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10명 중 6명 성적 상승..."재수=대입 성공 아냐"
재수생 10명 중 6명 성적 상승..."재수=대입 성공 아냐"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1.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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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문가들, "자신의 학업 스타일 냉정하게 분석해야 성공 가능"

대입 신입생 모집 마감을 앞둔 이 맘 때가 되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재수' 여부를 고민한다. 대학의 N차 모집이 모두 마감되면 성적 등의 이유로 선택의 여지 없이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수' 등 합격 이후 더 좋은 대학이나 학과로 점프하려는 학생들의 고민도 크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과연 재수를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우문(愚問)이지만 10명 중 6명은 성적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입 전문업체 진학사가 지난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수능과 2023학년도 모의평가에 응시하고,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3045명을 분석한 결과다.

■ 졸업생 평균 수능 성적 상승

진학사 조사에 따르면 표본 수험생들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평균백분위 점수가 2022학년도 72.4에서 2023학년도 79.9로 평균 7.5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내신과 학생부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재학 시절과 달리 수능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상승폭은 탐구 영역에서 가장 컸다. 2022학년도에는 탐구 영역의 백분위 평균이 국어와 수학에 비해 1점가량 낮았지만 2023학년도에는 국어보다 1.5점, 수학보다 2.1점 높게 나타나며 평균 9.4점이 상승했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역은 수학으로 전년도에 비해 6.2점 올랐고, 국어 영역에서는 평균 6.9점 향상된 결과치가 나왔다.

■ 가장 좋은 성적은 6월 모의평가

성적 상승은 초반에 크게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6월 모의평가 성적이 전년도 수능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수(N수)를 시작하면서 동기부여와 함께 집중적인 학습동기가 발현됐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9월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을 비교할 때 하락폭이 컸다. 이는 고3 재학생들의 패턴과 유사성을 가졌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수능 시험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능 때는 9월 모평에 응시하지 않은 졸업생들이 새로 유입되고, 일부 하위권 학생들이 응시하지 않으면서 모의고사에 비해 백분위 점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서적으로는 긴장 내지 압박감이 더해져 실제 수능에서 평소만큼의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재수생이나 N수생들은 오랜 기간 수능을 준비해 오면서 막바지에 슬럼프를 겪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학사 조사는 이런 경향성 속에서 재수생(N수생)들은 초기에 큰 폭의 성적 향상을 이루면서 결과적으로는 전년도 수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 성적이 상승하는 학생은 10명 중 6명

졸업생들의 점수가 전체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모든 학생들이 재도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23학년도에 다시 수능을 치렀을 때 평균백분위(국어∙수학∙탐구)를 5점 이상을 올린 학생은 10명 중 6명 정도로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전년도 수능에 비해 평균백분위 5점 이상 상승한 학생들이 80%에 육박했지만, 9월 모평과 수능을 거치면서 점수가 하락한 학생의 비율이 증가해 최종적으로 5점 이상의 성적 향상을 거둔 수험생은 59.4%로 나타났다.

평균백분위가 5점 이상 하락한 학생은 6.6%였으며, 나머지 34.0%는 5점 미만의 변화를 보이며 전년도와 유사한 성적을 받았다.

수치로만 보면 의미 있는 성적 상승을 이룬 학생들의 비율이 많아 재수(N수)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1년 가까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로 볼 때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40% 정도의 학생들은 뚜렷한 성적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점수가 하락했다는 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재수나 반수, N수를 결심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다음 수능에서 더 좋은 결과치를 기대하지만 성공 사례 못지 않게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은 간과하면 안 된다"며 "본인의 학업 수준이나 공부 스타일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없이 무턱대고 재수학원이나 인터넷강의를 등록하는 것은 긴 호흡이 필요한 대입 수능에서 막판까지 지속가능한 동력이 될 수 없다. 그만큼 충분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