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최저', 대학입시 양날의 칼..."수시 합격의 걸림돌 or 충족하면 합격 가능성 두배"
'수능 최저', 대학입시 양날의 칼..."수시 합격의 걸림돌 or 충족하면 합격 가능성 두배"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10.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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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쟁에는 당락을 가르는 평가요소가 있다. 점수로 평가하거나 이력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정량평가냐 정성평가냐에 따라 정시전형과 수시전형으로 나뉜다.

수시전형이 학교생활기록부를 근거로 학생의 고교 성적과 비교과 이력 등을 두루 살핀다면 정시전형은 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점수로 합격과 불합격을 정한다. 물론 수시전형에서도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성적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기 때문에 정량평가에 가깝다.

사실 대학입시가 수시전형 위주의 정성적인 '고교 이력' 부분이 강조된 것은 고교정상화와 지역균형발전의 목적이 크다. 여기에 학생들의 꿈과 끼를 진로 및 전공분야 계열적합성으로 연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수시전형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주요 주장이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와 시골 변두리 고등학교의 1등급 실력이 같다고 볼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이다. 대도시와 시골 학교의 내신 성적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줄이는 장치다.

정시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물론이고, 수시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에게도 수능 시험이 매우 중요한 것도 수능최저학력기준 때문이다.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의 상당수,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일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당연히 대학이 정해 놓은 조건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실제 수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수시전형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수험생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역설적이지만 대학에서 설정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춘다면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교과전형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교과전형

■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가장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곳은 고려대다. 높은 기준 탓에 전년도 교과전형 지원자 중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은 42.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1.09 대 1이었던 경쟁률도 실질적으로는 4.62 대 1로 낮았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충족률은 훨씬 더 낮아 지원자의 37.1%만이 기준을 통과했다. 수능최저만 충족해도 합격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다만, 올해에는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충족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년도보다는 영향력이 작을 수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경쟁률을 발표한 서울시립대와 중앙대, 한국외대도 수능최저 충족률이 50%대에 머물러 경쟁률은 당초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이들 대학은 올해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유사한 결과가 예상된다.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논술전형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논술전형

■ 논술전형

논술전형에서는 결시율이 실질경쟁률에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 학생부만 제출하면 되는 교과전형과 달리, 논술전형은 지원 후에도 논술고사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시자가 생긴다.

수능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최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응시자 중에서도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이 높지 않아 실질경쟁률은 매우 낮아진다.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의 수능최저 충족 현황을 공개한 이화여대와 한국외대를 보면 모두 충족률이 40%대에 그쳤다.

더바른입시 박종익 대표는 "대체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을수록 실질경쟁률의 하락 폭이 크다"며 "서강대와 이화여대, 중앙대 논술전형의 경쟁률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전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에 3개 영역을 반영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한 이들 대학의 실질경쟁률이 매우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대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은 7.9 대 1로 최초 경쟁률인 49.0 대 1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약학부는 최초 경쟁률이 147.3 대 1이었으나 실질경쟁률은 3.1 대 1로 크게 떨어졌고, 러시아어문학전공은 5명 선발에 172명이 지원(34.4 대 1)했지만 실질경쟁률은 1.6 대 1에 그쳤다.

수능최저를 통과한다면 논술고사에 응시하기만 해도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 된 셈이며 표면상으로 보이는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런 이유로 올해 중앙대 논술전형의 경쟁률은 크게 상승(70.3 대 1)했고, 작년 수준의 실질경쟁률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여대 역시 최초 경쟁률은 32.1 대 1이었으나 실질경쟁률은 7.2 대 1로 크게 낮아졌다. 서강대도 논술고사를 응시하고 수능최저를 충족시킨 비율은 지원자의 3분의 1 수준이며 최초 경쟁률 101.9대 1에 비해 실질경쟁률은 32.3 대 1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2개 영역을 반영한 한국외대와 경희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낮았으나, 한국외대(서울캠퍼스)가 41.1에서 13.8 대 1로, 경희대가 70.8에서 32.5 대 1로 떨어지는 등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올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된 대학들의 경우 충족률이 상승할 수 있지만 수능최저 통과 시 합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며 "지난 9월 모평에서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이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최저 충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실제 수능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