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 '학령인구 급감'+'반수생 증가'..."2021학년도 중도탈락 학생 비율 4.9% 역대 최고"
대학 위기, '학령인구 급감'+'반수생 증가'..."2021학년도 중도탈락 학생 비율 4.9% 역대 최고"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2.09.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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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07학년도 대학 중도 탈락 학생 수 및 비율 분석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지방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신입생으로 입학한 뒤 '반수'를 하거나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그만두는 '중도탈락' 학생수가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지방대학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으로서는 신입생 선발 과정의 '미달 사태'에 이어 재학생 관리에도 구멍이 생기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대학알리미 사이트가 지난 8월 공시(9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일반대, 교육대, 산업대)의 2021학년도 대학 중도탈락 학생수는 9만 7326명이다.

재적 학생 대비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4.9%로 집계됐고, 이는 2008년 대학알리미 첫 공시 이후 중도탈락 학생수와 비율 모두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2021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중도탈락 학생수는 총 1971명이고, 재적 학생 대비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은 2.6%로 전년도(2020학년도) 1624명(2.1%) 대비 증가했다.

역시 2007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며 서울대 405명(1.9%), 고려대 866명(3.2%), 연세대 700명(2.6%) 등 각 대학 모두 역대 최고치로 조사됐다.

■ 늘어나는 '반수생', 깊어가는 대학의 고민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대학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4%대를 유지하고, 최근에 더욱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매년 5만명에서 6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반수생' 때문이다. 반수생은 대학교에 재학중이면서 대입에 재도전을 하는 재수생을 뜻한다.

지방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서울소재 대학으로, 수험생 선호도가 낮은 인서울 대학은 주요 상위권 대학으로, SKY대학은 의약계열이나 최상위권 대학으로 갈아타기 위해 반수를 선택한다. 이런 추세는 최근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입시전문기업인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 지원자 현황에서도 반수생은 약 6만 5000여명(졸업생 지원자 14만 2303명 중 2023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졸업생 지원자 7만 6675명을 뺀 인원) 정도로 추산된다. 

종로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2021학년도 중도탈락 학생수 및 비율이 종전보다 상승한 것은 반수 요인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 수업이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학교에 대한 친화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수능에 재도전하기 위한 반수 여건(비대면 출석 등)이 더욱 좋아진 것도 반수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수생' 등에 대한 대학의 고민은 중도탈락 학생이 신입생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서울 주요대학도 마찬가지다.

홍익대는 신입생 기준으로 2021학년도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12.2%에 달한다. 서강대 12.0%, 성균관대 10.3% 등도 신입생 중도탈락 비율이 높다. 서울대 신입생 중도탈락 학생 비율도 4.3%로 전체 재적학생 기준 중도탈락 학생 비율 1.9%와 비교할 때 무려 2.3배다.

전체 대학 기준으로는 2021학년도 신입생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7.8%로 집계됐다. 전체 중도탈락 학생 비율 4.9%인 것과 비교하면 1.6배 규모다. 이는 2020학년도 신입생 중도탈락 학생 비율 6.9% 보다 0.9%p 증가한 수치다.

■ 반수생의 시작은 IMF 외환위기?

김진환 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반수생'의 유의미한 시작을 IMF 외환위기 전후로 꼽았다.

1997년 말부터 1999년 기간 동안 발생한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줄도산과 실업률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대학 출신 중 자연대와 공대 연구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대거 실직 사태를 맞았고, 상위권 수험생의 대학 진학 흐름이 학력 브랜드에서 의약계열 등 전문직 선호로 크게 바뀌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전반적인 수험생들의 진학 추이도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했고, 선호도가 높은 주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1999년(1998학년도)부터 대학 제적자 및 비율이 큰폭으로 증가했고, 서울대 공대나 자연대를 포기하고 수능 재도전을 통해 의약계열로 갈아타는 학생들이 본격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5년까지는 제적자 비율이 2% 내외였지만 1998년 3.1%, 1999년에는 4.1%로 치솟았다. 또 2004년은 4.3%를 기록했다.
 
