 마무리됐다. 물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대입 수험생에게는 '수능'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수능 시험 결과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의 상당수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일부에 큰 영향을 준다. 바로 대학들이 정해 놓은 '수능최저학력기준' 때문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독특한 평가 기준이다. 대입 수시 전형이 고등학교의 학교 내신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서울 강남 고교생의 절대실력과 시골 변두리 고등학생의 실력이 같으냐, 쉽게 말해 같은 1등급이 진짜 같은 실력이냐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마련된 장치가 수능최저기준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일단 숫자로 표기된 등급은 차별하지 않되 정량평가인 수능 성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대학들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 해마다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여서 이를 충족하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이나 이를 반영한 실질경쟁률을 발표한 대학들의 자료를 살펴보는 것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23학년도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최저 충족률은?

논술고사 응시 여부에 따라서도 실질 경쟁률이 달라지는 논술전형과 달리, 학생부교과전형은 수능최저 충족 여부가 바로 경쟁률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과거의 수능최저 충족률을 참고하여 올해의 입시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동안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가장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온 곳은 고려대다. 고려대 인문계열은 자연계열(의과대학 제외)에 비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더 높았다.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탐구 포함 시 2과목 평균)의 기준을 적용했던 전년도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58.2%로, 60%가 채 되지 않았다.

반면 기준이 1등급 더 낮았던 자연계열에서는 70% 가까운 충족률을 보였다.

올해는 고려대 인문계열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자연계열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화되었기 때문에 인문계열 지원자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신여대도 전년도에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면서 인문계열 지원자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자연계열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인문계열의 최저기준을 완화해 자연계열과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이를 충족하는 수험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열, 자연계열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던 대학들 중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인하대는 계열 간 수능최저 충족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 중 인하대는 올해 인문계열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는데, 이로 인해 인문계열 지원자의 충족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서울여대, 중앙대는 인문계열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자연계열보다 5%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서강대의 경우, 동일한 수능최저학력기준임에도 계열 간 충족률 차이가 컸다. 하지만 올해에는 ‘3개 영역 각 3등급’으로 조건을 크게 완화하면서 계열과 관계없이 충족률이 매우 높게 나타날 전망이다. 올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던 2022학년도의 서강대 교과전형 수능최저 충족률은 인문계열(지식융합미디어학부 포함)이 75.6%, 자연계열이 71.0%로 높았던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수능최저 충족률 상승, 입결로 이어져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실질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합격자 성적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려대가 발표한 입시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에 비해 2023학년도에 교과전형 수능최저 기준을 1등급 완화한 결과 인문, 자연계열 모두 수능최저 충족률이 상승했고, 합격자 교과성적 또한 높아졌다(인문계열 전체 평균 1.64→1.53등급, 자연계열 전체 평균 1.50→1.45등급). 올해 고려대 인문계열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로 인한 합격자 성적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과기대 또한 2023학년도에 교과전형의 수능최저 기준을 완화한 결과 충족률이 전체 73.8%에서 90.6%까지 올랐고, 합격자 교과 등급 평균도 2022학년도 2.33등급에서 2023학년도 2.19등급으로 상승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입결이 수능최저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 충족 여부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수능최저를 완화된 대학들의 충족률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수능최저를 통과해야 합격 가능권에 도달할 것"이라며 "9월 모평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남은 기간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