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알려주는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정하는 법..."진로, 성적, 수능 연계 3박자 중요"
서울대가 알려주는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정하는 법..."진로, 성적, 수능 연계 3박자 중요"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10.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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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는 현재 고등학교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강화하는 큰틀은 도입돼 실시되고 있다.

현재 고등학생들은 고교학점제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적용받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고교 1학년 때는 공통과목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2학년부터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있다.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진로적성과 과목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해 좀더 수시전형에 적합한 인재유형을 키우고 있는데 입시 정책이 갈지자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와 대학이 1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쳐 암기위주의 교육을 벗어나고, 학교를 정상화시키면서 지방학생들도 서울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정착시킬 즈음에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들의 공약과 완전히 반대되는 '수능 확대'를 밀어부친 것이 엇박자의 핵심이다.

열정스토리 조근주 대표는 "교육계와 언론에서 어떻게 고교학점제와 상대평가 수능이 병립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는데도 밀어부쳤다"며 "완전히 기존 교육의 흐름과 정반대되도록 수능을 늘리고, 학생부에서 동아리, 독서 다 없애고, 자기소개서도 없앴다. 학생부 세부특기항목을 엉망으로 쓰면 자기소개서로 그걸 커버해야 하는데 그 기회마저 없앴다. 고교학점제의 근본 뿌리가 학종이라는 것도 모르고 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일선 고교 현장에서도 고교학점제를 두고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푸념이 흘러 나온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대입에서 유불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도교사들의 고민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특히 수시전형에서 인서울 주요대학들이 큰 비중을 두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해 이수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선발 기준"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입시공정성을 이유로 정시 확대에 이어 수시전형의 인재선발 자료들을 대거 축소하면서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가 학생의 전공(계열)적합성 분야에서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 고교학점제에서 과목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제사한 '전공연계 교과 이수과목'을 좋은 예시 자료로 꼽았다.

 진로와 연계된 과목

고교학점제를 비롯한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배제하고, 학생 본인이 원하는 과목만 수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입 전형 중에서 서류평가가 반영되는 전형에서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와 해당 과목의 성취도 및 세특 내용을 의미 있게 평가하기 때문에 과목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는 2024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통해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제시했다. 해당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를 추천하는 과목이다. 이 중 '핵심 권장과목'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를테면 서울대 생명과학부는 과학 교과에서는 생명과학Ⅱ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화학Ⅱ를 권장과목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화학생물공학부는 물리학Ⅱ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해 화학Ⅱ나 생명과학Ⅱ보다 물리학Ⅱ에 우선순위를 더 두고 있다. 또 공과대학 소속이더라도 컴퓨터공학부나 산업공학과 등은 물리학을 비롯해 과학 교과에서는 권장과목을 두지 않고 있다. 약학계열은 2024학년도 권장과목과 2025학년도 권장과목을 다르게 지정했다.

서울대가 제시한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의 이수 여부는 지원자격과는 무관하지만 수시모집 서류평가 및 정시모집 교과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서울대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해당 교과를 반드시 이수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의 권장과목 가이드는 서울대 뿐만 아니라 상위권 대학에도 유의미하게 적용된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은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높고, 일부 대학들은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서류 및 교과에 대한 정성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연계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적에 유리한 과목

서울대는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경제학부에만 권장과목을 뒀다. 치의학과는 자연계열임에도 권장과목을 전혀 지정하지 않았다. 권장과목을 제시하지 않은 모집단위는 학생의 진로나 적성에 따른 적극적인 선택과목 이수를 권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모든 전공에서 특정 과목 이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고, 대부분의 교과전형이나 정시처럼 성적으로만 정량평가 하는 전형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된 과목이 아닌,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는 경향도 고교 현장의 모습이다.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한다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일반선택과목인지 진로선택과목인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이중 일반선택과목은 9등급제로 상대평가하지만 진로선택과목은 절대평가에 의한 성취도(A, B, C 3단계)만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취도를 받기 쉽다.

관심 있는 과목이거나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이 진로선택과목이라면, 수강인원이 적거나 난도가 높은 과목이더라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좋은 등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비교적 수강인원이 많은 일반선택과목을 선택해 내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능과의 연계도 고려할 부분이다.

정시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수시에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에 대입에서 수능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능에서 치를 과목과 학교에서 배울 과목을 동일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회탐구영역은 수능에서 많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은 생활과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 순이다. 사회 교과는 수시에서도 전공에 따른 과목 영향이 적기 때문에 되도록 수능과 동일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마찬가지로 수능 국어에서 언어와매체를 선택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학교 수업에서도 언어와매체를 수강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본인이 집중하고자 하는 전형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과목을 정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정시만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 수능 수학 영역에서 기하를 선택하기로 했다면, 학교에서 2학년 때 기하 과목을 이수하고 3학년 때는 미적분 등 다른 수학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상태로 수능 준비에만 매진할 수도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과목 선택에 대한 판단은 학년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고1 시기는 대부분 수시전형 준비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우선하는 것이 좋지만 고2(예비 고3)라면 대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 수 있다"며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현재의 학생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내신과 수능, 진로에 대한 우선순위를 판단한 후 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