종로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선호도가 가장 높은 최고 명문대학(SKY)에서도 중도탈락 학생수가 상당수 발생하는 것은 진로와 적성, 목표 대학 및 학과 수준 등이 맞지 않은 이유가 크다"며 "서울대의 경우 반수를 통해 의약계열로 빠지거나 학과를 변경해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반수한 뒤 서울대나 의약계열 등으로 다시 입학하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서울대 중도탈락 학생(총 405명)을 단과대학별로 파악하면, 공과대학이 123명(2.3%)으로 가장 많았고, 농업생명과학대 90명(4.7%), 자연과학대 57명(3.6%), 사범대 32명(1.7%), 인문대 21명(1.1%), 자유전공학부 20명(2.1%), 생활과학대 15명(2.3%), 사회과학대 14명(1.0%), 간호대 10명(3.0%) 순이다. 또 경영대 7명(0.6%), 미대 6명(0.9%), 수의대 4명(1.2%), 음대 4명(0.5%), 의과대 2명(0.2%) 등이다. 

2021학년도 고려대 중도탈락 학생(총 866명)의 경우, 공과대학이 196명(3.9)으로 가장 많았고, 생명과학대학 194명(8.6%), 보건과학대 137명(6.8%), 이과대 67명(6.2%), 문과대 65명(1.4%), 정경대 45명(1.5%), 경영대 40명(1.4%), 사범대 28명(1.3%), 정보대 23명(2.4%), 간호대 20명(6.5%), 자유전공학부 10명(7.4%) 순이며, 미디어학부 9명(1.3%), 심리학부 8명(1.6%), 의과대 7명(1.1%), 디자인조형학부 5명(1.5%), 국제학부 4명(0.8%), 사이버국방학과 4명(3.5%), 스마트보안학부 4명(13.3%) 등으로 조사됐다.

2021학년도 연세대 중도탈락 학생(총 700명)의 단과대학별(*) 분포는 공과대학이 260명(4.4%)으로 가장 많았고, 이과대 94명(6.4%), 생명시스템대 71명(8.9%), 언더우드국제대 67명(2.2%), 문과대학 35명(1.7%), 상경대 34명(1.7%), 생활과학대 32명(3.2%), 글로벌인재대 28명(2.0%), 경영대 26명(1.1%), 사회과학대 22명(0.9%), 교육대 10명(1.0%) 순이며, 간호대 9명(2.1%), 치과대 7명(1.7%), 음대 4명(0.6%), 신과대 1명(0.3%) 등이다. 여기서 학부대학 중도탈락은 학생수(318명)를 각 단과대별로 분류해서 합산한 수치다.

■ 중도탈락, 인서울 15개 대학 평균 3.1% vs 지방거점국립대 4.3% 

2021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별 중도탈락 비율은 홍익대가 4.1%(이전 연도 대비 0.6%p↑)로 가장 높았고, 서강대 3.6%(이전 연도 대비 0.5%p↑)가 뒤를 이었다.

한국외대 3.6%(0.3%p↓), 성균관대 3.4%(0.1%p↓), 경희대 3.1%(0.2%p↓), 동국대 2.7%(0.1%p↓)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들의 중도탈락비율이 전년 대비 상승했으며 인서울 15개교 2021학년도 중도탈락 평균 비율은 3.1%로 전년대비 0.2%p 증가했다. 

지방거점국립대학(9개교) 가운데는 강원대가 6.1%(이전 연도 대비 2.8%p↑)로 가장 높았고, 제주대 4.1%(이전 연도 대비 0.2%↓) 순이다. 9개교 2021학년도 중도탈락 평균 비율은 4.3%로 이전 연도 대비 0.6%p 증가했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지방거점국립대의 중도탈락 비율이 높은것은 그만큼 지방국립대의 위상이 종전보다 많이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며 "지방의 상위권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광역 시.도의 핵심인 지거국을 벗어나 서울소재 주요 대학이나 의약계열에 반수를 통해 갈아타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단면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