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이 통과 됐습니다. 해당 조례안은 금새 반대 여론이 커지며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조례안을 보며 솔직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는 학부모이기도 하지만 교사이기 때문에 제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조례안에 대한 제 안의 단상을 써보려 합니다.
먼저 학부모로서의 입장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이의 엄마입니다. 학창시절 내내 키 번호 1번으로 살아온 저는 키가 작아 속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아빠를 닮아 키가 쑥쑥 크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 아이 모두 키가 작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성장판 검사를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장판 검사 결과에 따라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 지원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게을렀던 제 탓이 크기도 하겠지만 성장판 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그 자체가 문턱이 높게 느껴졌습니다. 또 저의 학창 시절에 비하면 조금은 나은 아이의 키에 안심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작은 편에 속하는 아이를 보면서 문득문득 "그 때 내가 성장판 검사를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미련은 남아 있습니다. 물론 키가 전부가 아닌 것 잘 압니다. 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례안을 보면서 키가 작은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꽤 찬성할만 했습니다.
다음은 선생님으로서의 입장입니다.
키보단 건강이 중요하고, 외적인 부분보다 내적인 부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은 ‘키가 커야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 번호 1번으로 살아온 저는 키가 큰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지만 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또한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 부분에서 이번 조례안이 많은 분들의 질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걱정되었던 부분은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고 실행 되었을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될 업무입니다. 이미 매년 이뤄지는 학생들의 건강검진검사로 보건 선생님을 비롯한 담임 선생님들의 업무가 매우 가중한 상황입니다. 검사 계획부터 실행, 결과 보고에 이르는 업무뿐만이 아니라 키와 몸무게 결과에 매우 민감한 아이들을 다독이고, 관리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찬성이었으나 선생님 입장에서는 찬성하기 어려웠기에 꽤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봅니다.
첫째, 키 성장 지원은 학생 전체가 아닌 선별적 지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체 학생에게 적용한다면 ‘키는 커야 좋은 것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잘 크고 있는 학생들까지 검사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의사의 소견을 바탕으로 너무 작은 키 또는 갑자기 커버린 키로 인해 앞으로의 성장이 걱정되는 아이들을 선별하여 지원해 주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래야 전수 검사로 인한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키 성장 지원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 업무가 가중 되어서는 안됩니다.
제가 학창시절이었을 때만 해도 집 주변에 병원이 별로 없었습니다. 접근성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직접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미 영유아 검진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습니다. 키 성장 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하여 이미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체격 검사 방법 또한 같은 방향으로 더불어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은 발의가 되자마자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은 이슈라는 뜻이겠지요. 이번 조례안이 진통을 겪은 만큼 다듬어지고, 개선되어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원 방안으로 마련 되길 희망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 교사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바람은 교사노조 간부로서 시의회와 교육청에 꼭 드리고 싶은 당부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