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이중호 대전시의원, "인권 과잉의 시대가 교권 침해의 근본 원인"
[특별기획] 이중호 대전시의원, "인권 과잉의 시대가 교권 침해의 근본 원인"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8.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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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민주적 조정기능 충실히 하고, 시민들은 모순에 대해 눈을 떠야"

학교 현장 곳곳에서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면서 교사들이 잇따라 삶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상생을 침해하는 비교육적 사건에 대한 치유가 시급한 지경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교사 인권을 침해하는 일부 학부모의 비교육적 '악성 민원'을 학교에서 배제하고, 소수 학생들의 교육 저해 행동을 억제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에게 모든 상황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법률 제정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각종 강력 범죄로부터 학교를 안전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인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해 위기의 한국 교육 현장을 지켜낼 안정된 제도 마련 등의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른 다섯. 이립(而立)과 불혹(不惑)의 딱 중간 나이에 제9대 대전시의원으로 활동하는 이중호 의원(둔산1·2·3동. 국민의힘)은 대전 청년정치의 희망이다. 그가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교권 침해'에 대해 정치권의 '잘못'이라는 쓴소리를 냈다.

한마디로 인권 과잉 시대에 민주적인 조정 기능을 외면한 정치권의 무책임이라는 날 선 비판을 던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권 과잉의 시대입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외치면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생각일까요? 인권이라는 것이 타인과 접경지대를 형성하게 되는데 자신이나 속해있는 집단의 인권을 외치고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좁아드는 타인의 인권지대를 경시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인권 과잉이 된 것은 그만큼 정치가 민주주의 조정기능에서 손을 놓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중호 의원은 '모순(矛盾)'에 대한 바로보기야 말로 위기의 대한민국 교육을 되살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중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7일 대전교사노동조합과 간담회를 갖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 실태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많은 교사들이 겪고 있고, 겪어 왔던 교권 침해의 실제 사례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듣는 내내 사태의 심각성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당사자들(교사)의 요구사항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교권 침해에 대한 해결책을 얻으려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떤 점을 지적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해당 부분에 대해 어떤 개선점을 바라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 자리였습니다. 일단 교육부가 8월 중에 교권 회복 방안을 내놓기로 했고, 대전교육청과 동서부지원청에서도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전반적인 틀을 살펴보고, 대전시의회 차원에서도 대응책과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교권 침해가 학생인권과 충돌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전교사노조와의 간담회에서도 학교급별 교권보호 대책 마련이나 교권보호 관련 조례 제정 등 교권보호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히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교권이라는 말보다 직접적으로 교사인권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교권은 교육의 특수성에 기반하지만 교사인권은 한 인간으로서 누구나와 동등하게 가지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또 학생인권조례에 분명한 반대 입장입니다. 교육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인권은 보편적이면서도 양방향의 인권이어야 하는데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권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교사분들의 극단적이 선택으로 잠시 교사 인권에 무게가 쏠리는 일시적인 현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상임위의 역할을 제대로 이끌 계획입니다."

- 교권 침해 문제는 일선 학교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특수학급에서도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지역 유치원 교사들과 특수학급 교사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압니다. 특수학급의 경우, 조금 더 학생인권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해법을 추진하는 지 궁금합니다.

"유치원의 경우, '방학중 위탁급식 업무 처리에 따른 실태'나 '유아와 학부모로부터 발생하는 교권침해' 등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임의규정으로 돼 있는 유치원 교권보호위원회를 의무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점은 대전교육청과 협조를 통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또 특수교사들로부터 특수학생의 도전행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실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당연히 발달장애학생의 도전행동 중재 매뉴얼이 마련돼야 하고, 특수교사들의 교권보호를 위한 방안이 제도화돼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대할 때 '리스크'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일이어서 특수학급 문제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접근하자면 그동안 대한민국이 가난할 때는 국민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적인 부분에서 특수아동 등은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인데도 여전히 우리는 너무나 특수한 부분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공의 역할을 통해 특수학급 문제도 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교권 확립 뿐만 아니라 학교 안전 문제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의원님이 지난 6월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대책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해 원안가결됐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스쿨존 문제가 거론됐는데도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과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땅이 좁다 보니 학교가 거의 도로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저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충돌이 있더라도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스쿨존과 민식이법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효율성이나 편리함의 가치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더 많이 보호해야 할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에 있어서는 어떤 것도 최우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의안을 입법 발의함으로써 스쿨존과 통학로에 안전펜스(방호울타리)와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주장했습니다. 이런 물리적인 안전 장치 외에 더욱 시급한 것은 음주운전자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는 형사적,행정적 제재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 개선입니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사법부의 역할을 촉구합니다."

