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는 과연 성적순일까?..."성적은 숫자일 뿐, '수능 반영비율'이 변수"
대입 정시는 과연 성적순일까?..."성적은 숫자일 뿐, '수능 반영비율'이 변수"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1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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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정시는 성적순이다. 수능 성적으로 줄을 세워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관계식'이 있다.

대표적인 정량평가 방식이 정시전형이지만 수능 성적표에 나오는 '숫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변수다.

실제로 대입 정시에서 합격을 위한 함수값은 대학마다 달라진다. 대학들은 수능 성적표의 숫자를 단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정해둔 각기 다른 반영비율과 각 영역마다 다르게 한 비중을 섞어 합산한다.

결국, 대입 정시는 정량평가이면서도 대학의 입맛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지는 정성평가인 셈이다. 수험생 자신의 수능 성적에 유리한 대학과 전공을 꼼꼼하게 따져야만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합격을 위한 제1 조건'으로 대학별 수능영역 반영비율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대입 정시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능 영역별 반영 방식이다. 대학과 모집단위에 따라 영역별 반영비율이 달라 영역별 취득 점수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한다.

진학사가 제시한 표에 따르면 전년도 표준점수 합이 동일한 두 학생의 대학별 환산점수에도 확연한 차이가 발생했다.

인문계열 수험생 A, B의 수능 국어, 수학, 탐구영역(2과목) 표준점수 합은 375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수험생 A는 국어 표준점수가 128점으로 수험생 B보다 11점 높고, 수학과 탐구(2과목 합) 영역 점수는 각각 8점, 3점씩 낮다.

지난해 이 두 수험생이 국어, 수학은 표준점수, 탐구는 백분위 변환표준점수,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별 환산점수를 활용하는 두 대학에 모의 지원했는데, A대학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 반영비율이 30/25/20/20(한국사5)로 국어 반영비율이 높고, B대학은 25/30/15/25(한국사5)로 수학의 반영 비율이 높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국어 영역 반영비율이 30%로 높은 A 대학에서는 수험생 A의 합산 점수가 수험생 B보다 3.54점 높았다. A대학은 국어, 수학은 표준점수를 활용하고, 탐구는 백분위점수를 자체 표준점수로 변환하여 활용하였는데 수학영역 반영비율이 25%로 국어보다 낮고, 탐구 또한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면서 백분위나 표준점수를 그대로 적용했을 때보다 점수 차이가 줄어 탐구 영향력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국어 영역이 우수하고, 수학과 탐구 영역이 낮은 수험생 A에게 유리했다.

반대로, B 대학에서는 수학 반영비율이 30%로 수학의 영향력이 A대학보다 높아, 수험생 B가 수험생 A를 앞질렀다. 특이한 점은 탐구 영역을 A 대학보다 5% 높게 반영하여 탐구 성적이 좋은 수험생 B에게 더 유리한 조건인데도 탐구 영역의 환산점수 차이는 오히려 A대학에서 보다 작아졌다. 이는 탐구 변환표준점수의 값이 대학별로 달랐기 때문이다. B대학이 A대학에 비해 성적대별 탐구 변환표준점수 차이를 적게 두면서 탐구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의 유리함이 없어졌다.

진학사 우연철 소장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본인의 단순 합산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지원 대학과 전공학과를 찾아보고 지원할지를 판단한다"면서 "하지만 대학들은 수능 반영비율을 고려한 대학별 환산점수로 합격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원 전에 대학별 환산점수를 통한 지원여부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