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터뷰]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 "문화예술로 시민 행복을"
[명사인터뷰]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 "문화예술로 시민 행복을"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9.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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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주도 문화생활권, 신뢰 바탕 경영혁신 강조
대전문화재단 존재 가치, "전문, 창의, 공정, 신뢰성"

대전이 '노잼도시'를 탈피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 취임 후 젊고 힙한(hipster)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 경제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광역지자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전문화재단의 환골탈태다. 오랜 내홍으로 대전시민들의 눈총을 받아왔던 대전문화재단은 백춘희 신임 대표이사의 리더십 아래 '문화예술로 대전시민의 행복을 설계하는 문화자치 선도기관'으로 새로운 도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은 백춘희 대표는 대전문화재단의 새 비전의 핵심 가치로 '시민의 행복'을 주창했다. 이어 ▲대전 문화예술정책 역량 강화 ▲미래환경에 대응하는 지원체계 구축 ▲시민 중심의 문화생활권 확대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경영혁신 등 4가지를 '시민의 행복'을 달성하는 미래전략 방향으로 꼽았다.

백춘희 대표가 내놓은 4대 미래전략방향에 대해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보조금 집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그동안 정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던 수많은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이 기초자치단체에 직접 지원하는 양태로 변하는 상황에서 재단의 내홍은 곪은 상처에 소금 뿌린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백춘희 대표는 현재 대전문화재단의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해 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며 내외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도약하는 방향과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대전문화재단 백춘희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아 새비전선포식과 미래전략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첫 인사 일성으로 직원 합심을 강조하면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조직으로 이끌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대전문화재단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개혁이 안 되면 통폐합까지 고려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내홍이 심각했던 기관입니다. 아시다시피 경영진은 경연진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또 시민의 혈세가 소수의 문화예술단체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저는 안팎에 비난을 직면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내부의 단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혁신의 발화점은 내부에 있습니다. 이것이 변화의 동력입니다.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직원간의 소통과 스킨십 강화에 힘을 쏟았습니다.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직원교육과 워크숍을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가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믿음을 줬습니다. 지난 100일동안 내부의 동력이 살아있음을 확인했고, 외부에 의한 혁신이 아닌 우리 스스로 일궈 낸 크고 작은 변화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는 공감대를 일궈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 대전문화재단 전체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대전 문화예술분야 현황조사를 통해 정책의 바탕이 될 기초자료를 만들고, 정책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대전형 문화예술정책의 디딤돌이 되는 기초 체력을 키우겠습니다. 대전의 문화예술자치를 설계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문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 취임 100일만에 내홍과 분열을 겪은 대전문화재단을 하나로 수습했고, 강도 높은 경영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혁신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혁신은 실력입니다.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그동안 스스로 역량을 끌어올릴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유는 전문가라는 안일함도 있겠지만 상급기관의 지휘통제가 더 큰 원인이었습니다. 대전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어야 하는데 그 반대였습니다. 때문에 대전문화재단은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조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걸 바꾸겠습니다.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병대 출신보다 더 자랑스러운 우리 회사 출신'이라는 달력을 책상에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취임하면서 져녁 10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저 만큼 만 해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밤 10시 넘어서 불쑥 왔더니 7명 정도 일하고 있더라구요. 울컥했습니다. 소통이 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 직원들에게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따라줘야 리더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보다 더 적극적인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대전문화재단의 혁신과 미래 전략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지난달 18일 새비전선포식에서 내놓은 슬로건이 '예술로 가까이 시민과 나란히'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네, 슬로건과 함께 새로운 비전으로 '문화예술로 시민행복을 설계하는 문화자치선도기관'을 제시했습니다. 4대 전략으로 대전문화예술 정책 역량 강화, 미래환경 대응하는 지원체계구축, 시민중심의 문화생활권 확대,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경영혁신 등을 내세웠습니다. 정책 역량 강화는 말 그대로 국내 정책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이해한다는 취지입니다.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대전의 문화예술분야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하면서 기존 사업의 방향을 새롭게 도출하는 것입니다. 미래환경 구축은 뛰어난 소수를 위한 엘리트 중심 정책 보다는 지속가능한 보편적 복지에 맞추겠다는 의지입니다. 역량있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집중지원하겠지만 심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유통플랫폼을 활성화해 자생적인 문화예술 시장이 형성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보조금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정주환경으로서의 지원체계 강화가 핵심입니다. 시민 중심 문화생활권은 재단의 고객을 예술인에서 모든 시민으로 확대하는 구상입니다. 대전시가 위탁 운영하는 6개 문화예술기관인 대전전통나래관,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대전문학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예술가의집, 테미오래 등의 프로그램을 각 생활권역별로 특성에 맞춰 운영할 계획입니다. 재단은 행정적 지원을, 콘텐츠와 활동은 시민이 주도하는 운영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끝으로 경영혁신은 단순히 내부의 화합 뿐만 아니라 제도혁신까지 포함됩니다. 앞서 세가지 전략방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내부 동력이기 때문에 직원 역량강화와 인사제도 개선 등 신뢰와 소통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약속드립니다."

