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놀아야 크는 아이들! 학교에서 펼쳐지는 4일간의 놀이 한마당!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놀아야 크는 아이들! 학교에서 펼쳐지는 4일간의 놀이 한마당!
  • 교육사랑신문
  • 승인 2022.10.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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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지초등학교 박안나 교사
놀이란 인간의 중요한 욕구 중의 하나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 표현과 자기 실현의 창조성을 개발하고, 자연스러운 놀이의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와 욕구, 소망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얘들아, 오늘 뭐하고 싶어?”

시시때때로 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공부하고 싶은지 묻는다.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다른 학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지만 학년, 성별을 불문하고 아이들의 답은 단 한가지, ‘놀고 싶어요’다. 정말 우문현답이 따로 없다.
 
아이들은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왜 매번 놀고 싶다고 답할까? 

마냥 놀고만 싶은 마음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학문적인 대답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독일의 교육 철학자 프뢰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öbel)은 이렇게 답한다. 놀이란 인간의 중요한 욕구 중의 하나라고.

놀이를 통한 자기 표현과 자기 실현에 의해 창조성이 개발되며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놀이의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 욕구, 소망 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놀이를 통해서 성인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모방(imitation)하면서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더 넓은 집단의 삶을 점차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즉, 노는 것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내가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줬을 때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적이었고, 활동적이었으며, 생산적이었다. 놀면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욕구를 해소하고 성장하는 의미 있는 순간을 교사인 덕분에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중요한 놀이 욕구를 아이들은 매일 충족하며 살고 있을까?

모두가 알고 있듯 아이들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수업 진도에 허덕이는 선생님에게 매번 놀고 싶다고, 재미있는 것을 하자고 졸라대는 것이다. 방과 후 텅 빈 운동장, 교문 밖에 줄지어 서 있는 학원 차, 학원 숙제가 밀렸다며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여기에 혹 주머니처럼 딸려오는 비교와 선택하지 않은 경쟁으로 아이들이 누려야 할 놀이 시간은 빽빽한 글자와 숫자들로 꼼꼼하게 채워져있다.

이런 현실은 OECD국가 중 한국이 교육비 1위이며, 공부시간 1위 국가라는 것으로 객관적으로도 증명된다.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은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 건지 가늠하기 어렵고,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건 지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각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동안 준비해 교과서 없이 맨몸으로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저자가 재직하고 있는 문지초등학교 역시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김효기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전 교사들이 합심해 놀이의 장을 마련했다. 

바로 ‘문지초 놀이 한마당 축제!’

오는 10월 18일부터 10월 21일까지, 4일간 아이들은 책가방 없이, 말 그대로 놀러 학교에 오면 된다.

첫째날에는 운동장에서 교실까지 신발 던지기, 긴줄넘기, 달리기, 훌라후프 넘기, 투호 놀이, 계란판 놀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 1등을 가리거나 서로 경쟁하는 놀이는 없다. 여기선 모두가 모두에게 응원을 하고 응원을 받으며 함께 주인공이 된다.

둘째날에는 문지초 근처에 있는 화봉산을 등반하며 자연물과 놀고 자연과 하나된다. 푸르고 드넓으며 포근하고 따뜻한 화봉산에 올라 이야기 나누며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날엔 나의 꿈을 찾아가는 진로 탐색 시간이 펼쳐진다.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꿈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은 책과 노닐며 마무리를 한다.

화, 수, 목, 금, 4일간의 놀이 시간을 선물하는 내 마음이 이리 설레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벌써 내 귓가엔 운동장을 가득 메울 햇살 담은 웃음소리와 우렁찬 함성이 들려온다. 이번엔 무얼하고 놀까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주위를 살필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다.

나흘간 펼쳐지는 문지초 놀이 한마당을 통해 나에게 매일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 반짝이는 눈빛들에 충분한 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프뢰벨이 말한 자연스러운 놀이 욕구가 채워지고, 그동안 지쳐있던 마음들이 해소되는 대신 즐거움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길 바라본다.

놀면서 아니 놀아야 크는 아이들, “얘들아, 마음껏 놀아!” 

[대전문지초등학교 박안나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