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뿌리축제에 750만 재외동포 관심 집중...카자흐스탄 고려문화원 김상욱 원장, "뿌리 찾기는 고려인 동포의 염원"
대전뿌리축제에 750만 재외동포 관심 집중...카자흐스탄 고려문화원 김상욱 원장, "뿌리 찾기는 고려인 동포의 염원"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9.06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이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750만 재외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6일 대전 중구를 찾은 김상욱 고려문화원 원장은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에 이주한 고려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대전과의 연고는 없지만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카자흐스탄에 사는 11만 고려인에게 알리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뿌리공원은 대한민국 유일의 '효(孝)' 테마공원이다. 현대인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씨별 조형물과 산림욕장, 자연관찰원 등을 갖춘 전천후 공원이다.

김상욱 고려문화원장은 카자흐스탄의 넘버원 도시이자 전 수도인 알마티에서 '한인일보'라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韓流)와 K-Pop에 버금 가는 역사문화 키워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대전시민과 중구민에게 원장님을 소개해 주세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한국문화를 홍보하고,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지키는 복합커뮤니티인 고려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과 인연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뒤 소련 유학을 계획하던 중 알마티국립대학교에서 조선어과 교수 모집 공고를 접하면서 부터입니다. 소련이 붕괴되고 분리독립한 카자흐스탄과 한국이 수교한 직후예요. 1995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28년째 살고 있는데 자녀 셋을 낳았고, 벌써 성인들이 됐습니다. 

- 카자흐스탄 고려문화원은 어떤 곳인가요? 그리고 한인신문을 어떻게 발행하게 됐나요?

"고려문화원은 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 만든 복합문화커뮤니티 공간입니다. 무료 한글교실이나 초고속 인터넷과 대형 TV를 통해 한류 드라마와 K-pop, K-Health, K-Beauty 등를 체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포 어르신들은 와서 한국 노래 연습도 하고, 회의도 하고, 전통 악기도 배웁니다. 전통 한복이 구비돼 있기 때문에 손자 손녀를 데리고 와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르신들은 굉장히 뿌듯해합니다. 구 소련시절을 회상하면서 예전에는 이런 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인일보는 이보다 훨씬 전인 1999년에 설립했어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이 닿았습니다. 마침 카자흐스탄 내 교민 사회가 커지면서 한글 신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구요.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1만 고려인과 2500여 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 이야기가 나왔으니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에 대해 궁금합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은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를 갖고 있나요?

"아시다시피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됐습니다. 약 17만 5000명으로 추산됩니다. 강제 이주 도중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고, 척박한 땅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약 10만 명 정도가 카자흐스탄에, 나머지 7만 5000명 정도가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강제 이주의 참상은 말도 못하죠. 스탈린이 사망한 1954년에야 거주 이전의 자유가 허용됐고, 1989년이 돼서야 고려인에게 씌워졌던 '불순민족'이라는 굴레가 벗겨졌습니다. 스탈린 시절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련과 일본이 전쟁을 할 경우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일제에 부역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일본인과 구별이 어렵고, 고려인 디아스포라에서도 친일파들이 존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려인에게 '민족 반역자'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고려인의 위상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 인구 1800만명 가운데 0.6%가 고려인이지만 '네번째 부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카자흐 민족은 3개 부족(울루스, 오르타스, 코시주스)이 뿌리를 이루는데 따로 '카레이스'라고 고려인을 지칭합니다.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고, 실제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큽니다. 구 소련시절부터 고려인들이 정치, 경제, 과학기술, 스포츠 등 사회 전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현재의 위상을 갖게 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 대전 중구를 방문하신 연유가 궁금합니다. 대전이나 중구와의 연고가 있으신가요?

"중구는 물론 대전도 연고가 없습니다. EBS가 제작하는 세계테마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카자흐스탄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을지대학교 의대에 재학중인 딸을 통해 대전 중구에 뿌리공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카자흐스탄과 중아아시아의 고려인 동포사회는 한민족이라는 뿌리의식이 굉장히 강합니다. 타의에 의해 강제 이주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죠.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전체의 고려인 동포가 약 55만 명 정도 됩니다. 중구의 콘텐츠인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 등은 고려인들이 갈급해 하는 뿌리의식과 강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알마티와 대전 중구 사이에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방문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대전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곳(현충원)이어서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들의 관심이 매우 큰 곳입니다."

-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지난해 한국에 봉환돼 대전 현충원에 안치됐습니다. 해방을 2년 앞두고 카자흐스탄 당에 묻힌지 78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카자흐스탄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요?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항일 독립투사였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실을 비행기가 한국으로 떠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려인 사회가 크게 술렁였거든요. 대전이 어디냐? 현충원에 살아 생전 꼭 한 번 참배하러 가겠다는 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길래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독립투사의 유해를 모셔가느냐며 카자흐스탄 사회에도 큰 이슈가 됐었습니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와 고려인 동포 사회의 위상이 동반 상승한 날이었습니다. 물론 대전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여행의 '핫스팟'으로 떠오른 날이기도 합니다.(웃음)"

- 대전시민과 중구민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대전과 중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는 10월 7일부터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열린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성씨를 테마로 조성된 뿌리공원에서 조상의 얼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전통의 효 문화를 체험하는 축제라고 들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 돌아가서 한인일보 등을 통해 적극 알릴 계획입니다. 이번 축제에 많은 카자흐스탄 국민과 고려인 동포가 참여하고,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있는 대전 현충원을 참배할 수 있도록 홍보할 생각입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고려인들이 있었기에 중앙아시아에 한류 열풍이 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과 뿌리축제가 카자흐스탄에 새로운 한류 열풍이 되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