-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문성과 창의성에 이어 공정과 신뢰를 언급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전문화재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정하지 못하게 심의하는 것 아니냐며 심의기능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합니다. 그만큼 재단은 공정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나 예술가 양쪽에서 신뢰받지 못하면 미래전략은 어떤 의미나 명분을 찾기 힘듭니다. 결국 투명성이 중요합니다. 매년 지원사업의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불신을 키웠고, 급기야 주먹다짐으로 이어지는 낯부끄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존재가 민폐'라는 비야냥도 나왔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저는 내부의 혁신과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기득권도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특히 재단 직원에 대한 갑질이나 사업을 시의회나 행정기관 상위 책임기관을 통해 압력을 넣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처리할 생각입니다. 해당 내용과 관련된 수년치 제보를 리스트업하고 있습니다. 이것 만큼은 반드시 실현해 내겠습니다. 우리 대전문화재단은 앞으로 심의와 지원 기능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사적으로'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이것을 조정하는 것이 대표이자 리더의 역할입니다."

- 대전시는 이장우 시장 취임 이후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재미있고 힙한 도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재미의 중심에는 문화예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문화수요에 대응하는 재단의 전략은 무엇이 있나요?

"바로 시민 중심의 문화생활권 확대가 대응 전략입니다. 그동안 대전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전시 예산을 집행하는 범주에 머물러 왔습니다. 앞으로는 현재의 위치를 뛰어 넘어 문화예술인을 위한 투자를 받고, 사업을 유치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할 생각입니다.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문화예술분야 공모 국비사업들이 광역시에서 기초지자체로 다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광역 시·도 차원의 자생구조와 생태계를 서둘러서 조성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재단 내 관련 TF팀을 풀가동해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주도하는 문화생활권이라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해답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문화예술 분야의 사업 주도권을 관이나 재단이 가졌다면 앞으로는 시민이 주도권을 갖고, 재단과 대전시는 협력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재밌고 힙한' 대전시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이 주도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대전시민 모두의 집단지성에서 '재미 요소'를 이끌어내고, 역량있는 문화예술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마 전국 최초 사례이자 선도 사례가 될 것입니다. 젊고, 재능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시민 속에서 발굴하는 것을 대전문화재단이 선도하겠습니다." 

- 끝으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대전 시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변화하고, 혁신하겠습니다. 그동안의 대전문화재단의 이미지를 확 바꾸겠습니다. 저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믿습니다. 내홍과 분열도 위기였고, 정부의 문화예술 공모사업이 광역에서 기초지자체로 직접 연계되는 것도 위기입니다. 그래서 변화하고, 혁신하려고 합니다. 대전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대전의 문화자치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겠습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시민들의 기본적인 정서적 소득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직접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성취감과 사회적 공감대를 느낄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문화예술이 대전 시민 모두의 행복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대전문화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달 18일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새 비전선포식'을 열고, 대전시민의 행복을 위한 문화예술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달 18일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새 비전선포식'을 열고, 대전시민의 행복을 위한 문화예술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