- 의원님의 전공 이력을 보면 '엄친아'라고 할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습니다. 대전외국어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변호사 등 한국 엄마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입니다. 언론을 전공하고, 법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래 꿈이 언론인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정치에 뜻을 뒀습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으로서 학문으로서 언론을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눠 각각의 기관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합니다. 바로 삼권분립(三權分立)의 통치조직원리죠. 저는 삼권분립 만큼 중요한 것이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서 제가 배울 것이 있다고 믿었고, 정치를 꿈꾸면서도 법학 역시 같은 이유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 대표발의한 <대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원안가결됐습니다. 주요 골자가 학원 설립과 운영을 수월하게 하는 내용인데 엘리트 출신 의원이라는 점에서 사교육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사교육에 대한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원교육을 단순히 사교육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학원과 과외는 구분돼야 합니다. 저는 학원이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이 그렇습니다. 학원을 단속하면 사교육 시장이 정화될까요? 오히려 음성적이고, 고비용으로 변질됩니다. 대전의 경우, 학원들의 허가 요건에서 면적에 대한 조례가 타 시도에 비해 엄격했습니다. 학령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소규모 학원을 활성화하고, 시설 규모를 타 시도와 형평성 있게 조정함으로써 학원을 통해 학업 의지를 높이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넓혀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상임위원회 가운데 교육위원회를 선택한 것도 제9대 대전시의원 중에서 제가 교육분야에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고, 가장 잘 아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지방자치의회에서 교육 시장 전반에 대해 제대로 엘리트 루트를 밟은 분들의 목소리와 관점이 반영될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공부를 했던 제가 좀더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교육 정책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보는 의정 활동을 요구하는 학부모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큽니다. 단적으로 현재 고등학생들에게 뜨거운 감자인 '고교학점제' 만해도 제대로 정착될 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앞서 시행됐던 교과교실제는 완전히 망하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시행된다고 한국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과목선택권을 주더라도 어떻게 평가할 건지, 누가 어떻게 가르칠 건지, 학교에서 모든 과목에 대한 요구를 들어줄 예산과 인력이 있는지 등 모든 것이 불안합니다. 분명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되고,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학교는 기초지식을 강조해야 하고, 평가를 통해 실력을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세운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분들도 있겠지만 학생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평가를 하지 말라는 건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정량적인)평가는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면서 학교에 학생들의 (정성적인)인성교육을 떠안게 하는 것도 모순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잉 인권의 부작용으로 인성교육조차 강조하기 힘든 것이 학교 현실입니다."

- 제9대 대전시의회가 출범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지난 의정활동은 어떠셨나요? 또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의정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에 가졌던 포부와 기대감이 너무 컸나 봅니다. 막상 의원이 되고 보니 초선의원이 할수 있는 범위와 역량, 지식 등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지난 1년동안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쉼없이 노력하고,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의정 목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을 '일류 경제 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셨는데 저는 '일류 엘리트 도시 대전'을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중호 의원님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

"우선, 정치는 시대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정치현실에서 저는 '경제', '국방', '약자에 대한 보호' 등 세 가지를 거대담론으로 꼽고 싶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에서 국민 모두가 경제적으로 풍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자유주의의 정신이기 때문이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가의 존립에 직결되는 '국방'은 외교와 안보분야까지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약자에 대한 보호'는 세금과 행정청의 공적 기능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더 이상 스스로 약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 정치란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 우리 사회에서 중간은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